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자의 장르
아이는 무엇이든 읽는 게 좋았다.
눈에 띄는 모든 문자를 읽었다.
하나하나의 낱말이 각각의 의미를 갖는 문자의 세계가 좋았다.
한 줄의 문장에 하나의 장면을 떠올리며 상상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아이는 자라 소설을 만났다.
상상의 여지를 좁히는 장편소설의 장황함은 싫었다.
이야기를 마치고도 긴 여백을 남기는 단편소설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단편소설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 세계였다.
다 적히지 않은 이야기를 짐작하며, 드러내지 않은 진심을 들여다보는 재미.
단편소설은 언제나 아이를 매혹시켰다.
다 드러내지 않고도 살 수 있었으면 했다.
다 말하지 않아도 나의 내면을 넉넉히 짐작해 주는 누군가가 이 세상에 존재했으면 했다.
단편소설의 세계를 탐색하는 사람처럼,
나를 응시하는 누군가의 따뜻한 눈길이 나의 이면을 적절히 읽어내길.
그리고 그와 끝나지 않는 세계 속에 함께 하길.
단편소설은 꿈꾸는 자의 장르이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무료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