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하신 임원분들이 모이셨다. 30년 이상을 근무하시고서 이제는 회사를 떠나시는 시간이 되었다. 아쉬움은 뒤로하고 또 다른 삶을 준비하셔야 하는 분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했다. 회사에서 느꼈던 감정들, 살아오면서 회사라는 의미를 말하시며 또 다른 삶을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하신다. 한 직장에서 30년 이상의 시간을 동료들과 보내온 시간이 지금까지는 전부였을 것이다. 몸에 이미 그런 습관들이 배어 있어 다른 삶이 낯설고 어색할 것이다. 그래도 한 회사에서 30년이란 시간을 갖게 해 준 회사도 고마울 뿐이다. 지금은 30년이란 숫자는 신화적인 시간이 되었다. 젊고 신선함이 모든 회사의 트렌드가 된 이 시점에는 떠나시는 분들 자체의 근무기간은 신화적인 숫치가 되었다. 근무기간의 짧은 주기가 이젠 대세가 되어 가는 분위기라 더욱 그분들에게는 값진 시간이셨을 것이다.
임원이란 자리가 쉬운 자리는 아니다. 오랜 시간 쌓아 왔던 역량을 인정받아 0.8%의 관문을 뚫고 대기업의 임원이 되는 것이다.
100명에 0.8명 수준이라니 정말 어려운 과정을 뚫고 이룬 자리이다. 각자의 인성과 사람됨이 다르지만 임원이 되었다는 것은 개인과 가족에게는 매우 기뻐하고 좋아할 일이다. 회사에서 일을 하며 만났던 사람들의 도움, 치열하게 싸우며 이루었던 업적, 힘든 과정을 같이 힘써주었던 동료들, 그리고 이끌어 준 선배들, 그에 타이밍과 운, 리스크 극복 등 여러 요소가 작용하여 그분들이 그 자리에 올라간 이유이다. 그 과정 속에 고통도 지침도 있었을 것이다. 그만둘까도 생각하면서도 버텨온 나날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 또 걸어가셨기에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다. 대기업의 임원으로 일한다는 것만으로 영광이고 세상에 고마워해야 할 것이다. 회사를 다니며 좌절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자신이 좌절을 극복하며 버텨온 시간들이 임원이 되는 순간 보람됨을 느끼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기쁨도 있지만 힘듦도 있다. 변해가는 세상의 박자에 맞추어 조직 운영과 업무의 스타일도 달라져야 했고 누구보다는 더 많은 생각과 고심을 통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하는 압박감도 매우 컸을 것이다. 자신의 수하에 있는 조직과 인원들을 성장시켜야 하는 부담,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문제를 해결하고 책임져야 하는 부담, 그리고 상사분들과 직원들 사이에서의 균형을 잡아야 하는 무게감, 1년 계약직이라는 가벼움까지 어느 하나 부담스럽지 않은 것은 없다.
그래도 많은 분들은 임원을 부러워한다. 맞다. 회사에서 임원이란 자리는 기존과는 다른 대우를 받는 부분들이 존재하기에 긍정적 부분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임원들이 보이는 겉모습은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그들도 그 위치에서 고민들이 많을 수밖에 없고 늘 자신의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을 그려볼 수밖에 없다. 물러나는 시간이 매년마다 측정되고 평가받기에 마음 가짐에서는 언제라도 다른 삶이 시작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퇴직임원분이 건배사에 이런 말씀을 하신다. "늘 떠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일할 때는 일을 열심히 하데 자신의 넥스트 삶을 고민하며 준비해야 한다. 그것은 당신의 몫이다"라는 말씀을 하신다. 떠남은 어디에서나 일어난다. 떠남이 없이는 새로운 것이 탄생되지 않는다. 또 다른 삶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자의든 타의든 떠나야 한다. 그리고 떠남으로 다가오는 낯섦에 적응해야 한다. 그 낯섦이 자신의 유휴시간을 통해 넥스트를 준비하다 보면 익숙한 기회들이 된다. 임원으로 회사를 떠난다는 것은 그래도 매우 영광이다. 하지만 임원이 아닐지라도 누구에게나 새로움을 시작하기 위한 떠남이 진행된다면 그것은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된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그것을 미리 준비하는 자의 태도에 따라 상황은 달라진다. 그래도 임원은 떠날 때 행복한 것이다. 자신이 회사에서 해 볼 수 있는 위치까지 해 보고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부럽기까지 하다는 말은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이젠 떠남의 아쉬움보다는 떠남을 통한 새로운 삶을 찾으시는 분들에게 좋은 일들이 많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그분들이 떠난 자리에 또 다른 새로움이 싹 틔우길 기대한다.
인생은 떠남의 연속이다. 떠남 속에 새로움이 다가온다.
낙엽이 진 겨울에는 앙상한 나무가 남지만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새싹이 돋는다. 푸른 잎사귀가 색을 바라며 겨울을 대비한다. 잎이 나무에서 떠나는 과정 속에 볼품없고 벌거숭이 나무만 남는다. 하지만 추운 겨울을 극복하고 나면 또다시 새로움이 시작된다. 직장인들의 삶도 늘 그런 반복이 존재한다. 아프고 떠나고 다시 태어나고 업무 속에서 인간관계 속에서도 늘 아프고 떠나고 다시 태어난다. 그 과정이 수십 번 수백 번 되면 자신이 만들어지는 것이고 그 과정 속에서 진정한 나를 찾게 되는 것이다. 넥스트의 삶이란 그런 반복의 과정을 통해 자신의 색으로 채워나가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떠남을 아쉬워하기보다 떠남을 새로운 시작으로 흥분되는 시간으로 만들어 갔으면 한다. 2022년의 떠남은 또 다른 2023년의 새로운 시작으로 맞이했으면 한다. 올해보다는 무엇인가에 변화된 한 해가 되길 기원하며 자신의 넥스트 삶에 좋은 자양분이 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