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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해욱 Apr 29. 2020

말하는 감각을 키우자 - 드라이 리딩


말하는 감각을 키우자 - 드라이 리딩



 정부는 코로나 19로 고용이 불안해진 어린이집 교사들을 위해서 보조금을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원장들이 보조금 일부를 돌려받았다는 증언들이 이어졌습니다. 주지 않으면 "폐업하겠다"라고 으름장을 놓거나, 동의서를 강요하기도 했습니다.


 입력 2020-04-29 09:01 JTBC 류정화 기자


 자 앞의 문장을 말하듯이 한 번 읽어볼까요? 사람들에게 설명해주듯이 글을 말로 바꾸는 작업 첫 번째입니다. 물론 위의 글은 뉴스 기사이며 앵커가 ‘말’로 읽은 구어체의 문장입니다. 글을 말로 바꾸는 작업 첫 번째는 다른 사람이 구어체로 쓴 ‘글’을 자신의 ‘말’의 리듬으로 읽는 연습입니다. 


 읽는 티가 나서는 안 됩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타인에게 설명해주고자 하는 의도가 명확히 드러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혹시 이 이야기 들어보셨어요?”라는 뉘앙스가 잘 살아야 합니다. 실제로 이야기의 시작점에 “혹시 이 이야기 들어보셨어요?”라고 말을 던지고 시작하면 더 도움이 되실 겁니다. 저의 경우에는  “자.”라는 추임새를 붙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몇 번 읽어보면서 먼저 단어들이 입에 붙도록 합니다. 그중에는 뉴스 앵커처럼 심각하게 눈을 뜬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뉴스 앵커처럼 읽지 않아도 좋습니다. 일부러 심각함을 담는 것이 곧 감정의 오버입니다. 일단 ‘글’이 ‘말’로 자연스럽게 바뀐 다음에 앵커의 연기를 하던지, 진행자의 연기를 해야 합니다. 지금은 어떠한 감정이나 말투도 일부러 만들어서 흉내 내지 않도록 합니다. 이것을 ‘드라이 리딩’이라고 합니다. 직업적으로 숙련되고 목소리가 훈련된 사람들은 드라이 리딩이 없더라도 금세 말로 바꿀 수 있지만 이제 훈련을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꼭 필요한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배우의 관점에서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배우들은 처음 대본을 볼 때 평소 사용하던 말과 전혀 다른 말들이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잘 쓰지 않던 단어들은 발음도 쉽지 않습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단어들은 어휘력의 범주가 넓지 않습니다. 각자의 관심사나 교양 수준에 따라 자주 쓰는 단어들은 정해져 있습니다. 여러분이 남의 말이나 글을 자신의 말로 바꾼다는 것은 새로운 단어들도 늘 말하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튀어나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드라이 리딩에는 새로운 단어들에 익숙해지며 이 문장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강조하고 싶은 단어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목표가 있습니다. 그래서 드라이 리딩을 할 때는 목소리는 작게, 최대한 가슴은 울리도록 (자신의 목소리로 말할 수 있도록) 하며 머릿속으로는 어디서 뛰어 읽어야 하는지 어떤 단어가 강조되는지를 체크해야 합니다. 


  자 처음에 예시로 들었던 문장으로 다 같이 드라이 리딩을 해볼까요? 천천히 아주 작은 소리로 아주 가까이에 있는 사람에게 말하는 것입니다. 속으로 반복해서 읽어도 좋습니다. 계속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뛰어 읽어야 할 포인트가 보일 것입니다. 각자 종이에 표시를 해보시길 바랍니다. 저는 뛰어 읽어야 할 포인트와 강조해야 할 단어를 동시에 표시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는 사람마다 각자 다를 수 있습니다만 큰 가이드라인에서의 정답은 있습니다. 일단 평소에 자신이 말하던 리듬대로 표시해보시기 바랍니다. 




 뛰어 읽기의 표기방법이 정해진 것은 아닙니다만 제가 쓰는 기호들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너무 디테일하게 표기할 필요는 없으므로 2가지 정도의 띄어 읽기 기호와 또 강조할 부분에 대한 기호 정도만 써도 됩니다. 기호는 시작 시점에서 도와주는 부분일 뿐, 익숙해진 다음에는 기호 없이도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는 감각을 기르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표기한 기호보다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말의 리듬이 더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 물론 지금의 예시처럼 쉬운 말이 아닌 어려운 문장들을 읽어야 하거나 빼곡히 쓰인 긴 문단들을 읽을 때는 표시하는 편이 좋습니다. 도움이 되거든요. 


// - 아예 앞 문장을 정리한 다음 긴 포즈를 가지는 것, 주로 앞의 문장을 듣고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때 씁니다. 


 / -길게 뛰어 읽음 - 긴 문장을 분해하고자 하거나 숨을 살짝 쉬어야 할 정도의 포즈를 둘 때 사용하는 기호. 그렇다고 숨을 아예 길게 새로 쉬는 것은 아닙니다.


 ^ -짧게 뛰어 읽음 , 숨을 새로 쉬는 것이 아닌 느낌적으로만 포즈를 두려고 할 때


'  ' - 강조할 단어 


 다음은 표기한 예시입니다.


정부는 ^ 코로나 19로 고용이 불안해진 어린이집 교사들을 위해서 ^ 보조금을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원장들이 보조금 일부를 '돌려받았다는' 증언들이 이어졌습니다. // 주지 않으면 '폐업하겠다'라고 '으름장을' 놓거나 / '동의서'를 강요하기도 했습니다.


 언뜻 보면 쉬운 문장 같지만 여기에도 어려운 점은 있습니다. 결국 뉴스에서 하고자 하는 말은 일부 원장들이 어린이집 교사들이 받은 보조금을 돌려받았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 주지 않으면 '폐업하겠다' 고 으름장을 놓거나 "라는 문장에서는 앞의 문장이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았다면 누가 누구에게 주었는지 , 또 폐업을 누가 하는지가 한 번에 이해되지 않게 됩니다.  이 부분이 이처럼 주어와 목적어를 생략한 상태에서 잘 이해가 되려면 " 일부 원장들이 보조금 일부를 돌려받았다는 "의 부분에서  "돌려받았다"라는 단어가 강조되어야 합니다.  이 부분만 강조가 되지 않고 모든 부분이 다 강조가 되어버리면 의미 자체가 뒤죽박죽 되어 버릴 것입니다. 그래서 이처럼 띄어 읽기와 강조 표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한 번에 들었을 때 듣는 사람의 머릿속에 정확한 의미와 정확한 그림이 그려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자 다 같이 연습해보는 시간을 가져볼까요? 녹음하셔도 좋고 영상으로 찍어보셔도 좋습니다. 또 혹시 연습한 영상이나 음성에 대한 코멘트를 따로 듣고 싶으시다면 http://cafe.naver.com/moneyvoice로 방문해주셔서 게시판 "마음껏 찍어보는 공간"에 남겨주셔도 좋고  sinsunyuan@gmail.com의 메일로 또 보내주시면 열심히 답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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