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도 오래 꾹꾹 참으면, 무뎌져서 아픈지도 모른다는 걸,
1년간 열심히 준비했던 프로젝트가 잘 끝났고,
모두에게 칭찬받았고
마침내 한 숨 쉬며, 긴장의 끈을 내려도 되는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렸던 그 순간 ...
너무 애쓴 탓이였을까 ..
그동안 너무 꾹꾹 눌러왔던 감정 탓이였을까 ..
출근길 지하철을 타는 1시간내내
이유도 없이 눈물이 펑펑 났다.
정장을 멀쩡하게 입고 새벽 6시반 첫 차를 탄 아줌마가
세상이 무너진듯 ... 부끄러움도 없이
꺼이꺼이 참 많이도 울었다.
지금도, 왜 울었는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그 날의 기억 속 나는 ..
1시간 내내 눈이 퉁퉁 붓도록 울고 ...
지하철에서 내려서 택시를 타는 동안 쓱쓱 눈물을 닦고, 화장을 하고, 옷매무새를 다시 추스리며
회사 문으로 들어가는 순간
너무나 멀쩡하게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출근을 했다는 것.
평소와 똑같이, 동료들에게 밝게 인사를 건네고
평소와 똑같이 열심히 일하고 웃고 떠들고 그렇게 하루를 잘, 보냈다.
그리고 또 다시 지하철을 타면서
이번엔 울지는 않았지만
회색의 터널속으로 들어가는듯
나만의 굴속으로 들어가는듯
멍하니 서 있었다.
그리고, 집 앞에 도착하자, 출근 때 그랬듯이
너무나 다시 멀쩡하게
밝은 미소를 장착하고
아들의 이름을 큰 소리로, 밝게 부르며 집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00 아~ 엄마왔어 !!!! 보고 싶었어 우리 아들"
그 때는 정말 몰랐다.
그 다음날부터 매일의 출근길이,
눈물의 출근길이 될 줄은 ..
이유도 알 수 없는 눈물이 뚝뚝
수도꼭지처럼 이렇게 끝없이 계속해서 흐를 줄은 정말 몰랐다.
다만, 자기전 ...
"참 이상한 하루였어, 갱년기인가 주책이네 정말" 하고 단순하게 생각할 뿐이였다.
그때는 정말 몰랐다.
감정도 너무 오래 참으면, 무뎌져서
피가 철철 흘러도 모른다는 걸 ..
" 나 괜찮은데, 진짜 괜찮은데 ... 왜이러는거야 정말 주책맞게 ... "
" 나 진짜 괜찮은데 .. 왜이렇게 몸이 쳐지는 거야. 체력이 바닥난건가 "
마음이 고장났다고, 몸은 그렇게 SOS 신호를 보냈는데도
이유조차 모른체 무기력과 자책감에 빠져서
그렇게 내아이의 빛나는 다섯살과
나의 빛나는 서른의 마지막 가을을 흘러보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