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진 줄 알았다. 한동안 운동도 꾸준히 하고, 슬픈 기분도, 화나는 기분에 사로 잡히지 않아 그래 보였다. 그런데 아직은 아니었나 보다. 지난 토요일에는 직장 동료의 결혼식이 있었다. 꼭 가겠다고 약속도 한 자리였다. 일하는 동안 얼굴을 대면한 건 3번 정도였으니 사실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초대를 해 준 마음이 신경 쓰여 덥석 가겠다고 약속을 해 버린 것이다.
주인이 약속을 할 때는 정말 갈 수 있을 줄 알았다. 컨디션도 아주 좋아 보였고, 사람이 무섭지도 않았다. 그런데 생각하면 할수록 자신감을 잃었나 보다. 결혼식장에 모인 많은 사람들 틈에 있으면 어지러워할 게 틀림없었고, 힘들어할 주인임은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이 불안한 마음들이 조금씩 차오르고 있었다. 그 불안한 마음은 예민함이 되어 갔고, 주인은 점점 날카로워졌다.
아.... 예민함이 안 멈춰져
또 그래... 사람들 앞에 가는 게 싫은 걸
이러다가 나 영영 다른 사람하고 일도 같이 못하는 거 아냐?
그래도 지금 마음이 너무 힘들어...
자신이 어찌해 줄 수 없음에 마음이 아렸다. 이 불안한 마음들을 싹 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짐이 청소를 해도 다시 차오르는 불안을 처리할 방도는 없었다. 그럼에도 주인은 이겨내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불안함은 지나갈 뿐이라고 자기 암시를 걸기도 하고, 음식을 먹어가며 (폭식의 위험이 있었지만) 불안함을 거두려 노력했다.
주인 져도 괜찮아!
내일 이기면 되지, 이번 결혼식이 엄청 중요한 건 아니잖아?
짐도 주인의 불안한 감정을 덜어내주고 싶었다.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이야기해 주고 싶었다. 그걸로 인연이 끊어지지 낳는다고. 그것보다 중요한 건 주인 자신이라고. 자신을 괴롭히면서 하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해 주고 싶었다.
그렇게 결혼식 전 날이 다가왔다. 주인의 컨디션은 여전히 꽝이었다. 주인은 지금 이 순간에도 불안과 싸워 이겨내려 하고 있었다. 그러다 휴대폰을 들었다.
나 컨디션이 안 좋아서
내일 결혼식에는 못 가겠어
가서 나 대신 인사 전해줘
나도 따로 연락할게
함께 만나 가기로 한 한 지인에게 카톡을 보냈다
‘잘했다’ 짐은 주인을 토닥여주고 싶었다. 결국 감정에 지고 만 주인이 더 우울해할 것임을 알기에. 그래도 이번에는 불안이 자신을 덮쳤단 것도 깨달았고, 자기를 지키기 위해 행동도 했다. 이 보다 좋은 게 또 있을까? 분명 한 발짝 나아갔다는 의미일 거다. 주인도 그런 자신을 깨닫고 스스로 토닥여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