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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YK Feb 21. 2023

공황장애 후배가 전달하는 메시지

회사생활은 인생 여행의 한 부분이다.

정치를 몰라서 힘들었고 정치를 못해 답답해
했다.


며칠 전 타회사로 이직한 후배가 찾아왔다. 몸이 안 좋아서 휴직을 냈었고 지금은 다시 회사로 복귀했다고 한다.


"선배 갑자기 공황장애가 찾아와 일을 할 수가 없었어요." 


공황장애가 발생하는 원인 중 가장 큰 비중은 스트레스일 것이다. 뇌가 수면을 취하지  못하거나 지속적으로 불안한 상황이 지속되거나 대인관계에서의 스트레성이 반복되다 보면 뇌가 과부하가 걸리게 된다. 이런 상황에 지속 노출되면 발작현상이 일어난다. 식은땀이 나고 말을 못 하고 멍해진다. 대인관계를 기피하게 되고 증상은 악화된다. 후배의 말에 당황스러웠다. 원래 성격이 남에게 싫은 소리 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또한 책임감이 강하고 묵묵히 일하는 성격이다. 자신의 공적을 부각하거나 상사에게 잘 보이고 싶어 정치적인 언행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젊었을 때 운동을 해서 웬만한 상황들은 극복할 수 있을 친구라 생각했지만 스트레스는 그를 넘어트렸다.


공황장애가 발생했을 때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이유는 여러 가지였지만 가장 큰 이유는 상사와의 관계에 있어 너무 많은 스트레스가 작용했다고 한다. 상사의 특징은 마이크로적 스타일이였다. 세밀한 부분까지도 집착하는 스타일이고 본인의 눈에 들어오지 않으면 직원을 투명인간 취급을 하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상사의 주변에는 센스 있게 상황에 적응하며 상사의 취향에 동조하고 잘 맞추는 팀장들이 포진해 있고 후배는 그런 성향이 아니다 보니 뒤쳐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상사의 개인취향에 맞추어 동조하는 팀장들이 인정받게 되고 본인은 그런 부류에 끼지 못하게 되면서 스트레스는 더욱 커졌다고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공황장애로 병원을 찾은 진료인원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증가 추세에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2012년 36만 3000명이었던 진료인원이 2013년 40만 2000명, 2014년 43만 명으로 늘어났다. 연령별로는 40대 진료인원(29.0%)이 가장 많았으며, 50대(23.2%), 30대(19.5%)도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늘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는 직장인들은 이러한 증상이 나타났을 때, 단순히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성으로 기인한다고만 생각하고 무턱대고 참기만 하다가 증상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_스트레스성 공황장애와 사회공포증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불안장애의 일종_칼럼니스트 주성완


" 선배, 상사의 비위를 맞추고 어울려야 하는데 그게 오히려 더 스트레스이다 보니 회사 내에서 비주류로 빠지게 되더라고요. "


결국 공황장애로 스스로 휴직을 냈고 팀장 자리를 반납하게 되었다.


공황장애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 스트레스의 강도를 어디까지 극복할 수 있느냐에 따라 개인마다 공황장애의 정도가 다르다. 후배가 증상이 발생한 원인은 복합적일 것이다. 상사와의 대인관계 문제, 회사생활에 대한 스트레스, 팀장으로의 압박, 잘해야 된다는 강박관념 등 주변에는 수많은 스트레스 요인들이 포진해 있다. 확실한 것은 책임감이 강하고 잘하려는 의지가 강한 사람일수록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상사와의 대인관계가 원활하지 않을 때 스트레스의 강도는 높아진다는 것이다.  


"선배 건강을 잃으니까 내가 이렇게 사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뭘 위해서 이렇게 치열하게 직장생활을 해 왔나. 나름 열심히 살아왔고 남들에게 피해 주지 않으며 직장생활을 해 왔는데 스스로의 건강이 망가지더라고요. 그래서 쉬면서 스스로가 너무 많은 것들에 대한 집착을 하고 있지 않은가 라는 생각을 했어요. 상사에게 잘해야 된다는 생각, 팀장으로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 가족에게 멋있는 아빠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 등 수많은 집착들이 뇌를 괴롭히고 있었던 것 같아요.


