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을 알 수 있나
삼성과의 전쟁을 두 달간 치르더니 멘탈이 박살나서 휴식이 필요했다. 한 달 정도의 쉬는 시간을 가지고 10월 중순이 됐다. 2018년 10월 14일, 퇴근을 하던 중 집 근처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는 보도를 접하게 됐다. 오전 8시 10분경에 서울특별시 내발산동의 피시방에서 손님인 김성수(당시 29세)가 아르바이트 직원인 신모(당시 20세)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는 내용이었다. 집 근처에서 발생한 사건이었기 때문에 스트레이트 기사라도 쓰려 취재를 시작했다.
같은 날 오후 10시 고등학교 동창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야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해자 말이야 우리 예전에 같이 술 마셨던 동생 신 XX래 너 알지? 걔 맞데.."
친하지는 않았다. 간략하게는 키도 크고 잘생겨서 모델을 준비하려던 친구로 알고 있었다. 이왕 취재한 김에 좀 더 해볼까?라는 생각으로 강서경찰서 취재와 당시 상황을 알기 위해 목격자 등을 만났다.
대략 상황은 이렇다.
경찰에 따르면 2018년 10월 14일 오전 3시 40분 김성수의 동생이 사건 장소인 PC방을 찾았고 3시간 뒤 들어온 김성수가 7시 33분 직원 신 모에게 이전 손님이 남긴 담배꽁초와 음식물 등을 자리에서 치워달라고 요구했다.
오전 7시 38분, 김성수의 동생은 "누가 지금 손님한테 욕하고 있다.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이거 닦아달라고 손님이 얘기했더니 일하시는 분이 인상을 팍 쓰면서 말싸움이 붙었는데 욕설하고 이러니까 한번 중재해주시고"라며 먼저 신고를 했고 신 모도 7시 42분 손님이 욕을 하고 행패를 부린다며 신고를 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발산파출소의 경찰은 7시 43분 현장에 도착했지만 15분쯤 뒤 돌아갔다.
경찰이 돌아가는 것을 확인하고 동생 김 모는 PC방 입구 앞에서 여기저기를 살펴보았고, 김성수는 PC방에서 300여 m 떨어진 집으로 뛰어가 등산용 칼을 가져왔다.
몇 분 뒤 아르바이트 직원 신모가 쓰레기봉투를 들고 나오자 동생 김 모는 형이 향한 곳으로 급하게 뛰어갔다. 김성수는 경찰이 떠난 뒤 6분 뒤 쓰레기를 버리고 내려오는 신 모를 주먹으로 가격했고 넘어진 신 모를 칼로 찔렀다. 김성수는 PC방 입구 앞 에스컬레이터에서 PC방 직원 신모의 안면부에 80여 차례 흉기를 휘둘렀다. 현장에서 쓰러진 신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3시간 만인 이날 오전 11시쯤 사망하였다.
당시 국민적 분노가 컸던 이유는 경찰의 수사와 당시 중재를 제대로 했더라면 살인 사건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비판이 거셌기 때문이다. 특히 경찰이 김성수의 동생을 공범으로 보지 않고 수사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경찰은 김성수의 동생에 대해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했는데 "형을 도왔냐"라는 질문에 이상반응을 보였다. 경찰은 살인 공범이 아닌 폭행 공범으로 처벌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필자는 경찰의 수사가 마음에 들지 않아 목격자들과의 인터뷰와 현장 취재를 통한 주관적인 기사를 작성했다. 당시 대부분의 목격자는 이랬다.
"경찰이 중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집으로 보냈어야 했다.", "내가 싸우는 장면부터 봤던 사람인데 경찰이 당연히 동생도 공범이라고 보고 수사를 해야 했다. 국민적 분노가 커지니 폭행 공범으로 보고 수사한 것이 아니냐."
이 기사는 내가 뽑은 나의 최악의 기사 중 하나다. 너무 주관적이며 국민적 분노만을 담고 있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경찰의 수사에 제대로 된 의문을 제기하지도 못했다. 그저 감정적이었을 뿐.
난 기자의 날 아는 걸까? 너무 감정적이었고 현재도 그러함을? 누굴 걱정하고 누굴 챙겨주려 하나 객관적 시선이라는 것은 국민적 분노와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누가 봐도 부서지지 않을 단단한 균형이라 생각한다.
기자라는 직업을 택하고 걸어가는 길에 난 나 자신을 알 수 있을까? 냉철함과 날카로움을 유지하며 억지로라도 습관화시키려는 나 자신을 감정적인 난 이해할 수 있을까?
나의 주변인들은 내가 감정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인간임과 동시에 냉정하다고 평가한다. 도무지 어떤 색깔을 갖고 있고 어떤 모양을 갖추는지 알 수 없단다.
기자는 많은 것들을 바라보고 탐구하며 타인에게 탐구하고 분석한 것들 중 사실 관계가 확인이 된 것들에 한 해 전달한다.
난 나 자신을 바라보고 탐구하는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슨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인지는 말할 수 있으나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고 어떤 성격의 소유자인지는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이런 인간이 힘든 사람들에게 충고와 조언을 하고 있다니 웃기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