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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laire 북클레어 Oct 26. 2024

[소설] 하얀 숲으로 가는 열쇠

준호는 계속해서 하얀 숲으로 갈 수 있는 열쇠가 되어줄 물건을 찾고 있었다. 상우는 준호가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무엇을 찾아다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상우가 눈사람의 환상을 보는 동안, 준호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동화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준호와 상우가 눈사람을 두고 몸싸움을 벌이던 중, 책장에 부딪혀 떨어진 책들인 것 같았다. 


책의 제목은 <하얀 숲의 아이들>이었다. 집에 하얀 숲과 관련된 책이 있었다니 놀라웠다. 왜 여태까지 몰랐었지? 책의 표지에는 아기 곰 한 마리가 중앙에 앉아있었고, 작은 새 한 마리는 곰의 어깨에 앉아있는 모습이 귀엽게 그려져 있었다. 준호는 상우가 들고 있는 동화책이 왠지 낯설지 않았다. 


준호는 눈사람에게 왠지 하얀 숲으로 가는 열쇠가 되어줄 수 있을 것 같은 동화책을 눈사람에게 내밀어보았다.


“젤리야, 혹시 이거 아닐까?” 준호가 조용히 물었다.


눈사람의 젤리 눈이 커져서 준호를 쳐다보며 말했다. “마음이 담긴 물건이야?”


“내 마음이 아니라, 아빠가 쓴 책이니까 아빠의 마음이 담겨 있을 거야.”


눈사람이 손을 갖다 대었다. 그림책에서 빛이 나면서 주위의 모든 물건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치 지진이 난 것 같았다. 땅이 꺼지는 느낌이 났다. 상우와 준호, 눈사람은 함께 어디론가로 떨어지고 있었다. 책 속으로 빠져드는 듯한 느낌이 났다.


“지진이 난 거야?”


“아-악!”


“지진이- 아니야- 다른 세계로- 가고- 있는 거야- 아악-” 눈사람이 소리를 치며 설명해 주었다.


아이들이 끝없이 떨어졌다.


아이들은 떨어져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상우는 엎드려있었고, 준호와 눈사람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분명히 동화책 속으로 떨어진 것 같았는데, 주위의 모습은 아까와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준호가 눈사람에게 물었다. 


“젤리야, 내가 잠깐 깜빡 졸았어…? 그냥 우리 집이잖아?” 


준호는 또 한 번 주위를 둘러봤다. 다른 곳이 있는지 믿을 수 없어 확인해 보려는 행동이었다. 분명 그들은 어디론가 떨어졌다. 하지만 왜 같은 곳에 있는 걸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드디어 하얀 숲의 초대로 하얀 숲의 세계로 온 거야!” 눈사람이 신나 방방 뛰며 말했다.


“여기가 다른 세계라고?”


“아까랑 똑같이 생겼는데?”


“난 느낄 수 있어. 내 눈결정체들이 말해주고 있어.”


준호는 눈사람의 말에 따라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무것도 변한 게 없어 보였다. 아까 전에 있던 거실의 모습 그대로였다. 


“이제 가는 방법만 찾으면 돼.”


“가는 열쇠만 찾으면 되는 게 아니었어? 가는 방법은 어떻게 찾아야 되는 건데?” 


“혹시 책에 안 써져 있어? 방… 방법이 있을 거야…. 그럴 거야…. 아마도….” 젤리 눈사람이 당황해하며 대답했다. 


“뭐야,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상우가 준호와 눈사람을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


준호가 눈사람이 들을 수 있도록 동화책의 내용을 크게 읽기 시작했다.




<하얀 숲의 아이들>


“어느 날, 평화로운 하얀 숲에 굶주린 포악한 늑대가 나타났어요. 늑대는 배가 고파 먹을 것을 찾아 헤매다 새들이 살고 있는 둥지를 찾아 알들을 잡아먹으려 했어요. 알들 사이에는 가장 먼저 태어난 아기 새가 숨어있었어요. 아기 새는 알을 먹어치우고 있는 커다란 늑대를 보고는 깜짝 놀랐어요. 아기 새는 깜짝 놀라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지만, 침착하게 소리를 지르지 않고 온 힘을 다해 둥지를 빠져나가려 했어요. 


하지만 알들 사이에서 빠져나가려는 순간, 늑대가 아기 새를 발견해 버렸어요. 늑대는 조금이라도 더 배를 채우기 위해 아기 새 쪽으로 몸을 기울였어요. 아직 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아기 새는 둥지를 빠져나가기 위해 높은 나무 위에서 뛰어내렸어요.


