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내밀기와 손잡아주기

by 박재석


2020년 6월 19일,

코로사 사태로 미주리대학병원에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긴 지 3개월이 넘었습니다. 어제(6/18)부터 환자 직계가족 한 명씩 오후 1시부터 4시 사이에 방문이 가능해졌습니다. 제가 일하는 대학병원 일반 중환자실에도 각 병상마다 보호자들이 보였습니다. 기쁜 마음에 병동을 둘러보는데, 한 병실 앞에서 멈춰 섰습니다. 여성 환자가 자신의 오른손으로 침대 곁에 앉아 있는 한 남성의 손을 꼭 붙잡고 있었습니다.


제 소개를 하고 동의를 얻어 병실에 들어갔습니다. 자신을 침례교 목사라고 소개한 그 남성은 환자의 남편이었습니다. 아내가 갑자기 아파서 응급실을 통해 중환자실에 입원한 뒤, 일주일이 넘도록 아내의 모습을 보지 못해 무척 힘들었다고 했습니다.


기도하며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겨서 큰 걱정은 없었지만, 평소 늘 함께 손을 잡고 산책하고, 얼굴을 바라보며 식사하고, 커피를 마시는 일상을 모두 할 수 없는 상황이 마음이 참 아팠다고 했습니다.


아내 역시, 이야기하는 내내 남편의 손을 꼭 붙잡고 다시 의식을 회복해서 정말로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가 생기고, 특히, 사랑하는 사람이 아플 때도 곁을 지키지 못하는 현실 때문에 오늘이 얼마나 기쁘고 행복한지, 목사부부는 붙잡은 손을 대화 내내 놓지 않았습니다. 그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병실을 나오자 알람이 울렸습니다. 코로나 병동에서 화상 만남을 할 시간이었습니다.


같은 중환자실이지만 반대편 코로나 집중치료실에는 면회가 여전히 허락되지 않습니다. 환자가 죽음에 임박했을 때 비로소 상황에 따라 가족 방문의 방식과 시기를 결정하도록 한 병원 정책이 아직 바뀌지 않았습니다.


보호장구를 갖춰 입고, 지정된 iPad를 들고 병실로 들어갔습니다. 60대 여성 환자가 목에 트래이크 tracheotomy (인공호흡기 튜브를 기도에 직접 시술해 부착함)를 시술한 채 누워있었습니다. 정말 다행인 것은 환자가 거의 2 주만에 의식을 회복해 의사소통이 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목에 시술한 트래이크 때문에 목소리는 낼 수 없었습니다.


이윽고, 남편과 딸, 손자들이 화면에 나타나자 환자는 그 화면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사랑해"라고 말했습니다. 가족들이 잘 알아듣지 못해서 그 환자의 입술을 더까가 이 비춰주었습니다. 이윽고, 환자의 남편이 입술을 읽었고 "나도 사랑해요"라고 말하며 오열했습니다.


환자는 다시 화면에 나온 남편의 얼굴을 손으로 만지기 위해 양손을 움직였습니다. 아주 느린 움직임이었지만, 남편을 향한 그리움과 사랑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비행이었습니다. 이윽고, 양손이 화면에 닿자 아내는 남편의 얼굴을 쓰다듬은 뒤, 오늘 손 엄지 손가락을 위로 올리며 남편에게 다시 사랑을 표시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서로 손키스를 날리며 화상면회를 마쳤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나오려고 하는데, 환자가 양손을 다시 움직였습니다. 뭐가 필요하시냐고 물었더니 내 손을 가리켰습니다. 그래서, 장갑을 낀 제 손을 내어 드렸습니다. 저의 손을 꼭 잡으며 그 환자가 뭔가 말하려고 했습니다. 내심 입술을 잘 읽지 못하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이 잠시 생겼지만, 정말 명확하게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감사해요 Thank you!"


조심스럽게 보호장구를 벗고 다시 눈인사하고 병실을 나왔습니다. 차트를 쓰는 내내 제 양손에는 따뜻한 감사의 온기가 남아 있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의료진들의 고생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데, 코로나 병동에서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시작한 화상면회 도우미,


가족들과 환자가 이 어려운 시기에 함께 있지 못해 겪는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기 위해 시작한 일에서 제가 더 큰 위로와 격려를 받은 것 같습니다.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병원 밖 하늘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깁니다. '누군가가 내 손을 잡아 주고, 혹은 내가 누군가의 손을 이처럼 아름답게 잡아 주었던 때가 있었던가?'


2019년 11월, 갑작스러운 폭설로 길을 잃어 외진 언덕 비탈길에서 오도 가도 못할 때, 엎친데 덮친 격으로 언덕에서 흰색 SUV 차량이 중심을 잃고 제 차를 향해 돌진해 왔습니다.


정말 하늘이 도왔는지, 그 차는 미끄러지며 도로 옆 도랑길 따라 내려가다가 다시 위로 튕겨 차도로 되돌아 갔습니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아득해진 정신을 차리기 위해 나의 차를 밀어주었던 한 학생에게 제가 부탁했습니다. 내 손 한 번 잡아 주겠느냐고?


'정말로 너무 막막해서...'

그는 떠나며 나의 손을 꼭 잡아 주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눈길에서 차를 정비해 다시 집으로 돌아갈 힘을 얻었습니다.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사망의 음침한 계곡을 지날 때가 있습니다. 아무리 혼자 하려고 해도 안될 때가 있습니다. 그때는 주저하지 말고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어 보세요, 분명히 한 사람은 그 손을 잡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힘이 나면 반드시 주변에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의 손을 꼭 잡아 주세요. 한 번 손을 잡아 준다고 모든 인생이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지만, 적어도 어려운 순간에 다시 정신을 차릴 힘은 줄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