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9일 오후 7:24
기나긴 여름 속에서 당신에게 드리는 편지.
이 편지를 드릴 때쯤 당신은 가을 속에서 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여기는 너무나도 무덥고 무서울 정도로 많은 것들이 변했기 때문이죠. 이제는 35도 이상으로 날이 더워져도, 우리가 환경오염을 많이 했지 등의 말로 넘어가고는 합니다. 가을은 어떠한가요? 아무래도 그곳도 이곳처럼 가을이 아닌 여름일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그래도 안부를 물어봅니다.
어제는 너무 습하고 날이 더웠어요.
저는 어제 미용실에 갔는데 버스에서 내려서 대략 5분 정도를 걸어, 미용실에 도착하니 땀이 주르륵- 주르륵- 머리에서 비가 오듯 쏟아졌어요. 나름 신경 쓴 화장도 다 무너지고, 흰색 티셔츠를 입었는데 친구에게 ‘옷이 땀으로 투명해지겠다.’ 농담했습니다.
“투명해져서 어쩌면 나는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되어버릴지도 몰라-.”
라고 저는 말했습니다.
그 정도로 너무나도 덥고 습한 날씨입니다. 게다가 오후가 되어서는 갑자기 열대지방에서 내리는 소나기인 스콜*과도 같은 비가 쏟아졌습니다. 날이 맑다가 비가 내리니 다들 으악- 소리를 지르며 자리를 옮겼죠. 참고로 스콜이란, ‘스콜(squall, 문화어: 스코르)은 갑자기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여 몇 분 동안 지속된 후 단시간 내에 퍼붓는 늦은 오후의 소나기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라고 위키백과에 나와 있네요.
열대지방 날씨가 되어버린 한국에서 사는 한국인들은 슬프게도 사계절이 뚜렷했던 과거를 떠올립니다. 이렇게 마냥 700자를 날씨 이야기로 할애하는 이유는 이런 날씨 속에서 당신의 안녕을 묻고 싶기 때문입니다. 상당히 덥지는 않나요? 에어컨은 잘 가동이 되나요? 요즘 어떤 주제가 당신의 머릿속을 어지럽히나요? 요새 가장 재밌게 본 영화는 무엇이었나요?
저는 근래에 가장 재밌게 본 애니메이션은 케이팝 데몬 헌터였고요. 시리즈 중 만족과 실망을 두루 했던 것은 아무래도 오징어 게임 3였습니다. 오징어 게임 시리즈에 관해서 열띤 토론을 좀 하고 싶은데 저와 함께 오징어 게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으면 댓글을 달아주세요.
요새 저의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것은 타인의 시선입니다. 뭐, 언제는 아니었겠냐마는, 만 26세가 되니 사회적 시선(=캥거루족의 집안에서의 눈초리)의 압박이 크게 다가오네요. 하지만 저는 이번에 새로운 책 목화만화도 출간하고, 만족스럽게 편집하고 다른 에디터로서의 직무 또한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요. 누군가가 저에게 뭐라고 한다면 열심히 말대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저런 일들이 다양하게 생기고요. 그만큼 사람들에게 실망도 하는 일이 잦아져서 안타까운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그 어느 때보다 더 기쁘고 안정적으로 삶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문득 영위하다*는 말의 뜻이 궁금해서 찾아보았습니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영위하다 일을 꾸려* 나가다.
*꾸리다 일을 추진하여 처리해 나가거나, 생활을 규모 있게 이끌어 나가다.
이런 뜻이라고 하네요. 요즘에 제가 뭘 하는지 조금 더 설명을 해드리자면, 정말 오랜만에 행사를 나가서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내길 염원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도 사실 개인 행사를 나갔었는데 그때는 제 개인적인 사유로 제대로 행사에 참여하지 못했었습니다. 그래서 이를 무마하고자 조금 더 컨디션과 건강이 좋아진 지금 행사에 참여합니다.
그리고 요즘 공부를 좀 하고 있는데요. 예전에 배웠던 타이포그래피 공부를 다시 하고 있습니다. 라디오처럼 강의를 틀어놓고 작업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가장 최근에 필사하고 있는 책은 예전에 부모님이 공부했던 책입니다. 까치 출판사의 앙드레 콩트-스퐁빌이 쓴 <미덕에 관한 철학적 에세이>입니다. 책의 생김새보다 훨씬 더 재미있어요!
그럼, 이쯤에서 당신을 향한 제 편지를 마칩니다.
항상 보아줘서 고마워요.
제가 더 고운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이만 총총.
목화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