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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화 Oct 05. 2021

붉은 담장 담쟁이넝쿨 집

커다란 주택이 늘어선 마을에 오래된 붉은 담장 집이 있었다. 벽돌로 둘러싸여 있는 집은 2층짜리 낮은 지붕을 가졌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그 집이 세련된 외형을 한 다른 집에 비해 낡고 멋이 없다고 생각을 해 집을 부수고 다른 건물을 올리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 집을 둘러싼 넝쿨이 계절에 따라 푸르게, 붉게 물들어가는 모습을 사랑했다. 또한 그곳이 아니면 아이들의 마땅한 놀이터도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오래된 저택을 지켰다.      


그러던 어느 날 넝쿨 집에서 살고 싶다고 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 사람은 50대 중반의 여인으로 짧고 검은 머리에 날카로운 눈썹을 가져 눈에 띄었다. 사람들은 그 여인의 과거를 알지 못해 의구심을 품었다. 하지만 여인은 의외로 자신의 과거에 대해 쉽게 털어놓았고, 마당을 아이들의 놀이터로 계속 쓸 수 있게 하겠다는 조건 하에 집을 계약했다.      


여인은 오랫동안 외국에서 교수로 일하다 오랜만에 고향에 온 사람이었다. 그녀는 가장 먼저 저택에 낡고 큼큼한 냄새가 나는 먼지들을 쓸고 닦았다. 거미줄과 회색 곰팡이가 슬어있던 벽지를 뜯고 새로 벽지를 바르고, 색을 입혔다.      


사람들에게 사랑받았지만, 실제로 사람이 살지 않아 삭막했던 풍경은 금세 따뜻하고 아늑한 풍경으로 채워졌다. 아이들은 날카로운 생김새를 한 낯선 인물을 경계했다. 하지만 그녀는 아이들을 사랑했고 자신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본다는 사실을 눈치챈 아이들은 그녀에게 쉽게 다가갔다. 아이들은 마당에서 뛰어놀다가 고소하고 달콤한 시나몬 향기에 이끌려 집안으로 들어서 그녀가 내준 과자를 먹고는 했다.      


푸르른 빛이 감도는 봄이 되자 그녀는 마당에 작은 텃밭을 일구었다. 호기심에 찬 아이들은 하루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식물들을 관찰했다. 덕분에 그녀의 거실 한편에는 아이들이 크레용으로 기록한 식물들의 그림이 가득했다.      


그녀는 처음에 자신을 교수라고 소개했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자세히 알지 못했다. 여인은 30년 차 식물학자로 세계 각지에 있는 여러 종류의 식물을 연구하는 과학자였다. 그래서 자신이 세계의 등지를 여행하면서 겪은 재미있는 일화를 아이들에게 들려줄 수 있었다. 이 이야기들을 듣고 자라난 아이들의 꿈은 세계로, 우주로 꿈을 넓혀갔다.      


그녀의 우아한 손짓, 고풍스러운 취향을 보면 당연히 클래식 음악을 들을 것이라고 판단한 사람들은 가끔 여인의 의외의 취향에 놀랐다. 그녀는 영국 전통 락 앤 롤을 듣기 좋아했다. 사람들과 유흥을 즐기는 것도 좋아하는 그녀는 마을 사람들을 마구 불러 춤판을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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