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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랑하늘 Dec 01. 2024

아빠와 통화, 토요일 데이트 (ft. 교보문고)

+ 첫눈

1. 첫눈 (2024.11.27)


눈을 떠보니 첫눈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펑펑 눈이 내렸다.

미리 잡혀있던 에세이 모임이 취소되었고,

다음 일정은 어째야 하나 고민하다 그냥 진행하기로 했다.

취소 메시지를 늦게 확인하는 바람에 이미 나갈 채비를 거의 한 상황이라 안 나가긴 조금 억울했고,

오늘이 시간 여유가 가장 많았기 때문에.


그래서 눈길을 뚫고 코스트코에 가서 이달 말까지 사용해야 하는 바우처를 사용해 장을 봤다.

와인, 비타민 등 미리 품목을 어느 정도 정해놓아 쇼핑은 금방 끝났다.

운전하기 험한 날씨 탓에 늘 분주하던 푸드 코트가 한가했고, 그런 푸드 코트가 낯설고도 반가워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아 여유롭게 점심을 먹었다. 푸드 코트에서 파는 처음 보는 떡볶이가 가격에 비해 양과 맛 모두에서 예상외로 훌륭해서 찌뿌둥하던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그래서 근처 카페에 가서 크로와상과 커피를 마시며 통창으로 눈 구경을 했다.




2. 아빠와 통화


화요일에는 부모님이 집에 다녀가셨다.

아빠가 중문을 열고 들어오시자마자 분홍 장미 한 송이를 내밀어서 어리둥절했는데

책 출간을 축하한다고 하셨다. (우리 가족 중 가장 낭만적이신 듯 ㅎㅎ)


며칠 지난 후 찍어서 꽃이 시들어가는 건 안 비밀;


집에서 도시락을 배달시켜 간편하게 점심을 먹고 이야기를 조금 나눴다.

그러고는 부모님과 함께 가고 싶었던 분위기도 좋고 커피도 맛있고 사람도 없는 카페에 갔다가

트레이더스에 들러 부모님께서 장 보신 것을 남은 포인트로 결제했다.

날씨는 우중충했지만 나름 마음이 따뜻해진 시간이었다.


이틀 후 아빠한테 전화가 왔다.

희망을 갖고 살라고 했다. 사람은 희망이 없으면 죽는다고.

그때 점심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며 요즘의 힘든 상황에 대해 말했고, 답이 안 찾아져서 답답하다고 속마음을 솔직하게 늘어놨다.

그게 못내 마음에 걸리셨나 보다.

평소에 워낙 속 얘기를 안 하는 내가 그래서 더 그러셨을 것도 같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말이 정말 큰 위로가 됐다.

짧은 그 말 덕분에 한동안은 정말 잘 살아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한편 지금 드는 생각은, 아빠가 진짜 많이 변하셨구나.

예전엔 안 좋은 이야기를 들으면 속상함을 화로 표현하셨었는데.

새삼 세월의 흐름이 사무치게 느껴진다.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3. 토요일 데이트 (ft. 교보문고)


일어났는데 컨디션이 괜찮아서 정말 오랜만에 대한민국 최대 번화가인 강남에 나가 데이트를 했다.

운 좋게 나가자마자 버스도 금방 탔고, 며칠 전부터 먹고 싶었던 연어도 먹었고, 나름 한가했던 카페도 갔다.


그리고 교보문고에 가서 매대에 있는 내 책을 확인했다. (뿌-듯)


여기에서 무럭무럭 잘 팔리기를 ㅎㅎ



많은 걸 기분 좋게 한 날이다. 이유는 즐거운 분위기.

무엇을 하든 나에게 동기부여를 주는 최대 요인은 '편안함 속의 즐거움'인 것 같다.

'재미'까지는 아니더라도 '즐겁긴' 해야 한다.

혼자일 때는 스스로 그걸 만들면 되는데, 누군가와 함께일 때는 상대방의 협조가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델 가고 좋은 걸 먹어도 함께 하는 누군가가 죽상을 하고 있으면 혼자 즐거울 수가 없으니까.


남편은 이걸 왜 지금 깨달았다고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게 낫겠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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