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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제이 Feb 14. 2021

드디어 북경!! 격리 9일차

파란만장 베이징 이사 2탄


음봉면 신휴리라고 했는데
도고면 신유리에 가 있다고?
환장한다 환장해
이러다 우리 비행기 못 타!!


북경으로 가는 직항은 매주 금요일 오후 1시 에어차이나 하나뿐이다. 공항리무진이 멈춰선 건 오래된 이야기다. 작은 시누이가 공항 배웅을 자처했지만 짐이 많아진 탓에 콜밴을 예약했다. 시댁 아산에서 늦어도 8시 30분에는 출발해야 하니 콜밴은 여유있게 8시까지 오기로 했다. 아이들도 긴장했는지 깨우지 않았는데도 6시에 일어나 씻고 아침을 먹고 일찍 채비를 마쳤다.


8시, 콜밴이 도착했다는 전화인 줄 알았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시댁은 음봉면 신휴리, 전날 예약할 때 남편이 주소를 똑바로 이야기하는 걸 옆에서 들었는데 차는 도고면 신유리에 가있었다. 출근시간이라 빨리 와도 30분이 걸린단다. 와, 북경 가는 길이 참 멀기도 하다. 남편은 어차피 8시 반 출발할 계획이었으니 늦은 건 아니라고 했다. 예약할 때 주소 하나 문자로 보냈으면 깔끔했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가 없다.


8시 반은 개뿔, 8시 45분 출발 10시 15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탑승절차가 복잡해져서 최소 3시간은 걸린다 했으나 많이 늦은 건 아니었다. 숨을 돌린 것도 잠시, 이번엔 수하물이 문제다. 여기저기서 캐리어를 열고 짐을 다시 싸는 게 심상치 않았다. 코로나 시국이라 수하물 무게를 조금은 봐주겠지 했던 기대가 빗나갔다. 네 식구 기본 수하물 4개에 추가 수하물 하나, 무게를 합산 적용해주길 원했으나 택도 없었다. 넘치는 데서 빼 모자란 데를 채우고, 기내로 뺄 수 있는 건 빼고, 수하물 가방 5개를 놓고 내용물이 왔다갔다 했다. 추가 수하물에 오버차지까지 해서 25만원을 결제하고 끝이 났다.


조금 당황스럽고 힘들었을 뿐이지 오버차지도 예상했던 부분이니 25만원이면 나쁘지 않다. 면세점을 둘러볼 시간적, 심적 여유 따위 없다. 한밤중에나 호텔에 들어가게 될테니 아이들 점심부터 간단히 해결하고 화장실 들르니 곧 탑승마감. 드디어 간다 북경으로.


북경 도착 2시, 코로나 검사가 끝나니 4시가 넘었다. 같은 비행기로 입국한 인원 모두 같은 호텔로 간다. 공항에 대기하고 있던 6대의 버스 중 가장 마지막 버스에 올랐다. 일찍 나온 사람들은 버스에서 계속 대기 중이었을 것이다. 같은 버스의 대학생들은 친구 하나가 병원으로 실려가게 되어 발을 굴렀다. 체온이 조금 높았나 보다. 중국은 37.3도 이상이면 코로나 의심증상으로 본다. 공항에서 겨울옷을 입고 긴 시간 대기하느라 더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미열 증상으로 줄에서 빠진 사람이 몇 있었다. 해열패치로 보이는 걸 나눠주는 듯했다. 그래도 열이 내리지 않았는지 구급차로 병원으로 이송된다는 것이다. 별일이야 없겠지만 격리 역시 다른 곳에서 하게 된다고 하니, 병원으로 가는 친구에게 소지품을 맡겨놓은 친구는 꽤나 당황스러워했다.


6시가 다 되어서야 비상등을 켠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공안 차량이 버스 대열의 앞뒤에서 호위했다, 마치 중범죄자들 호송하듯이. 퇴근시간이라 거리에는 차도 사람도 많았다. 한 시간 가까이 달려 호텔에 도착했다. 공안 차량이 반대편에서 오는 차들을 막고는 6대의 버스와 짐을 실은 버스까지 호텔로 들어가게끔 호위했다. 이곳이 호텔인가 감옥인가. 호텔 이름으로 검색해 보니 베이징 공항에서 북서쪽으로 30km 이상 떨어진 곳이다. 밖이 완전히 깜깜했음에도 아주 크고 낡은 호텔임을 알 수 있었다.


버스에서의 무한 대기가 시작됐다. 안내도 설명도 없이 기다릴 뿐이었다. 우리 버스에 중국인 가족이 있었는데 여자아이가 5살쯤, 남자아이는 3살쯤으로 보였다. 지칠 대로 지친 아이들이 울음을 터뜨렸고, 여자아이는 '我要回韩国(한국으로 돌아갈래)'를 반복했다. 나도 돌아가고 싶다 아가야, 내가 왜 여기 있는 걸까, 어른들도 힘든데 넌 얼마나 힘들겠니. 아이 아빠는 우는 둘째를 안고 버스기사에게 하소연을 했다. 아이들이 종일 아무것도 못 먹고 너무 힘들다, 언제 내릴 수 있는 거냐. 이 이야기가 전달이 되었는지 우리 버스가 제일 먼저 내리게 되었다. 이미 8시가 넘었다.


개인정보 입력 절차를 두 차례 거치고 일단 대기. 1인 1실 원칙이라 가족도 한 방을 쓰지 못한다길래 만 12세 아이들을 혼자 둘 수 없다 했더니 또 대기. 격리일정과 주의사항 등을 듣고 서약을 하고 결제를 하려니 또 대기. 이래서 대기 저래서 대기, 겨우 체크인을 마치고 큰애와 함께 방에 들어오니 10시가 다 되었다. 작은아이와 남편은 바로 옆방으로 들어갔다. 입실 후 저녁이 배달되었고 거의 먹지 못하고 내놓았다. 12시 넘어까지 체크인이 이어졌다.


코로나 시국에 북경으로의 이사,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고 뭐 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 격리하는 동안 호텔에서 쉬자는 생각으로 버텨왔다. 격리기간 3주 중 1주일이 지났다. 1주는 음식과 와이파이 방화벽에 적응 또는 대응하느라 눈 깜짝할 새 지나간 느낌이다. 호텔에 들어와서 두 번의 코로나 검사를 마쳤고 두 번이 더 남았다. 고대하는 구호물품은 아직 오질 않는다. 이삿짐은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 다음 주면 북경에 들어온단다. 격리를 마치고 나가면 44박스의 이삿짐이 나를 기다리고 있겠다. 어쩌면 이곳을 나가면서부터 진짜 험난해질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이 격리가 꿀 같은 휴가였다 추억하게 될지도 모르겠고 말이다.


새벽 6시면 눈이 떠진다. 인터넷이 빠른 오전 시간에 미드, 영드, 영화를 본다. 오후에는 요가를 하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 아이의 공부도 봐줘야 한다 주로 채점이긴 하지만. 저녁에는 시사 팟방을 들으며 빨래를 하고 책을 읽고 침대에서 뒹굴거리다 보면 금세 졸리다. 하루 세 끼를 다 챙겨먹고 오전에는 커피를, 오후에는 차를 마신다. 내 생애 첫 호캉스를 충분히 즐겨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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