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한파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날의 이야기이다. 옆지기는 그의 일을 하고 나는 나의 일을 하고 고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하던 중, 우연히 올려다 본 밤하늘이 참으로도 어여뻤다. 쌔까만 어둠 속에 파란 입김이 흩어지고 그 사이로 눈부신 별빛이 쏟아졌다.
도심의 화려한 불빛 속에서 바라본 밤하늘의 별이 이렇게 아름다울진대, 저 외딴 곳에서의 밤하늘은 얼마나 좋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 무섭게 내 입에선
"오빠, 나랑 별보러 갈래?"
라는 말이 출력되어 나왔다.
옆지기는 두말 않고 지금 당장 데리러 갈테니 별보러 갈 준비를 하라 답해왔다.
나는 신이 나 호다닥 집으로 들어 올라가 전기 포트에 물을 끓였다. 물이 끓어 오르자 한김 뺀 후 보온병에 옮겨 담고, 집에 쌓여있는 컵스프 2개를 챙겨 들었다. 거기에 귤 몇 알, 그리고 담요까지 가방에 담아 나는 옆지기를 기다렸다. 내 준비가 끝나고 자리에 앉자 옆지기로부터 내려 오라는 연락이 도착했다.
고작 몇 시간만에 본 옆지기의 얼굴이었지만 우리는 세상 오랜만에 본 냥 신이나 환호성을 지르고 만나서 반갑다며 우리 어서 데이트 가자고 재촉했다.
우리의 목적지는 수 개월 전 내가 우연히 했던 말을 흘려 듣지 않았던 옆지기의 픽. 바로 와우정사 주차장이다. 여름 끝 무렵, 와우정사에 방문할 당시 여기 주위에 가로등이 없어서 밤에 별 잘보이겠다는 내 말을 옆지기가 기억 하고 있던 것이다. 평일 저녁이었고, 새벽 출근하는 특성상 멀리 가지는 못하고 나름 근교라 할 수 있는 와우정사가 아주 제격이었다.
나는 이래 저래 감동에 감동이 더해져 잔뜩 로맨틱해진 마음으로 재잘거리기 시작했다. 요새 일이 많아 서로 얼굴 볼 시간도 없다고 당신 얼굴 잊어버리겠다. 오빠 냄새가 부족하다고 오늘 잔뜩 충전할꺼라며 쉴새없이 입을 놀리는 나를 보며 옆지기는 그저 웃어 주었다.
그렇게 도착한 와우정사 주차장은 정말이지 별빛 말고는 그 어떤 빛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도심의 불빛에 숙쓰러워 얼굴 못내밀던 별들이 여기선 누가 더 빛을 내나 뽐내듯 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고요한 불빛 아래 그대와 나 둘, 숨소리만 가득했다.
우리는 그렇게 흐르는 별빛을 바라보며 가져간 간식을 나눠 먹으며 아주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코끝과 손끝이 빨갛게 아려올 즘 우리는 다음에 또 오자, 다음엔 더 좋은 곳으로 가자 하며 그 곳을 벗어났다. 아주 긴 여행을 하고 온 기분이었다. 온전히 나와 옆지기 그리고 저 광활한 우주 끝 별들만이 그곳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