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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말이 Feb 07. 2020

어머 우리 운명인가 봐! 과연...

소심이의 사랑 이야기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연인들과 연애의 출발선에 다다른 썸남, 썸녀들에게 서로 간의 친밀감과 호감도를 키우는 것은 중요한 과제이다. 하지만 그 과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명 ‘치트키’가 있다. 바로 서로의 공통점을 찾는 것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번(Donn Byrne)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공통점과 호감도의 관계를 알기 위하여 한 실험이 있다. 비슷한 성향을 가진 남녀를 짝으로 지어준 그룹과 상방 된 성향을 가진 남녀를 짝으로 지어준 그룹을 비교 분석한 것이다. 이 짝들이 데이트를 하였을 때 비슷한 성향을 가진 그룹이 서로에게 더 호감을 가진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그 후 한 학기의 시간이 지난 후 조사하였을 때는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 상대방의 정보와 데이트 상황에 대해 더 잘 기억한다는 결과도 얻을 수 있었다. 번의 실험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공통점이 많아 공감대 형성이 잘 된다면 호감도와 친밀도를 급격히 상승시킬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을 경험칙으로 알고 있는 우리는 상대와 공감대가 형성될 때면 무척 반가워한다. 공통점이 많으면 운명이라며 호들갑을 떨기도 한다. 조금 좋아하던 것도 상대가 좋아한다고 하면 많이 좋아하던 것처럼 오버도 해본다. 그런 과정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고 친근감을 높여 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꼭 피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공감대 형성을 위해 자신의 취향이나 성향을 속이는 것이다. 싫어하던 것도 상대가 좋아한다면 마치 원래 좋아하던 것처럼 행동하는 것 말이다. 특히 소심이들은 그런 유혹에 더욱 빠지기 쉽다. 자신감이 부족해서 상대가 가지고 있을 호감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짓된 취향으로 오해가 쌓여 거짓이 스며있는 세월을 보내게 될 것 있다. 우리는 서로에게 호감이 있을수록 서로에 대해 더 잘 기억한다. 쉽게 뱉은 거짓 취향을 상대방은 쉽게 잊어버리지 않는다. 상대는 소심이를 위해서 소심이가 좋아하지 않는 것들을 계속 권유할 것이다. 소심이는 이제와 밝히기에는 민망하고 상대가 실망할까 걱정돼 계속 척을 하게 된다. 이 연애가 끝나지 않는다면 싫어하던 떡볶이를 주말마다 먹어야 할 판이 된 것이다. 사랑이 불타오르는 연애의 초기에는 문제가 나타나지 않는다. 상대에게 맞춰 준다고 생각해서 뿌듯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사랑의 힘인지 정말 떡볶이가 맛있기도 하다. 내가 떡볶이를 먹고도 기분이 좋다니 상대를 많이 좋아하나 보다 생각한다. 하지만 연애가 안정기로 접어들면서부터 그러한 것들이 손해라고 생각되기 시작한다. 나는 널 위해 싫어하던 떡볶이도 자주 먹어줬는데 왜 너는 내가 좋아하는 걸 해주지 않을까 하는 서운한 마음이 커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상대를 위한 배려였는데 어느새 상대를 공격하는 무기가 되어버렸다. 골이 깊은 감정의 싸움은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지난 주말에 등산을 갔다가 한 중년 부부와 얼마간 같이 걷게 되었다. 어느 정도 숨이 차오를 정도로 걸었을까. 부부 중 남편분이 계단을 잘못 밟아서 발을 접질리셨다. 걱정이 되어서 나도 같이 멈춰 섰다. 남편분이 “나이가 드니 다리에 힘도 없고 숨이 가빠 잘 못 올라가겠네”라며 푸념을 하셨다. 그러니 부인되시는 분이 “어휴 그래. 나도 이제 무릎이 아파서 등산은 못하겠네요. 그래도 당신 아니었으면 산이라고는 안 와봤을 텐데 좋은 구경 많이 했지”라고 하셨다. 그걸 들은 남편분은 어이가 없다는 듯 “무슨 소리야 나는 당신 때문에 등산 다니게 됐는데, 당신이 산 타는 거 좋아했잖아.”라고 하시는 거였다. 족히 20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 했을 거 같은 부부셨는데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등산을 서로가 좋아하는 줄 알고 긴 세월 같이 하셨던 것 같았다. 나는 대화의 결말이 궁금했지만 아쉬움을 뒤로하고 먼저 길을 나섰다. 하지만 이내 우울한 기분이 몰려왔다. 아마도 연애 초기에 했을 취향에 대한 거짓말이 20년의 세월도 견뎌내는구나. 그 거짓말이 20년을 좋아하지 않는 등산을 하면서 거짓 세월을 쌓게 하는구나 싶었기 때문이다.     


 초입이 일자로 뻗어있어 빠른 지름길 같아 보였는데 막상 가다 보면 꼬불꼬불 돌아가는 길일 때가 있다. 당장 눈 앞의 길만 보고 멀리 내다보지 못한 탓이다. 자신의 취향을 속이고 상대와 비슷한 사람인척 하는 것이 딱 그렇다. 당장은 쉽게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지만 연애가 지속되는 동안 싫어하는 것을 먹고, 즐기며 좋은척하느라 시간과 감정을 소비해야 한다. 늘 가면을 쓰고 데이트를 하는 것 같을 것이다. 얼굴은 울상인데 가면은 늘 웃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잘 만든 가면을 쓰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답답하기 마련이다. 얼굴에 맞지 않는 가면이라면 답답함은 더 빨리 찾아올 것이다. 더욱이 가면을 쓰는 것은 쉽지만 벗기는 어렵다.  그러니 지금의 연인과 오랜 연애에 성공하고 싶다면 상대의 취향에 억지로 맞춘 가면을 쓰는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  서로에게 진솔하고 진정한 자신을 보여줄 때 탄탄한 연애를 이어갈 수 있다. 처음에는 조금 돌아가더라도 금방 곧게 뻗은 길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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