책임감이 높다 보니 자꾸 스스로를 힘들게 한 것 같아요.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요. 팀장에서 보직을 내려놓아 기분이 묘하지만 남들 눈치 볼 필요는 없는듯해요. 그것에 집착하는 것도 저에게는 악영향을 줄 수 있겠더라고요. 지금 가장 좋은 게 집착을 많이 내려놓으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는 거예요. 그리고 제가 사내정치를 못하잖아요. 그런 압박도 이제 떨쳐버렸어요. 남들에게 잘 보이려는 태도가 저에게는 어색하더라고요. 그리고 주말에는 일보다 철저히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해요."



어려운 시간이었을 거라는 게 느껴진다.


오랜 시간 동안 회사생활을 하며 받아 온 스트레스가 매우 크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 스트레스의 무게감이 그를 눌러 공황장애라는 증상이 나타났을 것이다. 몸과 뇌가 죽지 않기 위해 신호를 미리 준 게 오히려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회사생활을 하다 보니 참 대인관계가 어렵더라. 결국 회사 내에는 직급관계가 있고 사람들마다 선호하는 타입들이 다르다 보니 서로를 맞추어 가기가 힘들더라고. 특히 특이한 상사 만나면 맞혀 가기는 너무 어렵지. 그런 사람 앞에는 잘 보이기 위해 줄 서는 팀장들이 있고 눈치 빠른 사람들이 상사를 둘러싸고 있지. 그게 보이지만 성격상 그게  안 되는 사람들은 소외되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 늘 같이 담배 피우고 식사를 하고 골프 치며 친목을 도모하는 직원들은 한정되어 있고 그런 이너서클에 벗어나면 회사생활이 답답해질 때도 있지. 그런데 그건 오래가지 못해. 상사가 바뀌면 또 자신을 카멜레온처럼 바꿔가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아. 그리고 그런 사람들도 피곤하게 사는 거지..


그런데 너같이 책임감이 큰 친구는 그런 상황 속에서 많이 스트레스받게 되어있어. 난 네가 이번 기회에 너를 다시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는 게 천만다행이라 생각해. 그냥 계속 달려갔으면 넌 더 큰 건강을 잃을 수도 있었어. 집착을 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너가 너무 좋다고 생각해. 집착을 버린다고 책임감이 없는 게 아니거든 집착을 버린다는 것은 쓸데없는 걱정을 줄인다는 이야기야. 아 이럴 수도 있지. 내가 완벽하지 않은데 실수할 수 있지 그리고 다음에는 더 준비 잘하면 되지라고 생각하는 마인드 그게 내려놓음이고 집착을 버리는 방법이야.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너의 인생을 내려놓으면 안 된다는 거야. 인생을  내려놓는 것은 너를 버리겠다는 생각이기에 절대로 너를 지키고 너를 사랑해 줘야 해. 고생하는 너를 아껴줄 사람은 너 스스로이고 가족들이야. 회사에서 상사가 너를 지켜주는 게 절대 아니야. 회사 내에서나 직급으로 상사이지 너의 인생을 걱정해 주고 살아주지도 않아. 너를 지켜주는 건 그 사람이 아니라 너 스스로야. 정치를 못하는 건 어찌 보면 회사생활에서 약점일 수 있으나 인생에서 사내정치가 너를 성장시켜 주지 않아. 너의 삶 속에 의미 있는 것들을 많이 찾아보고 그런 것들을 통해 너의 인생 여행을 풍부하게 만들어가. 힘내라 사랑하는 후배야~"  


오랜만에 후배의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자신의 삶에 집착이라는 단어보다 의미를 찾으려고 하고 자신의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느끼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너무 다행이다.



후배의 모습이 지금의 나의 모습 아닐까 생각해 본다.
회사생활에 집착하고 있는 나를 바라보며


"회사생활은 인생이란 여행의 한 부분이다. 자신의 인생은 넓고 깊다. 인생이란 넓고 깊은 여행 속에 회사생활은 한 부분이다. 자신의 건강을 잃어 가며 회사생활에 집착하는 것은 자신의 인생 전체를 회사에 빼앗길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내려놓음을 알고 인생에서 진짜의 나를 찾아가는 여행을 멈추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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