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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체른

스위스에서의 2박 3일

by 첼라

잠을 설치는가 했지만 그래도 제법 쾌적한 잠을 잤다. 다만 잠이 너무 일찍깨서 씻고 화장까지 하고 나와 아침 산책을 조금했다. 여전히 생각은 많았지만, 오늘은 나에게 로망처럼 자리잡고 있었던 루체른으로 가는 날이다. 로망이란 것이 대단한 것은 아니고 중학교때 즐겨봤던 만화 중에 남자 주인공이 스위스에서 살다온 사람이라는 설정이 있었는데 그 일러스트가 루체른의 카펠교를 배경으로 남자 주인공이 서있는 그런 모습이었는데 그 이후로 루체른이라는 도시의 이미지로 남아있었다.


아침식사


친구분께서 부지런히 아침상을 차려주었다. 커피와 주스, 빵, 치즈, 햄. 간단하지만 넉넉하고 따뜻한 아침 식사였다. 오늘도 날씨가 너무 좋아 햇볕이 내려쬐는 테라스에서 먹는 아침이 로맨틱하게 느껴졌다.




친구분이 함께 가주지 않았다면 아마도 우리는 기차와 버스를 타고 갔었어야 했을텐데 이 분이 동행해주신 덕에 편하게 차로 돌아다닐 수 있었다. 무엇보다 현지인 픽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포인트를 잔뜩 돌아볼 수 있었다.


물 색깔 실화인가요


첫번째로 간 곳은 호수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곳이었는데 특별히 어떤 표지판이나 시설이 있는 곳은 아니었다. 아는 사람들만 오는 곳 같은 그런 느낌이었는데 산 중턱에 서서보면 환상적인 풍경이 한 눈에 내려다 보였다.


루체른 시내


루체른에 도착한 순간부터 입을 다물 수 없는 풍경들이 펼쳐졌다. 특히 목조다리는 카펠교만 있는 줄 알았는데 강을 끼고 크고 작은 목조다리들이 꽤 많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특히나 어디서 봐도 물 색상이 뭐라고 말할 수 없을만큼 환상적이었다. 제법 물살이 센 구역이 있어서 가까이 다가가면 시끄럽다는 생각이 들만큼 거센 물이 흘렀다.



독일의 자연이 쨍하고 맑은 느낌이라면 스위스는 거기에 살짝 더 톤을 올린 것 같은 환상적이고 낭만적인 느낌의 풍경이었다. 분명 꽤나 도심이다보니 차도 많고 그만큼 사람도 많았지만 역시나 공기가 청량한 느낌이 드는 것이 신기했다. (기분탓인가) 다만 이 날의 날씨는 너무나 더웠고, 햇빛도 심각하게 뜨거웠다.


빈사의 사자상


루체른하면 카펠교만 생각했는데 친구분의 안내로 어지간한 관광스팟은 모두 돌아보게 되었다. 특히 빈사의 사자상은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던 곳인데 이곳엔 한국, 중국 등 아시아 관광객이 특히나 많았다. 유럽의 실망하는 3대 어쩌고 뭐 이런데 꼽히는 곳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기대없이 마주쳐서일까. 나는 생각보다 인상적이었다. 특히 이 공원 특유의 그늘진 풍경과 연못에 반사된 조각상의 모습이 생각했던 것 보다 디테일해서 놀라웠다.



손으로 퍼마셔도 될 것 같이 물이 맑다


도심을 쭉 걸어 호수 근처의 벤치에 앉아 쉬기도 했는데 이날은 너무 더워 나무 그늘 밑에 앉아도 많이 시원하지는 않은 정도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번 일정을 통틀어 가장 더웠던 날의 1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여기가 카펠교


그렇게 도심을 쭉 걸어 드디어 카펠교에 도착했다. 많은 관광객들로 인해서 어린 시절에 보았던 일러스트와는 다른 분위기였지만 목조다리 양 옆으로 가득한 꽃과 그 밑으로 흐르는 환상적인 물 색깔때문에 몇번이고 선글라스를 내려서 보기를 반복했다.




루체른을 한바퀴 돌아보고 친구분의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은 친구분의 여자친구분이 오시기로 했고 같이 저녁을 하기로 했다. 볕이 너무 뜨거운 시간에 종일 돌아다니다보니 좀 지친 상태라 동생도 나도 잠시 쉬기로 했다.


라클렛


저녁 식사는 라클렛이었다. 나는 처음 먹어보는 스위스 요리였는데 치즈를 녹여 고기, 감자, 빵 등을 찍어먹는방식의 요리였다. 조금 낯설기는 했지만 재미있는 방식의 요리였다. 다만 이 날의 나는 너무 많이 지쳐있었는데 결국... 사고를 치고 말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도 더위를 먹었던 상태인것 같기도 하고, 정리되지 않은 머리속 때문인지 어느 순간부터 음식이 제대로 넘어가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맞은 편에 앉은 동생에게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는 친구분과 그분의 여자친구까지 함께하고 있었는데 동생과 나 사이에 싸늘해지는 분위기로 인해 점점 더 대화 없이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그 날의 저녁식사 자리는 그렇게 엉망진창으로 끝났다.




당연히 잠이 잘 올리가 없다. 얕는 잠에 들었다가 깨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새벽 일찍 일어났다. 대충 씻고 짐을 싸두고 내려와 아침 산책을 했다. 남의 집에서 도대체 나도 무엇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없을만한 일을 해버려서 내 스스로가 가장 어이가 없었다.



숲길을 걸으면서 아침 산책을 꽤 길게 했지만 아무것도 정리되지 않았다. 엄한 담배만 괜히 피워대다가 다시 친구분의 집으로 돌아왔다.



아침에 잠깐 동생에게 대화를 시도해보았지만 맘이 단단히 상해버려 별다른 이야기는 나누지 못했다. 나도 그녀에게 뭐라고 말을 해야할지 알 수가 없어서 몇번 시도 후에는 그냥 입을 다물어버린 상태로 프라이부르크로 돌아왔다. 프라이부르크에 도착해서 나는 호텔로, 동생은 집으로 서로 인사도 하는둥 마는둥 하면서 헤어졌다.


호텔로 돌아오는 나는 그대로 침대에 누워 잠들어버렸다. 늦은 밤에 설풋 잠이 깼는데 불덩이처럼 몸이 뜨거웠다. 귀찮았지만 일어나 겨우 씻고,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몇 번 휴대폰을 들여다보았지만 동생은 연락이 없었다. 몇 번 메시지 창을 열어서 메시지를 보낼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그만두었다. 새벽까지 휴대폰을 들었다 놨다 하다가 쓰러져 잠이 들었다. 무엇을 어떻게 풀어야힐지 나도 모르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루체른 #스위스 #여행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