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람 Sep 04. 2022

도전하는 삶을 위해 '오늘도 나마스떼'

사진 한 조각, 일상 한 스푼


'변화가 필요해.'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던 날들이었다. 단단하다고 생각했던 내 멘탈은 잘게 부서진 상태였다. 어떤 변화라도 괜찮았다. 부정적인 생각의 고리에서 빠져나갈 무언가를 찾았다. 머리를 자를까, 귀를 뚫을까, 술을 진탕 마실까 고민했지만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그날도 어김없이 퇴근하고 집으로 가는 골목으로 들어가는 중이었다. 편의점 옆에 쓰인 글씨가 보였다. 요가원 개원 기념, 6개월에 48만원. 원래는 한 달에 10만원이라고 했다. 머리를 굴렸다. 한 달에 2만원 할인이니 6개월에 12만원이나 저렴한 가격이었다. 무언가에 홀린 듯이 요가원으로 올라갔다. 처음에는 상담만 해보자는 마음이었지만 원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내가 원하는 변화가 무엇이었는지 깨달았다. 인생 처음으로, 요가원을 등록했다.


어렸을 때 발레를 했지만, 20년이 지난 지금의 몸은 더없이 뻣뻣하다. 요가를 시작했다고 하니 다들 부럽다고 했다. 자기는 몸이 유연하지 않아 요가는 시작도 못하겠다며. 그게 아닌데, 속으로 생각했다. 고등학교 체력 검사 시간에 잰 유연성은 -19cm였다. 발에 손끝이 닿지 않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내가 다니는 요가원은 '아쉬탕가'를 기본으로 한다. 유연성보다 근력이 먼저다. 몸을 두 손으로 들어올리고, 점프하고, 팔굽혀펴기를 하는 등 상체의 근육을 키우는 동작이 많다. 유연함이 문제가 아니었다. 어깨와 등 근육이 없으니 동작 하나하나가 난관이었다. 못하겠다, 는 생각을 몇 번이고 했다.


어려운 동작이라는 생각이 들면 도전하기도 전에 포기해버렸다. 두 팔에 무릎을 끼고 몸을 드는 동작(바카아사나)은 누가 보기에도 불가능해보였다. 머리로만 몸 전체를 지탱해 물구나무를 서는 동작(시르사아사나)도 마찬가지였다. 팔 근육이 없는데, 코어 힘이 부족한데 어떻게 해. 아직은 못 한다는 생각이 6개월이 넘게 이어졌다. 그동안 다른 사람들은 시도하고, 연습했을 것이다. 그들의 실력은 어느새 눈에 띄게 늘어 있었다. 나만 뒤쳐지는 것 같았다.


게으르지만 열심인, 조금 이상한 수강생이었다. 동작을 열심히 하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갔다. 요가원이라는 공간이 좋았다.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향과 분위기가 있었다. 현실에서 벗어나 매트 위에 온전히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힘든 일이 있던 날엔 어려운 동작을 하면서 화를 내고 땀을 냈다. 슬픈 날엔 눈물을 삼키며 숨을 골랐다.


9개월이 지난 어느 날, 문득 역 활자세(우르드바다누라아사나)가 하고 싶어졌다. 나 빼고 모두가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팔을 어깨 밑으로 넣고, 두 발바닥을 바닥으로 밀면서 힘껏 밀었다. 몸이 쑤욱 앞으로 나가면서 등이 매트와 떨어졌다.

'됐다!'

3번의 시도 중 1번만 성공했지만 그 달콤함은 엄청났다. 불가능해보이는 것도 언젠가는 가능하다는 걸 몸으로 실감하게 된 순간이었다. 다른 동작에도 눈이 갔다. 안되더라도 해보자라는 마음의 위력은 대단했다.


나도 모르는 새에 몸은 만들어지고 있었다. 팔과 등에 붙은 자잘한 근육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무릎을 대고 하던 팔굽혀펴기가 무릎을 떼고도 가능해졌다. 무거웠던 몸이 점점 가벼워졌다. 이제는 요가를 하고 난 뒤 다리가 후들거리는 느낌, 어깨가 욱신거리는 느낌을 즐긴다. 동작을 하는 중에도 허벅지가 단단해지는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더 깊은 자세를 만든다.


'꾸준히'가 가지는 힘을 믿는다. 당장은 변화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분명 달라지고 있다. 도전은 삶에 '좋아하는 것'을 늘린다. 요가를 제대로 해본 적 없던 나는 1년이 지난 지금 요가를 좋아하는 사람이 됐다. 회사 동료들은 나를 보고 요가를 떠올린다. 1년 뒤의 나는 또 어떤 걸 좋아하게 됐을지 기대가 된다. 좋아하면 잘하고 싶어진다. 잘하는 걸 좋아하기보다 좋아하는 걸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닦아내고, 담아내는 연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