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죽을 것인가?

by 박재석

세상이 참 좋아졌습니다. 죽음을 준비하는 모임도 있고, 죽음에 대해 이제 좀 더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책들도 많이 나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준비하는 일이 그리 썩 유쾌한 일이 아니라고 느껴지는 것은 저만의 생각인가요? 하지만, 좋은 죽음을 위해서는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대세가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수년 전 한 설문에서 이미 오래 사는 것이 좋은 죽음이 아니라 스스로 잘 준비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죽음이 좋은 죽음이라는 설문 결과를 기사에게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이런 좋은 죽음을 준비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우리 일상의 삶의 질이 곧 우리 각자의 죽음의 질을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오늘 우리가 무엇을 먹고, 마시고, 어떤 것을 생각하고 실행하느냐가 우리 삶의 마지막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좀 과장하면, 지금 이 순간 내가 선택하는 것이 결국 내 인생 마지막을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단지, 우리는 그 결과를 지금 볼 수 없을 뿐입니다.


2019년 10월 5일,

미국 사람 5명 가운데 1명은 중환자실을 거쳐 죽음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실감 나는 한 주였습니다. 어린이 병원 영아 사망까지 모두 8명, 그 가족들을 위로하고 고통의 현장에 함께 했습니다.


그 가운데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마흔을 갓 넘긴 한 남성을 방문했습니다. 휑한 병실에는 적막함마저 느껴집니다. 담당 간호사는 저에게 환자 가족이 없고 혼자인데 마약 중독자라고 귀띔해 줬습니다. 호흡기를 떼고 죽음을 기다리는 그의 모습은 차마 글로 묘사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비참했습니다. 생기를 잃은 얼굴, 바짝 마른 팔과 다리, 초점을 잃은 눈, 서서히 느려져 가는 호흡...


그의 이름을 나지막하게 불렀지만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의 몸은 서서히 식어 가고 있었습니다. 아무런 대화를 나눠 보지도 못했고 그래서 그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마약 중독자라는 사실뿐입니다. 무슨 이유로 마약에 손을 댓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참혹합니다. 그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그리스도여, 자비를 베푸소서!"


70대 초반의 한 여성은 제가 들어갔을 때 연신 깊은 가래 기침을 하며 고통스러워했습니다. 병원 채플린이라고 이야기하자 반갑게 맞이 했습니다. 코에 산소공급기를 꽂은 채로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합니다. "죽는 건 두렵지 않은데 장애인 아들을 가진 딸을 두고 가는 것이 마음에 걸려요." 폐 속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가래 끓는 소리에 말을 잇지 못하고 다시 기침을 합니다. 평생을 피워 온 담배 탓일까? 환자의 폐는 이제 기능을 다해 버렸습니다. 가족들과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눈 뒤 연명치료를 중단했습니다.


다른 70대 후반의 한 남성은 심장질환으로 2년 정도 고생을 하다가 이날 세상을 떠났습니다. 52년간 함께 해 온 미망인과 가족들은 호흡기를 떼고 사망한 망자를 차마 대면할 수 없어 중환자실 대기실에 모여 있었습니다. 담당 간호사와 의사가 와서 사망 소식을 알렸습니다. 밀려드는 슬픔으로 울먹이는 미망인의 손을 제가 꼭 잡았습니다. 그리고, 잠시 시간이 흐른 뒤, 남편과 함께 한 행복한 기억들에 대해 말해 줄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남편은 자상한 농부였고, 농장을 운영하는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성실하게 일하고 가정적인 남편이었다고... 다시 울먹입니다. 딸과 아들 며느리와 사위도 함께 했습니다. 이구동성으로 성실하고 자상한 분이었다고 천국에서 다시 만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함께 해준 의사들과 간호사들에게 감사카드를 돌리며 슬픔 중에도 주변에 감사를 전하는 일을 잊지 않았습니다. 그 미망인은 마지막으로 소천한 남편을 추억했습니다. "지난 2년간 남편이 병원을 전전하며 참 고생을 했어요. 이제 정말 남편이 고통을 겪지 않게 돼서 기뻐요. 나와 함께 있지는 못하지만, 내 기억 속에 영원히 살아 있을 거예요."


죽음은 어쩌면 우리 삶의 점들이 모여 만든 새로운 길처럼 보입니다. 내가 오늘 찍는 하나의 점들이 모여 만든 새로운 길, 그 길이 영원한 생명으로 향한다고 저는 믿지만, 다른 사람들은 삶이 반복되어서 영원하다고도 말합니다. 죽음도, 죽음 이후의 삶도 지금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소망은 죽는 순간에 외롭지 않고, 비참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사고나 자연재해로 인한 죽음은 우리가 어찌할 수가 없어서 더욱 슬픕니다. 망자뿐 아니라 가족들에게는 죽어야 끝나는 슬픔이 되기도 합니다.


어쨌든, 이 한 주간 태어난 지 하루 된 아이부터 중년의 남성과 80대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여덟 번의 죽음을 바라보며 결심합니다. 살아 있는 동안 '지금 바로 이곳에서 here and now' 최선을 다해 나를 돌보고, 주변을 돌보는 것이 바로 잘 죽는 길이라는 사실을 마음에 되새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