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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세영 Mar 16. 2024

까만 봉다리

정오를 지난 토요일의 떡집은 한가하다. 주문 들어온 떡은 이미 오전 중에 다 찾아갔고, 같은 건물에 있는 병원은 슬슬 문 닫는 이 시간이 되면 거리에 사람들도, 떡집에 방문하는 사람들도 줄어 든다.


여유롭게 커피 한잔 내려 들고 뜨개질거리를 꺼내어 자리에 앉았다. 커피에서 김이 더이상 안 날 즈음, 손에 쥔 뜨개거리를 두어 단 정도 떴을 무렵 자그마한 할머니께서 들어오셨다. 까아맣게 염색해 빠글빠글하게 볶은 머리에 약간은 휜듯한 허리, 고목같은 손까지 우리 주위에서 늘 볼 수 있는 그런 노년의 여인이었다.

  

그녀는 시루떡 하나와 손녀에게 줄 꿀떡 하나를 집으시곤 새삼 떡값이 비싸졌다 놀람의 들숨을 한번 들이키곤 계산 하셨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별다른 말 없이 봉투에 떡을 담아 건네 드렸다.


봉투를 받아든 그녀는 즉시 내게 물어왔다.


"까만 봉다리는 없소?"


나는 없다고 죄송하다 답했다. 그러자 그녀는 자신의 가방을 뒤적 거리더니 꼬깃 꼬깃 접어 둔 까만 봉다리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선 나를 향한 말인지 그저 혼잣말인지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으며 방금 구매해 새 봉투에 담긴 떡을 다시 자신의 손보다도 더 주름진 검정 봉다리 속으로 집어 넣었다.


'차를 타고 가야 해서... 차를 타야 해서.... 차를 타려면....'



간혹 이런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주로 노년의 신사거나 노년의 숙녀분이신데 주로 속이 들여다 보이지 않는 '검정 봉다리'를 요청하신다. 그들은 반투명해 속이 보이는 우리 떡집의 봉투가 싫다는 내색을 하시며 속이 비치지 않는 검정색의 불투명한 봉투를 찾으신다.


그들은 무엇을 그렇게 숨겨야만 했을까. 못 살 물건도 아니고, 해를 끼치는 물건도 아닌 그저 떡일 뿐인데. 무엇이 그들에게 정정 당당하게 구매한 물건을 감춰야만 하게 만들었을까. 내가 산 물건을 보이면 점잖아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는 것일까? 나는 아직 그들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다.


그래도 그들을 위한 까만 봉다리를 구비 해둬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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