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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룩스 Jun 11. 2021

무례한 당신에게 우아한 사랑을. 영화 <내 사랑>

I was loved. 눈을 감는 모디의 마지막 한마디었다.


'당신은 내가 필요해보이는데요.'

무례하게 구는 에버렛에게

모디는 의연하게 이야기한다.

그가 어떻게 반응하던

그녀는 우아하게 자신의 의사를 전한다.



따뜻한 로맨스 영화라기에는 이 영화는 다소 특이한 점이 있다. 여느 로맨스 영화처럼 열정적이거나 가슴 저리는 사랑이 드러나는 장면이 없다. 초반부에 남자 주인공, 에버렛(에단 호크)의 모디(샐리 호킨스)를 향한 이야기를 들으면 불쾌할 정도이다. 모디의 서열이 자신이 키우는 개나 닭보다도 아래라는 말까지 한다. 무뚝뚝하고 거친 남자 에버렛과 착하지만 여리지 않은 여인 모디의 이야기는 다른 모양으로 드러나는 사랑을 보여준다.



어릴 때부터 심한 관절염으로 몸이 불편한 여인 모디는 거칠고 무뚝뚝한 남자, 에버렛의 집에 가정부로 들어간다. 외로운 모디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그림을 그리는 일이었다. 내면의 아픔과 슬픔을 그림으로 승화시켰다. 현실에서 삶은 비참했지만 그녀의 그림은 동화처럼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따뜻하고 소박한 그녀의 그림은 거칠고 삭막했던 집을 바꾸어나간다.




에버렛은 모디가 죽고 나서야 그녀가 얼마나 훌륭한 여인이었는지, 소중한 존재였는지 깨닫는다. 속도는 달랐지만 모디는 에버렛이 자신을 사랑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죽기 전 환한 미소를 띠며 이야기한다.


'I was loved.'

나는 사랑받았어. 




에버렛은 무례한 표현과 거친 행동으로 모디의 삶에서 따뜻하게 다가가지 못했지만 그녀가 가장 원했던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두었다. 그녀가 그토록 좋아했던 그림을 마음껏 그릴 수 있도록 해주었기에 모디는 훗날 화가 모드 루이스가 될 수 있었다. 모디는 그의 진심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무례한 그에게도 우아한 사랑을 베풀며, 표현이 서툰 에버렛을 끝까지 품어주었다.



이 영화는 캐나다의 나이브 화가로 유명한 모드 루이스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들었다. 그녀가 엽서에 그리기 시작한 그림은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져 나중에는 닉슨 대통령이 백악관에 걸기 위해 의뢰할 만큼 큰 사랑을 받았다. 현재 그녀는 캐나다에서 손꼽히는 나이브 화가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는 주인공들의 실제 모습이 나온다. 몸은 불편하지만 수줍은 미소를 띤 모디 할머니의 얼굴은 맑고 곱다. 삶과 예술이 하나가 된, 그림으로 가득한 그녀의 작은 집은 사랑스럽고 아름답다.



무례한 당신에게

우아한 사랑을,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 것을 알기에.





<내 사랑>

에이슬링 월쉬 감독아일랜드


글 NEWL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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