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뭐든 좀 잘 한다. 공부도 곧잘 했고, 처음하는 일이어도 금새 능숙하게 해낸다. 손끝도 야무지고 성격도 있어서 확실하게 해내는 편이다.
어딜 가도 인정받고 있지만 정작 나 스스로를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다. 이것 저것 하나 이뤄 놓은것도 없이 나이만 처먹고 있는 인생이라고 자평하며 산다.
이제 같이 일 한지 2주 밖에 안된 상사도 나를 붙잡고 너는 왜 너를 믿지 못하니, 너 진짜 잘하고 대단하다, 뭘 해도 잘 해낼꺼라고 말한다. 아침에 준 일을 오후에 끝냈다며 나를 한껏 치켜 세워주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 내가 사소하게 처리 하지 못한 일 하나 가지고 지금까지도 축 쳐져 있다. 내 잘못도 아니고,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내가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에서 오는 자괴감이랄까.
금요일 오후. 학교는 한산하다. 할일도 없고, 동료 직원들도 다 퇴근한 이 시간에 나 홀로 사무실에 앉아 어제 일을 곱씹으며 땅굴을 파고 또 파던 중이었다. 핸드폰에 아무렇게나 틀어놓은 영상에서 노래가 흘러나온다
괜찮아 잘 될 거야 너에겐 눈부신 미래가 있어 괜찮아 잘 될 거야 우린 널 믿어 의심치 않아
누가 내 모습을 훔쳐 보고 있기라도 한 것이었을까. 크게 숨을 들이마셔 내뱉고 마음을 다잡는다. 이제 더이상 어제 일에 얽메여 땅굴 파지 않겠다. 못한 일 보다 잘 해낸 일에 초점을 맞추겠다.
오늘도 나는 글을 한편 작성했다. 어제 오늘 별것도 아닌 일로 스스로를 미워한 나를 반성했다. 한국어 한마디도 못하는 중국인 상사를 모시고 공무를 처리했다(무려 은행 업무를 보았다). 이제 퇴근 하고 나선 주차 연습도 하러 갈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