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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YK Oct 10. 2024

작은 여행길에 만난 오르막, 내리막, 그리고 평지.

산사를 찾으며 삶의 의미를 만나봅니다.  

하루하루를 산에 오르는 것처럼 살아라.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등반하되 지나치는 순간순간의 경치를 감상하라. 그러면 어느 순간 산 정상에 올라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며, 그곳에서 인생 여정 중 최대의 기쁨을 누릴 것이다. <해럴드 V. 멜처트>


휴일 새벽에 잠에서 깹니다. 숙소와 가까운 곳에 가보고 싶었던 사찰이 있었습니다. 가벼운 옷을 입고 운동화를 신습니다. 사찰로 향합니다. 가을바람이 선선하고 상쾌합니다. 서울에서 느낄 수 없는 공기의 깨끗함이 느껴집니다.


고성에 금강산 줄기에 맞닿은 '화암사'라는 사찰입니다. 입구에 주차를 하고 산사를 향해 걸어갑니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걸어 올라가는 길에 돌에 새겨진 수도승들의 시들이 있습니다. 걸으며 사색하라는 의미입니다. 사찰로 들어가기 전 많은 번뇌를 던져버리라는 의미인 듯합니다.


걸어가며 산에서 내려오는 물소리가 귀를 청명하게 씻겨 줍니다. 소리의 청명함이 마음까지도 깨끗이 씻겨주는 듯합니다.


사찰을 천천히 둘러보며 산사의 운치를 조용히 느껴봅니다. 지금은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지만 예전에는 이곳까지 찾아오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처럼 길들이 잘 정비되어 있지 않았을 것이고 산세는 더욱 험했을 것이기 때문에 인적은 드물었을 듯합니다.


산사의 고요함은 마음속에 있는 잡념들을 조금씩 떼어 내어 줍니다. 산사의 미륵전이 있는 곳으로 올라가 산 아래를 내려다보니 속초와 고성이 한눈에 다 보입니다. 저 멀리 구름 속에 해가 나오려 하고 바다가 보입니다. 이곳에서는 모든 자연의 모습이 평온해 보입니다.


https://brunch.co.kr/@woodyk/1013





사람들이 살아가는 인간 세상은 복잡하고 시끄럽고 서로가 연결되어 번잡함을 준다면 조용한 산사의 풍경은 자연 속에 자신을 겸손하게 하는 듯합니다. 요즘은 산사도 상업주의적 비즈니스가 많이 접목되어 '돈'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지만 자연이 감싸고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을 평온하게 해 줍니다.


화암사 옆 길을 따라 오르면 '신선대'가 나온다는 푯말이 보입니다. 조금은 망설여집니다. 지인 이야기로는 신선대에 오르면 울산바위가 바로 정면으로 보인다며  30분 정도만 오른면 된다고 말해 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 30분이면 등산화 없이 운동화로도 오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산행길을 갑자기 선택합니다.


 오르는 길이 산사에서 2km 정도 되는 곳이라는 표시가 있습니다. 가볍게 오를 수 있다는 말만 믿고 오르기 시작했지만 가파른 오르막이 계속 이어지자 입에서 힘들다는 말들이 의도하지 않아도 흘러나옵니다.


오르막길이 계속됩니다. 경사도 가파르고 다리에 힘이 들어갑니다. 안 쓰던 다리의 근육들이 아프다고 아우성입니다. 참고 올라갑니다. 중간에 내려오는 것은 후회를 남길 수 있습니다. 올라가기로 결심했으니 신선대가 어떤 곳인지를 보고 싶다는 집착이 생깁니다.


올라갈수록 더욱 가파릅니다. 가볍게 보았지만 오르막은 가볍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산세의 기울기만큼 사람의 몸을 괴롭힙니다. 평상시 등산을 하지 않다 보니 쓰던 근육들이 너무 힘들어합니다. 


산을 오르는 힘든 시간에도 잠시 위안이 되는 것이 있습니다. 계곡물들이 흐르며 돌과 부딪히며 내는 물소리입니다. 잠시 물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다시 오르기 시작합니다. 올라가다 지칠 즈음에 방향과 남은 거리를 알려주는 이정표가 있습니다. 사람이 많지 않기에 걸어가는 길이 맞는지 조금씩 의심하게 되지만 이정표는 그런 의심을 버리게 합니다.



