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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살 Aug 03. 2021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회사가 나인지 내가 회사인지 모르겠어요

21살나는 6월을 마지막으로 회사를 그만뒀다.


마지막 출근날은 다른 때와 똑같이 업무 전화를 받고, 변경된 사항을 동료 직원들에게 공유했다. 아침에 드리는 자금 보고도 평소같이 상부에 보고를 했다. 마지막 날인데도 구글챗 메시지는 쉴 새 없이 울렸다. 마지막까지 날 가만두지 않겠다는 듯이 말이다.


회사 직원들 모두 과다한 업무에 지쳐있던 회사였기 때문에 송별회는 퇴사하기 전 주 마지막 금요일에 미적지근하게 끝났다. 고기가 구워지는 소리만 조용히 들렸고 다들 간간히 고생했다는 말이 오가며 송별회는 끝이 났다.

내가 다녔던 회사는 점심시간에 대표님과 밥을 같이 먹으면 업무 이야기가 주된 대화 주제였고, 대표님께 동조하는 직원들 외에 나머지 직원들은 조용히 밥만 먹는 회사였기 때문에 예상했던 결과였다. 한편으로는 마지막 날까지 내게 미적지근 대하는 회사에 서운한 맘이 들었지만 스스로를 달랬다. 개인 사정으로 퇴사하는 거였지만 말이다. 주변에서 코로나 시국에 왜 멀쩡한 회사를 그만두냐고 질책을 받았다. 그때마다 내 대답은 간단했다.



저를 위해서 일을 하려고요


나를 위해 일한다는 말을 풀어서 설명해보자면 이젠 회사에 내 노동력을 소비하지 않고, 그 노동력과 시간을 온전히 나에게 쓴다는 말이다. 내 하루를 더 이상 회사가 아닌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채우기로 결심하고, 내 결심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 과감히 사직서를 던진 것이다.


나를 위해 일을 하겠다고 다짐하게 된 계기는 4월 힘든 부가세 신고를 끝내고 연차를 결재받아 쉬던 날이 시발점이 되었다. 연차 날, 눈을 떠보니 오전 10시였다. 끼니를 대충 때우고 다시 침대에 가만히 누웠다. 세상이 참 고요했다. 내 하루에서 회사를 빼보니 남는 시간이 참 많았다. 내일 회사 출근하기 싫다. 상사 얼굴 보기도 싫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결국 질문 하나가 내 머릿속에 떠올랐다.


왜 내 하루는 회사로만 채워져 있지?


일만 하기에도 너무 바쁜데, 내가 좋아하는 걸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한 거 아닌가? 꼭 돈은 회사를 다녀서 벌어야 해? 다른 방법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회사를 다니다 어쩌다 한번 쉬는 휴가, 그리고 챗바퀴처럼 돌아오는 주말 이틀로 만족하라고? 아니, 난 만족 못할 거 같아. 퇴사하고 하루를 온전히 나에게 써서 내 월급보다 더 많은 소득을 만들어 자유를 만들어 보자. 그럼 오늘 내 하루 온전히 내 것이 될 수 있어 라고 생각이 들자마자 책상에 앉아 퇴사 후 플랜을 구성했다.


퇴사 후 버킷리스트가 어느 정도 채워지자, 망설임 없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또한 이때는 개인 가정사가 겹쳐 심리적으로도 많이 지쳐있던 때라, 퇴사 후 휴식도 할 겸 퇴사를 하는 걸로 하고 6월을 마지막으로 내 회사 생활은 마무리가 되었다.



저를 위해서 일을 하려고요


회사를 그만둔 지 1달이 지났다. 1달 사이에 나도 모르게 많은 걸 시작했다.


1.  유튜브를 시작해 7월 1달 동안 일상 영상 4개를 업로드했다.

2. 블로그 누적 조회수 28,000회 달성에 성공했다

3. 인스타그램도 새로 시작했다!

4. 건강을 위해 개인 PT를 시작했다.


이 정도로 일을 진행했다고 볼 수 있겠다. 앞으로는 좀 더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나 자신은 뭔지 나와 대화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한다. 언젠가 더 자유로운 날이 올 때까지, 셀프 워커(Self Worker) 김 하살의 기록을 모두가 응원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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