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워시 때문에 울게 될 줄이야
아무 연고도 없는 서울행, 모든 건 일주일 사이에 정해졌다. 이사 오기 전 방을 한 번은 봐야 할 것 같아 당일치기로 급히 기차표를 끊어 올라갔다. 당시엔 가슴이 분홍빛 꿈으로 부풀어 있을 때라 뭐든 좋아 보였다. 쉐어하우스에 대해 막연히 가지고 있던 근심도 덜어졌고, 여자 혼자 살기엔 세상이 너무 흉흉하니 오히려 괜찮은 선택지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당도한 현실은 달랐다.
그땐 보이지 않던 것들이 이제서야 눈에 들어왔다. 기본 옵션인 옷장의 서랍이 너무나 얕아서 얇은 여름옷 한 단이 겨우 들어가는 높이였다. 김장봉투에 터질 듯 욱여넣어 가져온 옷가지들이 들어가기엔 턱 없이 부족했다. 공용공간인 주방에 갖춰진 집기들도 이 악 물고 가능한 가장 저렴한 옵션을 찾은 듯 모조리 싸구려였다. 반쯤 떨어져 나간 가격표 스티커가 끈적하게 붙어 있는 접시들. 화장실 휴지보다 더 얇은 키친타올. 치열이 고르지 못한 입처럼 조금씩 뒤틀려 제대로 닫히지 않는 하부장까지. 모든 게 거슬렸다.
그래도 일단은 자야 하니 세면대에서 손부터 씻었는데 손이 너무 버석버석했다. 수분이란 수분은 모조리 빼앗겨 피부가 하얗게 일어날 정도로. 어이가 없어서 눈물이 났다. 핸드워시도 싸구려일 수가 있다는 게. 평생 당연한 줄 알고 살아왔던 세계가 하나둘 무너졌다. 전화로 친구에게 칭얼거렸더니 “하 핸드워시가 싸구려라는 말 처음 들어봐.“라며 배꼽 빠지게 웃었다. 나도 내가 우스웠다. 서울 와서 처음 울게 된 일이 도난, 불친절한 사람들 하다못해 지하철에서 길 잃는 것도 아닌 ”핸드워시“ 때문이라니. 친구는 위로 대신 ”아이깨끗해 3개 묶음“을 쿠팡 선물로 보내줬다. 하지만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둘 곳이 없어서.
하 내가
핸드워시 때문에 울게 될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