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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in Africa Oct 22. 2022

미친 거 아니야?

solo leveling _7 내가 옳다는 교만

어느새 통영에서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가만히 있어도 등줄기에 땀이 맺히는 한국의 7월, 이 한 여름에 나는 매일 300배를 하고 있다. 

유튜브로 정목스님의 "업이 바뀌는 108배(https://youtu.be/XimtqhlRAeQ)"를 틀어놓고 이에 맞춰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절을 한다. 

1. 내가 아는 모든 생명을(남편 포함) 깊이 공경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절합니다. 

2. 스스로를 낮추어 자신에게 있는 나쁜 성품을 다스리며 절합니다. 

3. 내 이익을 앞세우는 이기심을 내려놓으며 절합니다. 

4. 나와 남이 차별 없이 평등하고 소중하다는 마음으로 절합니다. 

5. 끊임없이 일어나는 욕심을 절제하는 마음으로 절합니다. 

6. 화내고 성내는 마음을 잠시 바라보며 인내하는 마음으로 절합니다. 

7. 몸과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여 스스로를 돌아보는 마음으로 절합니다.  

8. 참된 자신을 찾고 내면의 성장을 위한 성장의 마음으로 절합니다. 

9. 어리석은 마음을 거두고 지혜로운 마음이 생기기를 바라며 절합니다. 

10. 험난한 인생길 잘 참고 견뎌온 스스로를 칭찬하며 절합니다. 

...

108. 지금 올린 108배가 모든 생명에게 지혜와 자유의 씨앗이 되기 바라며 절합니다.  


약 1간 30분 동안 3번의 108배를 끝내고 나면 온 몸이 땀에 범벅이 되고 허벅지와 종아리가 딱딱하게 굳었다. 

그럼에도 몸이 힘든 것은 나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그만큼 나는 절박했다. 그래! 내가 업그레이드되고 바뀌어야 현실이 바뀐다고 했으니, 지금 현실에 불만족을 가지고 있는 내가 변하는 것 밖엔 방법이 없다고 했으니, 그저 죽을힘을 다해 노력하는 수밖에. 

내가 이렇게 까지 노력하는데 뭐라도 달라지고 있는 거겠지? 300배에, 명상에, 책도 읽고 알아차림도 하고 있으니 분명 달라지고 있을 거야! 



거의 한 달 만에 케냐에 있는 남편으로부터 메일이 왔다. 

회사에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있으니 직원이랑 연락해서 빠른 시간 내에 해결을 하라는 내용이었다. 


뭐라고?? 미친 거 아니야??

내 인생의 바닥을 치게 만들고 나를 미칠 지경으로 몰아붙여 케냐를 떠나 한국으로 도망치듯 오게 만든 남편이다. 사과는커녕 한 달 동안 안부 한번 묻지 않고, 묻는 말에 대답도 제대로 하지 않던 남편이 한 달 만에 밑도 끝도 없이 용건만 달랑 넣은 업무 지시 메일을 보낸 것이다. 


내가 한국에서 이렇게 살아 보겠다고, 달라져 보겠다고 300배에, 호오포노포노에, 알아차리기에 별의별 발버둥을 치고 있는 동안, 어쩜 내 남편이라는 이 인간은 하나도, 정말 단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귀에서 찌릿찌릿 통증이 느껴졌다. 

뒷머리가 묵직해지고 양쪽 어깨가 돌덩어리 쳐 럼 굳는 느낌이다. 순식간에 내 온몸에 에너지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왜 나만 이렇게 노력해야 해? 

왜 나만 달라져야 해??

왜 남편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는 거야? 아니 왜 노력조차 하지 않는 거야? 

왜 내 인생은 계속 이모양인 거야!! 

세상은 나를 이렇게 괴롭히는 거야? 


원망, 분노, 수치심, 화가 폭발하여 내 몸을 덮쳤다. 


햇살: 왜? 도대체 왜 나만 이렇게 노력해야 하는 거예요? 이 사람 보세요. 단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잖아요. 기본적으로 상대에 대한 배려와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고요. 자기는 나를 위해 아무것도 안 하면서 답답할 때만 나를 찾아요. 사업을 시작하고 지금까지도 항상 답답할 때만 나를 찾았죠. 도대체 언제까지 내가 그 사람 뒤치다꺼리를 해주며 내 인생을 낭비해야 하냐고요. 배려라고는 눈곱만큼도 없고 오로지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사람이에요. 항상 이런 식이었어요. 정말 정말 구제불능이에요. 


