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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퇴사한 김단단 Sep 04. 2020

좌우반전 사진

나는 기본 카메라 어플과 후면 카메라를 증오했었다. 왜냐하면 그 녀석들은 좌우 반전된 사진을 남기기 때문이다. 내가 항상 거울로 보는 내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그 모습. 거울 속의 나는 분명 괜찮은 것 같은데, 좌우 반전된 내 얼굴은 어딘지 모르게 눈도 어색하고 양 턱은 삐뚤어져있기까지 하다. 그래서 나는 사진 찍히는 걸 극도로 싫어했다.


내 나이 스물셋 일 때였다. 학교에서 만나게 된 한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너무도 당당하게 기본 카메라로 셀카도 찍고 후면 카메라에 찍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누구에게나 사진을 찍히고 싶어 하는 그 모습은 마치 눈 밭 위를 뛰어다니는 시바견 마냥 즐거워 보이기까지 했다.


"ㅇㅇ아, 너는 후면 카메라로 찍힌 모습이 안 어색해? 나는 좌우 반전된 내 모습이 너무너무 싫어. 아무리 남들이 볼 땐 좌우반전된 거랑 안 된 거랑 별 차이 없다곤 하지만 내가 봤을 때 이상한 걸..."


나는 친구에게 한탄했다. 그러자 친구는,


"나도 처음엔 좌우 반전된 내 모습이 어색하고 맘에 안 들었어. 그래서 나는 좌우 반전된 사진을 일부러 더 많이 찍었어. 많이 찍고 보고 하니까 그 모습도 어느 순간 적응이 되더라구?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그 모습도 너의 많은 모습 중 하나라는 거야. 좋든 싫든 말이지. 그러니까 내 말은, 네가 좋다고 생각하는 모습뿐만 아니라 네가 싫어하는 너의 모습까지도 '너'라는 것을 인정해보라는 거야."


머리를 엄청 세게 맞은 기분이었다. 친구의 말을 듣고 나서야 그동안 내가 나를 괴롭히며 살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뒤로 일부러 후면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기본 카메라로 셀카를 찍었다. 어색함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지만 찍으면 찍을수록 내 모습이 조금씩 익숙해지긴 했다.


그 친구 덕분에 지금은 좌우반전 사진을 봐도 별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되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친구 덕분에 내가 나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나는 못난 것, 못하는 것 천지인 사람이야. 그래서 뭐? 그 또한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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