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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람 Oct 06. 2022

삶을 위한 작은 변주

사진 한 조각, 일상 한 스푼

요가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제법 예쁘다.

6시 45분 알람이 울린다. 이불 속에서 손만 꺼내어 알람을 5분 뒤로 미룬다. 맥주 두 잔을 마시고도 잠이 쉽게 들지 않는 밤이었다. 5시간 자고 어떻게 개운하게 일하겠어, 조금 더 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50분 알람이 울리자 몸을 일으킨다. 여기저기 말하고 다닌 어제의 내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내일은 꼭 아침요가 할 거예요."

친구에게도 회사 선배에게도 하루종일 큰소리 땅땅 치고 온 나였다. 혼자 다짐하고 못 지키는 횟수가 늘어나자 전략을 바꾼 것이다. 전략이 먹히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


몸이 찌뿌드드한 요즘이다. 한창 요가에 푹 빠져 살다가 야근과 몰린 선약들로 요가는 뒷전이 됐다. 한정된 시간 안에 모든 걸 다 누릴 순 없으니 무언가를 포기해야했다. 그동안은 요가 대신 잠을 택했지만, 이제는 잠을 줄이고 요가를 가기로 했다. 나만 이런 생각을 한 건 아니었나보다. 18명이나 모여 작은 요가원이 꽉 찼다. 요가 음악 사이로 버스 소리와 새소리가 들렸다. 현재이면서도 현실과는 벽 하나를 두고 멀어진 느낌이었다. 호흡에 맞춰 몸을 쭉 늘리고 비틀다보니 안개가 자욱하던 머릿속이 맑아졌다. 잠을 제대로 못 잤는데도 하루를 잘 보낼 용기가 생겼다.


인생에 주는 작은 변주가 삶을 보는 태도를 바꾸기도 한다. 해보지 않고는 좋은 걸 알지 못한다. 꾸준히 안하면 좋은 것도 잊어버린다. 인생에 어떤 변화를 줄지 고민하면서도 정작 가까이 있는 걸 떠올리지 못했다. '아침요가 가기'는 내 의지로 실천할 수 있는 변주였다. 손끝에 잡히지 않는 변화만 쫓다가 지친 내게 휴식이 됐다. 요가를 하는 1시간은 늘 감정을 털어내고 다시 일어나는 시간이다. 하루 1시간, 내가 좋아하는 걸 할 수 있는 을 내보는 건 어떨까. 잠깐의 행복이 하루의 원동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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