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 여행
칼스루어 호텔에서 체크아웃 후 큰 짐을 맡기고 우리는 다시 슈투트가르트로 향했다.
전날에는 비가 꽤나 오는 탓에 시내를 거의 돌아보지 못해서 이번엔 바로 시내로 가서 이곳저곳을 돌아보기로 했다.
다행히 오늘은 비가 오지 않았다. 햇빛은 뜨거웠지만 전날 내린 비 때문인지 살짝 서늘한 기운이 있는 정도의 기온이라 많이 걷기에도 부담이 없는 날씨였다. 이번에도 우리는 목적지 없이 시내 이곳저곳을 그냥 걷기로 했다.
걷다보니 작가 개인이 운영하는 것 같은 작은 미술관 같은 곳이 있어 들어갔다. 팝아트처럼 다양한 이미지, 캐릭터, 오브제로 만들어진 작품들이 주를 이뤘다.
어제는 고전 미술작품들을 오늘은 이런 현대적인 작품을 연달아 보다보니 내가 무슨 꽤나 예술적인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랄까.
당연히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것 같았다. 큰 작품은 살 돈도 여유도 없다보니 관련된 굿즈라던가 그런게 있었다면 구입하고 싶었지만 작은 굿즈는 거의 없었다.
미술관에서 나와 아래쪽으로 걷다보니 각종 명품숍이 즐비한 쇼핑거리가 있었다.
요즘은 쇼핑을 거의 온라인으로만 하다보니 이렇게 쇼윈도를 구경하는 것만해도 굉장히 새로운 느낌이었다. 프라이부르크에서는 조그마한 소품샵이나 빈티지 느낌의 작은 가게들의 쇼윈도만 구경했었는데 오랜만에 이렇게 으리으리한 쇼윈도를 구경하는 재미도 꽤나 쏠쏠했다.
유럽답게 역시나 여기도 넓은 광장 등장. 지금 사진으로 다시보니 그렇게 크게 보이지 않는데 실제로 갔을때의 느낌은 사진과 매우 달랐다. 크고 웅장한 느낌. 정갈하고 단정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화려한 인상을 주기도 하는 건물의 느낌이 색달랐다.
슈투트가르트는 골목을 돌아 한번씩 꺽어질때마다 크고 작은 광장들이 등장했다. 좁은 골목인가 싶어 걷다보면 갑자기 햇빛이 확 쏟아지는 광장이 등장한다.
점심을 먹고 걷다보니 이런 건물도 발견할 수 있었는데 겉모습은 그냥 잘 꾸며놓은 빌딩같은데 이 빌딩 안쪽 거리에는 카페, 식당뿐 아니라 다양한 소호몰이 입점해 있는 작은 쇼핑거리였다.
재미있는 가게들이 많아 꽤 오랜시간을 이곳에서 보냈다. 다시 슈투트가르트에 가게된다면 그땐 이곳에서 브런치도 하고 쇼핑도 하는 시간을 좀 오래 보내보고 싶다.
오늘은 다시 프라이부르크로 돌아가야하는 날이기 때문에 시간의 여유가 많지 않았다. 시내를 돌아보고 다시 우리는 중앙역 근처로 돌아왔다.
길고 길 것 같았던 독일에서의 체류일정도 슬슬 끝나간다. 서울에 가면 아마 몇 주는 그냥 쉴 것 같고 그 뒤에는 다시 일을 시작해야한다. 다행히 협상중인 프로젝트가 있었고, 특별히 조건이 맞지 않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아주 큰 이변이 없다면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돌아가서 다시 안착할 수 있는 환경이 약속되어 있다는 것은 분명히 감사한 일이다. 다만 어딘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 그땐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그냥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암담한 것이겠지
또 매일 바쁘고 정신없이 살아야하는 날들 때문에 지레 겁을 먹은거겠지
그래,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닐거다.
근데 그것만이 전부는 아닌 것 같다. 내 안의 깊은 어딘가에서 무슨 말인가를 하고 싶은 것 같은데 입밖으로 한마디 나오지도 않고 그게 어떤 말인지 감도 안잡히는 이상한 답답한 기분.
프라이부르크로 돌아가는 길은 멀진 않았지만 우리 모두 좀 지쳐있기도 했고, 무엇보다 나는 원인을 알 수 없는 갑갑함 때문에 조용히 돌아왔다. 며칠 뒤에는 스위스에 사는 친구 동생 집으로의 여행, 그 뒤엔 다시 한국으로... 근데 진짜 이렇게 돌아가는 거, 괜찮은걸까? 고작 여행인데 내가 이 이 여행에서 뭔가를 얻으려고 했던 것인가? 해도 답이 없는 질문을 그렇게 속으로 되뇌며 나는 프라이부르크로 돌아왔다.
#슈투트가르트 #여행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