그녀들: 햇살님, 정신 차리시고 지금 일어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제대로 보세요. 남편은 그냥 메일로 " 이것 좀 해결해줘"라고 도움을 요청한 거예요. 그런데 햇살님은 그 간단한 사건에 지금까지 남편과 있었던 모든 과거의 일과 쌓인 감정들을 한꺼번에 소환해 내어 화를 터뜨리고 있네요. 배려 없는 남편, 예의 없는 남편, 무능력한 남편, 남편이 저질렀던 여러 가지 사건들, 그것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 괘씸한 남편에 앞으로 햇살님의 미래에 닥칠 일들까지 예상해가면서 말이죠. 


햇살: 아무리 도움을 요청하더라도 이런 상황에서, 최소한의 안부도 묻지 않고 앞뒤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이렇게 일을 던지는 건 예의가 없는 거 아닌가요? 또 부탁하는 이 일은 내가 예전부터 계속해서 반대했던 일이라고요. 나랑 동의가 되지도 않았는데도 내 말은 듣지도 않고 혼자 잘난 척 일을 밀어붙이더니 꼭 이렇게 벽에 부딪히면 나한테 도와달라고 한다고요.  


그녀들: 남편분이 그 일을 시작할 때 햇살님의 동의가 필요했는데 햇살님은 동의해 주지 않았군요. 그럼에도 꼭 하고 싶은 일이었으니 혼자 해보려고 했는데 잘 안된 거고요. 이런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남편분의 마음은 얼마나 위축이 되어 있겠어요? 남편 입장에서는 햇살님의 이런 반응이 예상이 되니  전화도 못하고 이런저런 안부를 물을 자신은 없고 일은 처리해야 하니 메일을 그렇게 보낸 거 아닐까요? 


햇살: 남편이 일을 하는 방식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아요. 내가 보기에 분명히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는 일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들, 우리가 할 수 없는 수준의 일들을 그냥 혼자 멋대로 밀어붙인다고요. 지금까지 이런 일들이 수도 없이 있었고 그때마다 내가 항상 뒤치다꺼리를 했었어요. 저도 이제 지친다고요. 


그녀들:.  잠깐 숨을 한번 고르시고요. 이 사건 뒤에 숨겨져 있는 햇살님의 무의식을 한번 알아차려 보는 기회를 가져보면 어떨까요? 저한테는 이 사건을 대하는 햇살님 무의식이 이렇게 보이네요. 한번 들어보세요. 


1. 남편은 내 말을 들어야 된다.

(나는 옳고 남편은 틀렸다. 나는 사업에 대한 답을 알고 있고 남편은 그렇지 않다.)

2. 남편은 내가 동의하지 않은 일은 하지 않아야 한다. 

(남편은 부족하니 모든 일에 내 동의와 허락을 얻어야 한다.)

3. 그런데도 내 말을 듣지 않고 일을 진행했으니 이 일이 잘 될 리가 없다.

(내 도움 없이 남편은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다. 저주를 퍼부을 테다.) 

4. 도와달라고? 훗~거봐라 이럴 줄 알았다. 내가 없으면 일이 안되지 않냐. 

(역시 당신은 틀렸고 내가 옳잖아.)

5. 그럼 일단 나한테 과거에 있었던 모든 잘못을 사과하고 굽히고 들어와라. 그럼 내가 도와줄지 말지 생각해 보겠다. 

6. 뭐라고? 감히 사과도 한마디 없이 앞뒤 다 잘라먹고 그냥 일만 하라고? 

7. 내가 당신  시다바리냐고!! 미친 거 아니야?? 


순식간에 일어난 이런 사고의 흐름이 햇살님에게 격한 감정을 불러일으킨 것 같네요. 

그런데 햇살님! 햇살님의 생각의 패턴 그 어디에도 108배를 하며 기도했던 사랑, 겸손, 배려, 존중, 지혜가 보이질 않아요. 햇살님은 지난 한 달간 108배를 하루에 3번씩 하며 매일 '미안합니다. 용서해주세요, 고마워요, 사랑해요'를 주문 외우듯 하며 죽을힘을 다해 노력했다고 하지만 지금 보니 어떤가요? 스스로 변화가 느껴지시나요? 


햇살: (화가 나는데 딱히 반박할 말이 없다. 그래서 더 화가 난다.) 


