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풀니스를 읽으며
“희생양을 찾으려는 본능은 인간 본성의 핵심이어서, 그 피부병을 스웨덴 사람이 스웨덴 질병이라 부른다거나, 러시아 사람이 러시아 질병이라 부르리라고는 상상하기 쉽지 않다. 인간이 원래 그렇다. 우리에겐 비난할 사람이 필요하고 어떤 외국인 한 명이 그 병을 옮겼다면, 그 외국인이 속한 나라를 주저없이 통째로 비난하곤 한다. 자세한 조사 따위는 필요하지 않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연일 이슈다. 접근할 수 있는 정제된 정보가 제한되다 보니 사실여부를 확인하기 힘든 이야기들이 온-오프라인으로 넘쳐난다. 혐오와 공포를 조성하며,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도 생기기 시작해서 이제는 바이러스 때문에 생길 사회문제가 더 걱정이다. 우리는 왜 이렇게 적을 규정하고 쉽게 비난하는 걸까? 팩트풀니스의 저자이자 테드의 스타강사이기도 했던 한스 로슬링은 이미 세상에 없지만, 그는 이미 답을 알고 있는 듯했다.
팩트풀니스는 의사이면서 통계 및 데이터 덕후였던 그가 평생을 바쳐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을 보여주기 위해 무지와 편견과 싸워왔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우리가 세계의 기근, 안전, 보건, 환경 등에 잘못되고 부정적인 상식들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무지가 때로는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여러 데이터들을 통해 보여준다. 저자의 TED 강의를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자칫 어려울 수 있는 통계를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내는 능력으로 봤을 때, 그가 그간 대중에게 얼마나 호소력 있고 매력적인 강사였는지 알 수 있었다.
무지와 편견을 극복하기 위한 저자의 노력은 저자 개인의 서양 중심적 사고에도 미쳐서 이를 의식하고 최대한 배제했지만, 동아시아인인 독자가 보기에 약간의 귀여운(?)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단계(저자가 분류한 4가지 소득수준의 삶 중 최상위) 세계권에 살고있는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들이 많아서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