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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세영 Mar 15. 2024

나랑 별보러 가지 않을래

얼마전 한파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날의 이야기이다. 옆지기는 그의 일을 하고 나는 나의 일을 하고 고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하던 중, 우연히 올려다 본 밤하늘이 참으로도 어여뻤다. 쌔까만 어둠 속에 파란 입김이 흩어지고 그 사이로 눈부신 별빛이 쏟아졌다.


도심의 화려한 불빛 속에서 바라본 밤하늘의 별이 이렇게 아름다울진대, 저 외딴 곳에서의 밤하늘은 얼마나 좋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 무섭게 내 입에선


"오빠, 나랑 별보러 갈래?"


라는 말이 출력되어 나왔다.


옆지기는 두말 않고 지금 당장 데리러 갈테니 별보러 갈 준비를 하라 답해왔다.


나는 신이 나 호다닥 집으로 들어 올라가 전기 포트에 물을 끓였다. 물이 끓어 오르자 한김 뺀 후 보온병에 옮겨 담고, 집에 쌓여있는 컵스프 2개를 챙겨 들었다. 거기에 귤 몇 알, 그리고 담요까지 가방에 담아 나는 옆지기를 기다렸다. 내 준비가 끝나고 자리에 앉자 옆지기로부터 내려 오라는 연락이 도착했다.


고작 몇 시간만에 본 옆지기의 얼굴이었지만 우리는 세상 오랜만에 본 냥 신이나 환호성을 지르고 만나서 반갑다며 우리 어서 데이트 가자고 재촉했다.


우리의 목적지는 수 개월 전 내가 우연히 했던 말을 흘려 듣지 않았던 옆지기의 픽. 바로 와우정사 주차장이다. 여름 끝 무렵, 와우정사에 방문할 당시 여기 주위에 가로등이 없어서 밤에 별 잘보이겠다는 내 말을 옆지기가 기억 하고 있던 것이다. 평일 저녁이었고, 새벽 출근하는 특성상 멀리 가지는 못하고 나름 근교라 할 수 있는 와우정사가 아주 제격이었다.  


나는 이래 저래 감동에 감동이 더해져 잔뜩 로맨틱해진 마음으로 재잘거리기 시작했다. 요새 일이 많아 서로 얼굴 볼 시간도 없다고 당신 얼굴 잊어버리겠다. 오빠 냄새가 부족하다고 오늘 잔뜩 충전할꺼라며 쉴새없이 입을 놀리는 나를 보며 옆지기는 그저 웃어 주었다.


그렇게 도착한 와우정사 주차장은 정말이지 별빛 말고는 그 어떤 빛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도심의 불빛에 숙쓰러워 얼굴 못내밀던 별들이 여기선 누가 더 빛을 내나 뽐내듯 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고요한 불빛 아래 그대와 나 둘, 숨소리만 가득했다.


우리는 그렇게 흐르는 별빛을 바라보며 가져간 간식을 나눠 먹으며 아주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코끝과 손끝이 빨갛게 아려올 즘 우리는 다음에 또 오자, 다음엔 더 좋은 곳으로 가자 하며 그 곳을 벗어났다. 아주 긴 여행을 하고 온 기분이었다. 온전히 나와 옆지기 그리고 저 광활한 우주 끝 별들만이 그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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