늑대가 바닥에 떨어져 나뭇잎 사이에서 숨어있는 아기 새를 찾으려 땅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고 있었어요. 아기 새는 너무 무서워 눈을 꼭 감은 채로 늑대가 자신을 찾지 못하고 가버리길 바라며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어요. 


늑대가 정신없이 나뭇잎을 뒤지고 있을 때, 늑대 뒤에는 커다란 곰이 나타났어요. 상황을 멀리서부터 지켜보던 커다란 어미 곰은 작은 아기 새를 잡아먹으려는 늑대에게 사라져 버리라며 우렁차게 소리쳤어요. 늑대는 자신보다 훨씬 큰 덩치의 곰을 보며 무서워 도망가버렸어요.


“괜찮아, 아가야. 이제 늑대는 없단다.” 어미 곰이 아기 새에게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아기 새는 목소리를 듣고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한쪽 날개를 다쳐 움직일 수 없었어요. 어미 곰은 바닥에 떨어져 일어서려고 바둥대고 있는 한쪽 날개를 다친 아기 새를 발견했어요.


어미 곰은 어미 새를 찾을 때까지 아기 새를 돌봐주기로 했어요. 어미 곰은 아기 새를 집으로 데려와 다친 곳을 치료해 줬어요. 아기 새는 어미 곰의 보살핌을 받으며 어미 새가 돌아오길 몇 날 며칠을 기다렸어요. 하지만 어미 새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어요. 어미 곰은 어미 새가 늑대에게 잡아먹혔을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아기 새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기로 했죠. 


어미 곰에게는 이미 가족이 있었어요. 아기 곰은 새로운 가족이 생긴 것이 좋았어요. 아기 곰은 어미 곰이 사냥을 나가면 언제나 외로웠거든요. 


아기 곰과 아기 새는 금방 친해져 서로에게 둘도 없는 가족이 되어주었어요. 아기 새와 아기 곰은 항상 서로를 챙겨주었어요. 둘은 어디든 항상 함께했죠. 아기 곰은 언제나 아기 새를 지켜주고 싶어 했어요. 아기 곰은 연약한 아기 새를 위해 먹을 것을 나눠주기도 했어요. 아기 새는 그런 아기 곰의 품에 안겨있곤 했어요. 보드라운 아기 곰의 털을 가장 좋아했거든요.


아기 새는 날지 못해 언제나 아기 곰 어깨에 앉아 세상을 구경했어요. 아기 곰은 아기 새가 좋았어요. 아기 새는 몸을 다쳐 연약했지만 누구보다 환한 미소를 가지고 있었어요. 아기 새는 다른 새들처럼 날지 못해도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았어요. 오히려 다른 새들과 달리 날개 없이도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며 좋아했어요. 아기 새는 날지 않고도 멀리 걷고, 멀리 뛰어다닐 수도 있었어요.


아기 새는 용감하기까지 했어요. 아기 곰은 늑대에게서 용기 있게 도망친 아기 새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했어요. 아기 곰은 그런 아기 새가 자랑스러웠어요. 아기 새는 빨리 찾아온 죽음의 그림자에도 두려워하지 않았어요. 아기 새는 이상한 냄새가 나는 병원에 가야 했지만 슬퍼하지 않았어요. 아기 곰은 언제나 자신보다 작고 약한 아기 새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하지만 가끔 아기 새도 다른 친구 새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가만히 앉아 그 모습을 지켜보곤 했어요. 아기 새는 아기 곰에게 솔직하게 말했어요. 가끔은 다른 친구들이 부러울 때도 있다고요. 


아기 곰은 날지 못하는 아기 새를 위로해 주기 위해 아기 새를 닮은 인형을 만들어주었어요. 인형으로 날지 못하는 아기 새 대신 작은 인형이 나는 것처럼 슈-웅 입으로 소리 내며 연기를 하며 놀았어요. 아기 새는 아기 곰에게 다른 인형들도 만들어줄 수 있냐고 물었고, 아기 곰은 둘이 충분히 가지고 놀 수 있도록 여러 인형들을 만들어주었어요. 


둘은 아기 곰이 만든 인형들로 현실에서 해볼 수 없는 상상의 놀이를 연극을 통해 마음껏 펼치며 놀았어요. 둘은 아기 새가 있는 병원에서도 인형을 가지고 놀며 매일매일 함께 신나게 놀았어요. 하지만 행복은 영원할 수 없었어요. 언제나 이별은 어느 한 곳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찾아와요. 이별은 누구에게나 약속되어 있어요. 아기 새는 그 약속을 잘 알고 있었어요. 


