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춘기에게

by 아차산호랑이

정인, 혁오, 헤이즈 등 평소 음색이 독특한 가수의 노래를 즐겨 듣곤 한다. 그 중 볼빨간사춘기의 노래는 보컬 음색이 독특할 뿐만 아니라 잔잔하지만 때론 힘있는 가사가 일품이다. 하지만 2인뿐인 그룹 내부의 내홍과 갈등으로 안타깝게 1인 체제로 변경되고 그마저도 최근 메인보컬 안지영이 불안증세로 활동을 중단한 상태이다. 팬으로써 참 안타깝고 속상하다. 팀명처럼 잠시 사춘기를 겪는 것이리라 생각하며 쾌유를 빌고 싶다.


"사춘기..."


인생 최대의 질풍노도시기인 중. 고등학교 시절 많은 청소년들이 사춘기를 겪는다고 한다. 어린이에서 청소년이 되며 몸은 변하고 감정은 요동치고, 어른이 된 것 같은, 하지만 아직 무엇인가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은, 그런 혼란과 혼돈의 시기가 사춘기가 아닌가 싶다.


이런 관점에서 나의 청소년기를 돌이켜보면 나에게는 사춘기라는 시기가 없었던 것 같다.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사고도 안치고, 스스로 돌이켜보아도 그저 바르고 착한 아이였던 것 같다. 가끔 부모님과 대화를 나누어도 '우리 아들은 사고 한번 안치고 참 잘 자랐다'라는 말씀을 하시니 어찌됐든 나는 자타공인(?) 착하고 바른 아이였나 보다.


그러나 그 착하고 바르기만 했던 아이는 다 큰 성인이 되어 뒤늦은 사춘기에 빠져버린 것 같다. 대학생이 되어 열심히 스펙을 쌓아 극심한 취업난을 뚫고 회사에 취직했다. 그리고 어느덧 3년 반이 흘렀다. 마의 3년차라고 했던가. 사춘기에 빠진 아이처럼 요즘 회사생활은 내게 매일이 고민이고 매일이 혼란스럽다.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나는 무엇을 위해 야근을 하는가' ' 팀장님은 왜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가' '왜 사람들은 이렇게 정치적으로 행동할까' '회사생활에서 회식이 꼭 필요한가?'


사회 초년생으로서 회사에 적응하는 시기가 지나니 회사생활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과 불합리한 조직생활, 미래에 대한 불안이 엄습해 온다. 부모님을 비롯한 기성세대들에게 나의 이런 고민을 조금이라도 비추면 '배가 불렀다', '세상살이가 얼마나 녹록치 못한지 모른다'는 등 내 생각과 고민이 철 없다거나 끈기가 없다는 식의 피드백이 돌아온다.


그러나 나는 잘 안다. 지금 내 이런 고민은 내가 끈기가 없거나, 노력을 하지 않거나, 철이 없어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밀레니얼 이코노미'를 읽으며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게 이상하지 않다는 확신을 하게 되었다. 이것은 우리 한국사회, 밀레니얼 세대에게 주어진 구조적인 문제이라는 것을.


그리고 다시 생각해보았다.


부모님 세대와 달리 회사가 나를 평생 책임져주지 않고 회사 월급만으로는 집 한채도 마련하기 어려운 시대. 이런 시대에 과거 정답이라고 생각했던 '성실히 회사에 다니고 월급을 꼬박꼬박 모으는 삶'이 정녕 올바른 길일까 오히려 이런 정답과 같은 삶, 모두가 당연하다고 말하는 그런 삶의 모습이 끓는 물 안에서 천천히 죽어가는 개구리의 모습은 아닐까.


끓는 물 안에서 죽어가고 싶지는 않기에, 나는 더이상 고민을 멈추고 이제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있다.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고 세상이 정답이라고 하는 것에 반항하고 싶은, 그런 사춘기 같은 시기를 겪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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