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
누구나 한 번쯤은 불러봤을 노래
누구나 어렸을 때 한 번쯤은 꿈꿔봤을 직업. 연예인.
화려하고 빛나는 겉모습과 달리 유독 우리나라에서 자녀가 연예인을 준비한다거나 예술가의 길을 가겠다고 하면 많은 부모들이 극구 반대를 하신다. 시대가 많이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모님들에게 이 직업은 '딴따라' , '배고픈 직업'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불안정한 직업이라는 인식이 깊숙히 박혀있다. 선호하는 배우자 직업 순위만 봐도 한눈에 알 수 있듯 1위는 여전히 안정성을 고려한 공무원을 선호하는 반면 , 유독 예체능 계열은 몇 년째 여전히 하위권을 웃돌고 있는 걸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보통의 취업처럼 자격증이나 준비서류만으로는 실력을 딱히 증명할 길이 없을뿐더러 고정적인 수입이 없는 '프리랜서'라는 것이 가장 불안한 점이 아닐까.
사실 나 또한 연예인이 꿈이었다. 직업으로 삼고 싶을 만큼! 나는 뮤지컬을 좋아했고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게 좋았다. 그리고 tv에 나와 유명해져야 그게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서 결코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어른들이 말하던 배고픈 직업이라는 말이 대충 어떤 뜻인지 알게 되었다. 직업이란 단순히 ‘좋아하는 일’로 삼기엔 현실적인 문제가 존재한다는 걸.
철없던 어린 시절 기획사만 들어가면 , 모두가 다 유명한 연예인이 될 줄 알았고 그들의 명성만큼 엄청난 돈을 벌 줄도 알았다. 하지만 주변에서 봐온 현실은 너무나 달랐다. 지금도 여전히 몇백 명의 연예인, 아이돌 지망생들이 꿈을 위해 달려가지만 혹독한 연습생 시절을 거쳐 데뷔를 한들 큰 빛을 보지 못한 채 방황하는 친구들이 수두룩했고 탑급 연예인, 탑급 아이돌이 되기란 하늘의 별따기였다. 회사를 위해 20대 청춘을 다 바쳐 수년간 가수 생활을 해왔지만 긴 연습생활 탓에 남들처럼 제대로 된 자격증 하나 없을뿐더러 모아 놓은 돈도, 벌어들인 수익조차 없었다.
연예인의 꿈을 꾸며 20대 때 화려한 외모와 함께 스크린에 조금씩 얼굴을 비추며 소위 잘 나가 보이던 친구들은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고정적인 월급 없이 오디션을 보러 다녀야 했고 , 남들이 매달씩 적금과 함께 4대 보험을 들어가며 나라에서 제공되는 여러 혜택을 받고 있을 때 그들은 그 어떤 혜택도 받지 못한 대상이 되어버렸다.‘보이는 직업'이라는 장점이자 큰 단점 때문인지 작품 활동을 하지 않을 때에는 혹여 대중들에게 잊히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불안함에 우울증에 걸린 친구들도 있었고 평소에도 본인이 무엇을 하는지 , 뭘 했는지 마치 대중들에게 보고하듯 타인의 지나친 인정과 관심에 목말라있는 친구들을 보면서 한편으로 안쓰러웠다. 그 모든 게 사실 결핍이기에.
주변 친구들이 하나둘씩 각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고 커리어를 쌓아가는 반면 , 언제 뜰지 모르는 불투명한 업계의 특성상 그 자리에서 한정된 분야와 능력으로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았지만 현실이라는 큰 벽에 부딪혀 점점 괴리감을 느끼는 친구들을 보면서 더더욱 느꼈다. 결코 '좋아하는 일'만으로는 모든 걸 채울 수가 없다는 걸. 결국 직업이란,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찾고 그걸 최대한 즐기는 것뿐이라고.
좋아하는 것은 그저 취미로 두라고. 나만의 탈출구처럼!
예를 들어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을 만큼 너무 좋아했지만 이게 나중에 직업이 되어 무조건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간주되는 순간 더 이상 이 노래는 예전만큼 즐겁지도 신나지 않았다. 지금 쓰는 글도 마찬가지다. 그저 단순히 좋아서 내 마음대로 원하고 싶을 때 글을 쓸 때면 그 행위 자체가 즐거우니 잘 써지기 마련인데 매달 마감기한을 두고 원고를 제출하고 , 도저히 떠오르지 않는 내용을 위해 머리를 쥐어짜듯 억지로 글을 써서 돈을 벌어야 한다면? 그땐 더 이상 좋아하는 일이 아니다. 그저 생계를 위한 수단일 뿐. 좋아하는 일은 좋아하는 것 그 자체로 두어야만 한다.
그래서 내가 잘하는 것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오랜 해외유학생활 덕분에 자연스럽게 외국어를 잘했고 , 영국에서의 홈스테이 생활과 상해 기숙사 생활 덕분에 다양한 나라의 친구들과의 교류에 능했다. 결정적으로 해외생활에 적응하는데 큰 두려움이 없었다. 이 세 가지를 살린 직업이 바로 해외생활을 베이스로 한 외국계 항공사였다. 나의 꿈의 도시 상해에서 다양한 나라의 승객 , 동료들과 함께 내가 가장 '잘'하는 언어를 활용하며 전 세계를 무대로 일하는 직업. 잘하는 것에 기준을 맞추다 보니 여러 가지의 진로가 눈에 보였고 그 후로는 그 직업에 부합하는 모든 조건을 갖추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직업이 되었다.
그럼 좋아하는 일은 직업이 될 수 없을까? 아니다. 될 수 있다. 굳이 tv에 나오지 않아도 1인 방송시대에 누구나 내 가 내 채널의 주인공이 될 수 있고 , 유튜브나 다른 플랫폼을 이용해서 충분히 방송을 할 수 있는 명실상부 개인 방송의 시대다. 평범한 직장인에서부터 여러 전문직종의 사람들이 자신만의 콘텐츠로 방송을 하고 그 취미와 장점을 살려 충분히 수익을 창출하는 시대가 되었다. 투잡 쓰리잡 아니 탠 잡도 가능한 시대다. 승무원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고 여행이라는 테마로 유튜브 방송을 하는 나의 경우처럼 말이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좋겠네’라고 노래를 부르던 시대는 끝났다. 핸드폰만 있다면 누구나 자신만의 분야에서 연예인이 될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우선순위를 두라는걸 말하고싶다. 내가 충분히 잘하는 것을 먼저 발견해 전문성을 키운 다음 , 취미로 다른 것을 시작해도 늦지 않다. 만약 내가 좋아하는 일로 몇 년간 고정적인 소득 없이 살아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일이 미치도록 좋다면 하면 된다. 하지만 더 이상 좋아하는 일이 앞으로의 진로와 생계를 걱정할 정도로 내게 큰 고민과 불안감만 가져다준다면 , 그땐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곰곰이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어쩌면 내가 생각지도 못한 다른 길을 안내해 줄지도 모르니까.
철없었던 어린 시절 유명한 연예인이 되기만을 꿈꿨던 지난날보다 잘하는 것을 재빨리 찾고 좋아하는 일을 함께 하는 지금이 더 행복하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그때 예술가의 길로 가지 않은 것에 대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만큼 행복하진 않았겠지!
ps.
그때 연예인을 준비했다면..
나는 지금쯤 무얼 하고 있을까.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까
문득 궁금해지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