아기 새의 몸은 나아지지 않고 점점 나빠져만 갔어요. 아기 새는 하늘나라에 가서도 아기 곰에게 꼭 다시 볼 수 있을 거라며 약속해 주었어요. 아기 곰은 작은 아기 새를 지켜줄 수 없는 것이 슬펐어요. 아기 곰은 아기 새가 나아지길 바라며 항상 아기 새 옆을 지켰어요. 


어느새 아기 곰과 아기 새의 이별은 가까이에 다가왔고, 아기 새는 아기 곰에게 보여줄 것이 있다고 말해줬어요. 아기 새는 마지막 연극이라고 말해줬죠. 아기 곰은 마지막이라는 말이 싫었지만 어쩔 수 없이 아무 말 않고 아기 새의 이야기를 듣기로 마음먹었어요. 아기 새는 자신을 닮은 인형의 입을 통해 말했어요. 마음 따뜻한 어미 곰과 아기 곰 친구를 만나 너무 행복했다고요. 그리고 아기 새 인형은 날아가면서 소리쳤어요. 


“마음껏 슬퍼해도 괜찮아. 슬픔은 우리가 사랑했다는 증거니까. 사랑은 죽음보다 강해서 나는 언제든 널 찾아갈 거야.”


아기 곰은 꿈에서 깨어났어요. 아기 새가 보여준 연극은 모두 꿈이었던 거예요. 아기 새와의 이별에 울다 지친 아기 곰이 잠들어있던 것이었어요. 아기 곰은 아기 새가 꿈속에 찾아와 말해주고 싶어 했다는 것을 알았어요. 아기 곰은 아기 새가 앉아있던 어깨를 쓰다듬은 후, 아기 곰은 아기 새가 만든 아기 새 인형을 꼭 껴안았어요. 꼭 아기 새가 하늘나라에서 훨훨 날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




준호는 동화책을 읽고 나서야 어렸을 때부터 아빠가 들려줬던 이야기가 이제야 떠올랐다. 아빠는 항상 이별에도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면서 준호에 대한 아빠의 사랑도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해준 적이 있었다. 그리고 슬픈 일이 있을 땐 실컷 슬퍼해도 된다고 알려주었었다. 눈물에는 강한 힘이 담겨있다고 말해주곤 했었다. 어렸을 때 준호는 아빠의 얘기가 그저 재밌는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빠가 부재하는 세상에서 아기 새의 이야기는 뭔가 준호에게 말해주는 것 같았다.


눈사람은 준호가 책을 다 읽고 나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주위를 살펴보았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 책이 정말 열쇠가 맞아? 정말 우리가 다른 세계에 있는 거 맞아?” 준호가 눈사람에게 물었다.


눈사람은 고민했다. 분명 이 책이 맞는 것 같은데 더 이상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마음이 담긴 물건만 찾으면 바로 하얀 숲으로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하얀 숲님! 하얀 숲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세요!” 눈사람이 외쳐보았다.


하지만 역시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도대체 뭘 하는 거야?” 이번엔 상우가 눈사람에게 물었다. 상우는 지금의 상황이 아무것도 이해되지 않았다. 


“하얀 숲으로 갈 수 있는 지도를 찾아야 돼.” 준호가 눈사람 대신 상우에게 답해주었다.


“지도는 어디서 찾아?” 준호가 물었다.


“나도 모르겠어. 지도는 보통 열쇠를 찾으면 된다고 했는데…. 도대체 이제 어떻게 해야 되는 거야….” 

눈사람의 표정은 마치 녹아내린 듯 축 쳐져있었다. 


“정말 하얀 숲이라는 곳이 있긴 한 거야?” 준호가 회의적인 목소리로 눈사람에게 물었다.


“지도가 될 수 있는 모든 걸 찾아봐.” 눈사람이 답했다.


준호는 거실에 있는 책장의 책들에서부터 지도가 있는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아무리 뒤져도 지도처럼 보이는 것은 없었다. 아무리 찾아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아 준호와 눈사람은 거실에 대자로 뻗어 누웠다. 


준호와 눈사람이 지쳐 누워있을 때, 상황을 지켜보던 상우가 조용히 다시 동화책을 집어 들었다. 상우가 다시 동화책을 집어 들자 준호와 눈사람도 관심을 기울이며 상우를 바라보았다. 상우는 상우는 동화책 뒤편에 꽂아져 있는 종이를 발견했다. 종이를 펼쳐보았다. 종이에는 하얀 숲으로 가는 지도라고 크게 쓰여있었다. 지도에 쓰여있는 글자들이 갑자기 후드득 떨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단어들이 떨어져 책상 위에 쌓이더니 꾸물꾸물 쌓아져 올라갔다. 쌓아져 올라가 글자들이 건물과 도로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순식간에 검은색 단어들은 어느새 아이들이 살고 있는 동네 모습을 하고 있었다. 