그녀들: 남편분이 오죽 답답했으면 햇살님을 찾았겠어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혼자 했을 텐데 도저히 안되니 햇살님에게 도움을 요청했겠죠. 남편분은 이런 부탁을 하면 햇살님이 이렇게 화를 낼 거라는 사실까지도 알고 있어서 전화도 하지 않고, 메일을 보낸 거네요. 

자~ 도움을 요청한 것은 남편이고 햇살님은 이제 그 요청을 받아들이고 도움을 줄 건지 아닌지만 결정 하면 되는 거예요. 어떻게 할 건가요? 


햇살: 도와주고 싶지 않아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요. 계속 이런 식으로 사업을 해나갈 수도 이런 식으로 남편과 같이 살 수도 없어요. 


그녀들: 그럼 화를 내지 마시고 그냥 "이 일을 도와줄 수가 없겠다.'라고 답메일을 보내시면 되겠네요. 

매번 이런 식이었다는 것은 햇살님이 매번 이런 사고방식으로 반복해서 똑같은 사건을 대했다는 거고,  화를 내면서도 결국엔 남편분을 계속해서 도와주셨다는 거잖아요. 이번엔 화를 내지 않고 그냥 담담하게 도와주지 않는 방법을 선택해 보시면 어떨까요? 모든 일은 햇살님의 선택에 달렸어요. 


햇살: 그런데 제가 도와주지 않으면 일이 엉망이 될 거고, 재정적으로도 어려워질 거고, 우리 평판은 땅에 떨어질 거예요. 창피해서 더 이상 케냐에서 살 수가 없다고요. 


그녀들: 그러니 예전처럼 다시 도와주시는 걸 선택할 건가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화로 가득 찬 채로요? 

이 간단한 이메일 하나에 폭발한다는 것은 햇살님 마음속에 수많은 시한폭탄이 숨겨져 있고 누군가, 어디서라도 작은 불씨가 붙으면 핵폭탄 급으로 폭발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거예요. 지금까지 이 무거운 폭탄들을 매일 안고 살아가니 몸도 마음도 얼마나 무겁고 힘들었겠어요. 몸이 귀 통증, 어깨 통증으로 고통스럽다고 소리치는데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폭탄을 쌓아가는 선택을 하겠다는 건가요?  


햇살: 아~ 아니 아니 아니.. 그런 어린 석은 선택은 더 이상 하지 않을 거예요. 지금까지 했던 대로 계속하다가는 제가 미쳐버리고 말 거예요. 그냥 못하겠다고 메일 보내고 알아서 하라고 할게요. 저도 앞뒤 다 잘라먹고 그냥 용건만 간단히 적어 보낼 거예요. 


그녀들: 화가 올라올 때, 놓치지 않고 알아차리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프로그램화된 숨겨진 무의식에 자동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멈추어야 해요. 멈추고, 알아차리고,  자신을 제대로 보는 연습을 하세요. 


햇살: 내 무의식에 "내가 옳다"는 교만이 가득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겠어요. 그러네요 저부터도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네요. 여전히 내가 해오던 습관대로 행동하고 반응하고 있었네요. 내가 뭘 노력했다고 말하기가 부끄러울 만큼요.  멈추고 알아차리고 나를 제대로 보는 연습을 할게요. 아직 갈길이 한참이나 머네요. 


교만 : 남을 깔보고 자신을 높게 평가하여 반성함이 없고, 쉽게 우쭐거리는 마음을 뜻한다. 불교에서 비롯된 말로, 교만할 만(慢)자는 산스크리트 마나(Mana)를 번역한 것이다. 중생은 갖가지 번뇌로 인하여 업을 일으키고, 그 때문에 미혹에 빠진다. 불교의 최대 목적은 이 번뇌를 끊고 깨달음을 얻는 것이다.

교만: 그리스도교에서 하느님과 관련된 의미로 사용하는 용어로, 하느님보다 스스로 잘난 체하며 겸손하거나 온유함이 없이 건방지고 방자함을 이르는 말이다. 성서에서는 교만한 자란 하느님을 신뢰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이나 자신이 선택한 수단을 더 신뢰하는 자를 가리킨다. 

[네이버 지식백과] 교만 [驕慢]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 현재 나의 상태

수치심 30%: 나란 인간이 정말로 교만으로 가득 차 있었구나. 그러면서 남편을 항상 교만하다고 비난해왔어. 

용기 30% : 문제를 파악했으니 이제 해결책도 찾게 될 거야! 도전!!

자발성 40% :  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살진 않겠어. 멈추고 알아차리고 나를 제대로 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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