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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고 Jan 15. 2023

마음은 꺾이지 않았는데 나이가 꺾였다

나이 예고편

날이 갈수록 제대로 걸어보지 못한 길에 대한 갈증이 커졌다. 그래,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더라.

 길이 험난하더라도 나의 걸음으로 반듯하게 다져질 거란 희망회로를 돌리며, 올해는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에 이력서를 다시 지막 거렸다.


요즘 인터넷 플랫폼은 쓸데없이 친절하다.

이름옆에 자동세팅된  나이는( 앞자리가 바뀌어있는) 한 시절이 꺾였음을 적나라하게 고백하고 있었다.


숫자의 힘은 대단하다.

대학에 막 입학할 때처럼 설레고 꿈에 부풀었던 마음에 위기가 찾아왔다.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뭐든 안될 것 같은 기분이다.


위로받으면 위기가 더 확실해질 것 같다.

위로를 가장한 놀림 정도를 받고자 동생을 찾았다.

나보다 한 살 어린 동생에게 멘트 없이 그 화면만 캡처해서 보냈다.

누나는 이제 꺾였다. 담담히 고백이라도 하듯..

누구나 꺾인다. 너도 그렇다. 경고라도 하듯..


동생의 답은 의외였다.

이것은 '7월이면 끝나는 나이 예고편'이라는 것.

 

그러니까 7월부터 한국도 만 나이 계산이니, 7월이 되면 다시 한살이 줄게 된다는 소식.

다시 줄어든다고?

풀 죽어 꺾인 마음이 다시 빼꼼히 고개를 든다.


숫자의 힘은 대단하다. 어쩌면 별것 아니다.

나라는 본질은 그대로인데 숫자 하나에 이렇게 마음이 달라지는 것을 보면, 마음먹기 나름이겠지.


동생이 조카들의 돌잔치 소식을 알려온다.

아, 나이 들어하지 못하는 건 돌잔치 정도겠구나.

(필자의 돌잔치 사진이 없어, 안 한 걸로 추정)

돌쟁이들은 하지 못하는 나는 할 수 있는 것들을 떠올리며 말도 안 되는 우월감을 갖는다.  

나이를 거꾸로 먹었나 보다.


나이는 숫자

마음이 진짜

가슴이 뛰는 데로 가면 돼

- 요즘 필자가 꼳힌 아모르파티


뉴진스도 좋지만 김연자도 좋다. 

여전히 끄적이는 것을 좋아하고 불완전한 것들을 애정한다.

나이가 들며 조금 변했지만 여전한 내가 있을 뿐.

세월도 빼앗지 못하는 다정함을 간직한 채 살아야지.

꺾이는 것은 나이일 뿐,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당신의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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