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들 외로움과 고독을 구분해서 말한다. 보통은 외로움을 부정적인 감정으로, 고독을 긍정적인 감정으로 본다. 외로움은 타인을 필요로 하지만 고독은 혼자이길 선택한다. 혼자여도 고독을 즐긴다는 말과 혼자여서 외로움을 느낀다는 말은 뉘앙스가 확연히 다르다. 하지만 두 단어는 상호배척관계가 아니다. 사람은 때로는 외롭고, 때로는 고독하다. 외로움과 고독함은 내가 무엇을 원했는지, 어떤 상황인지에 따라 갈린다.
지난 토요일 오후, 카카오톡 먹통 사태가 발생했다. 그 시각, 이태원에 있는 한 북카페에서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책을 본 지 2시간 정도 지났을까, 휴대폰을 보니 취재원에게 카카오톡 연락이 와 있었다. 답장을 쓰고 보내기 버튼을 눌렀는데 전송이 되지 않았다. 뉴스를 검색해보니 카카오톡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났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몇 시간동안 온 카카오톡이 없었다. 기자 단톡방을 비롯해 여러 단톡방이 있어 300개는 금방 쌓였는데, 깨끗한 알림창은 새로웠다.
의도하지 않게 혼자가 되었다. 적어도 몇 시간 동안은 아무도 날 찾지 않겠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주기적으로 휴대폰을 들여다볼 필요가 없었다. 온전히 혼자라는 사실에 편안함을 느꼈다.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와 SNS가 활발한 현실에선 혼자여도 혼자일 수 없다. 불필요한 연락을 이어가고, SNS를 들여다보며 타인과 연결되려 했다. 타인을 갈망하는 마음으론 외로울 수밖에 없었다. 타인과 나를 연결하는 도구가 사라지자, 외로움은 고독이 됐다.
외로움과 고독 모두 나를 이해하는 감정 장치다. 내가 혼자이길 간절히 원하는지, 타인과 연결되고 싶은 마음인지를 알려준다. 외로움은 나쁜 것이고, 고독은 좋은 것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 대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기로 했다. 나는 외로운가? 외롭다면 지금은 타인이 필요하다. 외로움을 나눌 누군가와 연락을 하면 된다. 고독하다면 휴대폰을 잠시 내려놓는다.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아야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