정상이 가까워지니 오르막 경사는 더욱 심해지고 다리의 고통 수치가 올라갑니다. 누구에게는 가벼운 운동일수도 있지만 등산을 자주 하지 않던 근육들에게는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이 지속됩니다. 오르막길은 누구에게나 힘듭니다. 고통이 따릅니다. 하지만 고통스러운 과정 없이 어찌 자신이 보고 싶은 곳을 볼 수 있겠습니까!


오르막 길이 지속되다 잠시라도 쉴 수 있는 평지가 나옵니다. 산에서 평지는 그렇게 오래가지는 않습니다. 잠시의 평온함이 힘듦을 달래줍니다. 잠시의 평온함을 유지하다가 다시 오르막이 다가옵니다. 앞을 보니 아직도 한참 남았습니다. 다리의 흔들림을 다시 잡고 걷기 시작합니다.


지인의 30분 정도라는 말은 다 거짓입니다. 1시간 정도를 쉬지 않고 올라갑니다. 드디어 앞에 정상이 보입니다. '신선대'에 도착하니 정면에 '울산바위'의 풍광이 병풍처럼 펼쳐집니다. 이거 하나 보러 온 것은 아닙니다. 그냥 이곳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함이 여기까지 걷게 한 것입니다. 무엇을 얻어가려는 과정이라기보다 이곳이란 곳을 알고 싶었을 뿐입니다.



올라오니 가슴은 뚫리는 듯 시원합니다. 날씨 또한 너무 좋습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선함이 마음을 단정하게 정리해 줍니다. 이젠 내리막 길만 남았습니다. 내리막 길 또한 산세만큼 거칠고 위험한 과정입니다.


내리막 길을 걸어가기 전 단단한 나무 가지 하나를 줍습니다. 발을 딛기 전 지탱할 수 있는 지팡이 역할을 위함입니다. 돌과 산세가 내리막 길에 위험함을 말해줍니다. 앞을 똑바로 보지 않으면 위험합니다. 오히려 올라가는 것은 위험보다는 근육의 고통이 있었다면 내리막은 다칠 수 있는 위험 요소들이 더 많습니다. 겸손하게 자신의 힘을 내려놓고 천천히 지팡이와 주변의 나무들에 의지하며 내려와야 합니다.


멀리 보이는 곳을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발 디딜 곳을 찾아 천천히 행동해야 합니다. 딴생각 없이 자신이 발을 둬야 할 곳만을 바라보며 겸손해야 합니다. 집중하고 집중해야 합니다. 그리고 지팡이에 의지하며 다리에 무리가지 않도록 내려와야 합니다.


정상까지 오르막이 존재하는 곳은 늘 제자리로 돌아가는 내리막이 존재합니다. 오르막에는 온몸의 에너지를 강렬하게 소진하는 시간이라면 내리막은 힘이 빠진 상태로 위험요소를 확인하며 조심해서 내려오는 과정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등산을 인생에 비유하며 오르막, 내리막, 그리고 평지를 이야기합니다.


오르막의 과정에는 인내와 꾸준함이 존재하지만 내리막의 과정은 힘이 빠진 상태의 자신을 인정하며 겸손하게 내려오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평온함을 느낄 수 있는 평지를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화암사에서 신선대까지 왕복 2시간 거리를 우연찮게 걸었습니다. 가는 길은 혼자였지만 오히려 내려오는 길은 혼자가 아닌 듯했습니다. 힘이 필요한 오르막에서는 인내가 필요하지만 힘이 빠진 내리막에서는 오히려 주변을 보며 겸손해야 한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인간은 결코 산을 정복하지 못한다. 우리는 잠시 그 정상에 서 있을 수는 있지만 바람이 이내 우리의 발자국을 지워 버린다. <알린 블럼>


산사의 평온함과 등산로의 격렬함이 만나 삶의 오묘함을 느껴보는 하루였습니다.


혼자 걷는 오르막 길이 새로운 도전이고 힘이 필요한 구간이었다면 언젠가는 내려오는 내리막 길은 힘을 빼고 주변을 살피며 내려와야 하는 구간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산의 청명함과 계곡물의 음률이 몸속에 있는 쓸모없는 먼지들을 제거 해줘 몸이 오히려 가볍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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