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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YK Apr 20. 2024

나로 살아가는 삶. 엣지있다 .

엣지있는 삶이란 뽀족함이 살아있다는 것, 그것은 쉽지 않은 삶이라는 것

지인이 레스토랑을 오픈한다고 한번 와서 평가를 해달라고 요청이 왔습니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회사생활에서 배운 풍월들이 있어 초대에 감사하며 사전 시식을 하러 가게 되었습니다. 요즘 식당 오픈의 대세가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비대면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고정비성의 인건비는 자영업자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대기업들의 레스토랑 운영은 자신들의 이미지와 격을 유지하기 위해서 고객서비스와 업장의 운영을 고급스럽게 하지만  자영업장은 생계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하나하나 운영에 신경쓰고 비용에 민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식당을 보니 여러 가지 고민할 부분들이 보입니다. 우선 고객이 테이블에 앉으면 테이블에 있는 터치 패드로 본인이 주문을 합니다. 주문 메뉴가 주방으로 가면 전처리된 식재료를 레시피가 세팅되어 있는 기계에 넣고 음식을 만듭니다. 음식이 만들어지면 플레이트를 해서 고객에게 전달하면 됩니다. 


주방과 홀 인력을 최소화해서 운영 효율화를 추구하는 모습입니다. 거기까지는 좋은데 메뉴판을 보니 메뉴가 심플하지 않습니다. 고객의 선택 폭을 넓히기 위해 메뉴를 다양화했습니다. 가격이 저렴한 스파게티부터 비싼 고기류까지 주방에서의 일들을 단순화할 수 없는 메뉴들입니다.


기계가 대체하여 인력 운영 부담을 줄이는 방향이 메인이지만 결국 사람 손이 많이 가는 메뉴들이 들어가다 보니 결국 조리에 많은 손이 필요하게 됩니다. 정말 비용을 줄이며 수익을 내려고 하는 레스토랑인지 고민이 됩니다.


냉정하게 질문을 합니다.


"이곳의 엣지는 뭘까? 기계가 만드는 음식이야 아니면 사람이 만드는 음식이야? 빠르게 나오는 식사야 아니면 맛을 추구하는 식사야?"


정확히 콘셉을 모르겠습니다. 여기만의 장점, 특징이 있어야 일관된 메시지로 고객과 소통할 텐데 정확한 컨셉을 잘 모르겠습니다. '엣지가 없다'라고 저는 혹평을 했습니다. 준비한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뾰족한 무엇인가를 갖추지 않으면 애매한 상태가 되겠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레스토랑에 자신의 욕심들을 담고 싶어합니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싶을 겁니다. 자신이 그리던 레스토랑의 모습이 있기에 누구보다도 멋있게 보이고 싶을 겁니다. 그런데 레스토랑을 오픈하는 목적은 무엇일까요? 이윤을 남겨 레스토랑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것입니다.


그럼 가장 먼저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자신의 욕심과 현실의 타협점을 찾아야 합니다.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불필요한 절차나 과정을 최소화하고 심플해져야 합니다. 만약 기계로 빠르게 메뉴를 만들어 일관된 맛을 고객에게 선사할거라면 그 부분을 고객에게 어필해야 합니다. 만약 요리사의 손맛으로 파인다이닝처럼 멋진 메뉴를 선보이고 싶다면 업장 분위기와 시그니쳐 메뉴를 정확히 잡아 나가야 합니다.



한신의 배수진은 말도 안 되는 병법이었다. 그런데 이겼다. 심지어 부하 장수들은 이기고도 어째서 이겼는지 몰라 얼떨떨했다. 임진왜란 때 신립이 그대로 따라 했다. 그런데 졌다. 왜 그랬을까? 같되 달라야 한다는 상동구이의 정신을 몰랐기 때문이다. 같음을 숭상하되 다름을 추구한다. 결과가 같아도 과정마저 같을 수는 없다. 남이 돈 번 주식은 내가 사는 순간 빠지기 시작한다. 같아지려면 다르게 해라. 달라야 같다. <일침, 정민 저, 같음을 숭상하되 다름을 추구한다.>



엣지가 없습니다. 냉정한 평가입니다. 엣지를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엣지에 맞게 업장의 메뉴와 구성을 바꾸어야 합니다. 너무 다양한 메뉴를 펼쳐 놓기보다 심플한 메뉴지만 여기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함을 간직한 뾰족함이 있어야 합니다. 


예전 '스타일'이라는 드라마에서 주인공 김혜수는 이런 대사를 자주 썼습니다.  "초심으로 돌아가. 커피 심부름부터 엣지 있게", "섭외, 취재, 원고 전부 엣지 있게 해!" 등의 대사를 하며 '엣지있게'라는 말이 유행인 적이 있었습니다.


엣지는 뽀족하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모서리 부분의 날이 서 있는 듯한 표현입니다. 두리뭉실 무난하게 살아가는 것이 편안할 수 있습니다. 두리뭉실하니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고 평균화되어 어디서든 무난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엣지있음은 피곤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스스로가 신경을 더 써야 하고 주변 사람들을 피곤하게 할 수 있습니다. 엣지를 만들어 가기 위해 스스로가 자신의 실력을 단련하고 민감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만이 아닙니다. 레스토랑의 엣지는 레스토랑만의 유니크함과 남들과는 차별화된 무엇인가를 말하는 것입니다. 레스토랑이 갖고 있는 컨셉과 특징, 메뉴의 차별화가 존재하지 않으면 너무 흔한 식당들과 다를 바가 없고 결과는 뻔한 스토리로 돌아옵니다.


엣지가 생기는 것은 스스로에게 냉정해질 때 가능합니다. 스스로에게 냉정하다는 것은 자기 인식을 통해 지금 자신이 어느 위치에 와 있고 자신의 부족함과 강점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을 때 가능한 일입니다. 무난하고 두리뭉실하다면 그다지 자기 인식을 냉정하게 할 필요 없습니다. 그냥 좋다고만 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세상 살아가는데 그렇게 살아갈 수 만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두리뭉실하다면 주체적 삶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을까요!


결국 우리가 태어나고 살아가는 것은 주체적 삶으로 자기로 살아가고 싶음입니다. 타인에 의해 삶이 좌지우지되고 자신은 어디론가 사라진 삶은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 '엣지있다'라는 말이 피곤하고 힘든 것 같지만 자기 인식과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한 과정입니다. 어찌 힘들이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어찌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이 쉬울 수 있겠습니까! 자신의 색을 만들어가는 것이 어찌 쉽겠습니까!


많은 고뇌와 역사가 녹아 있어야 가능한 것이 엣지입니다. 엣지있게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느낄 때 그때가 바로 자신으로 살아가는 삶일 수 있습니다. 뾰족하다고 누구를 상처 낸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한 자신과의 투쟁이고 노력일 뿐입니다. 그래야 그때 자신의 주변에 진짜인 사람들이 남아 같이 살아 가는 삶을 찾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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