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름다운 그림책은 시를 쓰지 않는 사람도 손쉽게 시인으로 만든다. 우리를 우리 삶의 주인으로 만든다. 한 권의 책을 읽었을 뿐인데 너무 큰 비밀을 알아버린 것 같다. 이것이 기적이 아니라면 무엇을 기적이라 부를 수 있을까. _안희연 시인
시인의 첫 시집에는 시의 불씨를 심어 불꽃을 피워올린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새의 심장』 은 인간의 말보다 바다의 말을 먼저 배운 소녀 나나가 시를 짓는 마음이다. 나나는 바닷가 모래 위에 파도가 읽고 지나갈 시를 쓴다. 파도는 먼바다로 시를 전하고 나나에게 보이지 않는 심해의 말을 들려준다.
하얀 밀가루로 시를 쓰는 소년 마르탱. 소녀와 소년은 가장 아끼는 보물을 서로에게 보여줄 수 있는 친구다. 둘은 조약돌 해변으로 달려가 바위 위에 앉아 끝없이 이어지는 바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시인은 어디에 있는 걸까?' '책 밖에도 시인이 살까?'
시간이 흐르고 나나는 시인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소년은 갓 구운 새의 모양 빵으로 작별 인사를 전한다. 늘 바쁘고 위태로운 도시, 나나는 마르탱에게 받은 새의 심장을 떠올리며 시를 쓴다.
눈을 감으면 바닷속 물고기처럼 시 속으로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나나가 보인다. 하늘을 나는 새처럼 시 안에서 날아오른 나나의 날갯짓이 바람을 가른다.
이 책은 작가가 시인의 영혼을 간직한 모든 이에게 보내는 편지다. 그림책에는 페이지 번호가 없다. 이야기의 흐름을 볼 수 있다면 어디를 펼쳐도 괜찮다고 말하는 듯하다. 작가가 그려놓은 세상이 날개가 되어 또 다른 세계로 우리를 데려간다. 그림과 글 사이, 여백마다 파도가 치고 바람이 불어오고 하늘과 바다가 스며든다.
언제부터 해가 뜨고 지는 게 당연한 일이 되었을까. 그저 당연하다 여기니 당연해졌을 뿐. 해가 뜨고 아침이 오는 것도, 매일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는 것도. 세상에 당연한 건 아무것도 없는데.
시는 답이 아니라 질문에 가깝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질문에 보이지 않는 문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바다에서 태어나 도시로 여행을 떠난 소녀가 숲에서 깨달은 시의 마음. 『새의 심장』은 우리가 잊고 있었던 시에 다가가는 길을 알려준다.
수박을 먹는 오후, 해를 닮은 수박을 먹을 때 느껴지는 풋풋한 달콤함을 이야기한다. 무심코 지나치던 일상이 반짝이며 살아났다. 늦가을 감나무에 새의 심장을 까치밥으로 남겨 놓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