“우와… 이건 가봐! 이거!”


준호가 소리쳤다. 준호가 눈앞에 펼쳐진 지도를 하나씩 자세히 살펴보았다. 버스가 다니고 지하철 역이 보였다. 특이한 점은 지하철역 안의 모습도 모두 투명하게 볼 수 있었다. 지하철들이 지나다니는 모습과 구불구불 복잡하게 얽히고설켜있는 철도길까지 모두 보였다. 지도 안에는 준호와 상우 그리고 젤리 눈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손바닥 위에 올려놓을 수 있을 정도로 작은 크기의 모습이었다. 둘은 준호네 집에서 가장 가까운 버스정류장에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 보였다. 


작은 준호와 눈사람의 앞에는 처음 보는 버스가 다가왔다. 버스는 아무 광고 포스터도 보이지 않는 온통 새하얀 색으로 덮여있는 버스였다. 눈인지 솜사탕인지로 만들어진 버스 같았다. 그들은 새하얀 버스에 올라타더니 어디론가 향해 갔다. 준호의 시선은 어디론가로 향해 가고 있는 버스를 보고 있었다.


“이것 봐. 우리가 이렇게 해서 가야 하는 건가 봐.”


“우릴 초대한 건가 봐.” 눈사람이 준호의 어깨 위에서 귀에 속삭이며 말했다. 마치 하얀 숲이 들리지 못하도록 말하는 것 같았다.


“우릴 초대해?” 


“응! 하얀 숲이 우리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 동화책은 하얀 숲의 초대장인 거야” 눈사람은 계속해서 귓속말을 말했다. 


“왜 우리를 기다려?”


“하얀 숲은 모든 걸 알고 있으니까. 우리가 찾아가려는 것도 이미 알고 있겠지.”


“와…”


버스는 눈이 내리고 있는 하얀 숲을 향해 가고 있었다. 준호는 버스를 보며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버스에는 창문이 없었다. 준호가 평소에 밖에서 보던 차들과는 달랐다. 하얀색으로만 뒤덮여 있을 뿐이었다. 이제 미니 준호와 미니 상우 그리고 미니 눈사람은 버스에서 내려 표지판을 보고 하얀 숲이 있는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하얀 숲에만 펑펑 눈이 내리고 있었다. 


“하얀 숲에만 눈이 내리고 있어.”


“하얀 숲이 이 세상 모든 눈을 만들어내는 곳이거든. 모든 눈들은 저기에서 태어나.”


아이들과 눈사람은 하얀 숲으로 발을 내디뎠고, 그 순간 눈앞에 펼쳐져있던 살아 움직이는 지도는 다시 종이 속 지도로 빨려 들어갔다. 준호를 둘러싸고 있던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지도는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이제 준호는 하얀 숲으로 어떻게 가야 하는 지까지 모두 알게 되었다. 


“너도 우리랑 같이 하얀 숲에 가자. 거기에 가면 소원을 이루어준대. 아빠를 다시 돌아오게 만들 수 있을 거야.”


“싫어, 난 안 갈 거야. 아빠는 돌아오지 않아.”


“그럼 마음대로 해. 난 눈사람이랑 하얀 숲에 갈 거야. 거기 가서 소원 말하고 올 거야. 가자, 젤리야.”


준호가 눈사람과 함께 길을 나서려 나뭇가지 손을 잡았다. 하지만 눈사람이 상우에게 다가와 말했다.


“여기는 이미 다른 세계야. 여기서 빠져나가는 거 외에는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우리랑 같이 떠나지 않는다면 넌 영원히 여기서 갇히게 되는 거야.”


준호가 물었다. “여기서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소원을 이루러 가는 방법밖에 없다는 얘기야?”


“응.”


“그걸 왜 이제 말해줘? 여기에 영원히 갇힐 수도 있다는 뜻이잖아.”


“갇히지 않을 거야.”


준호는 골치가 아프다는 듯 머리를 감쌌다. 석연치 않았지만, 이미 일어난 일이었다. 되돌릴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이들은 이곳으로부터 떠나기로 결정했다. 어쩌면 모든 것을 모두 고쳐줄 마법. 하얀 숲의 겨울마법을 찾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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