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추워. 추워서 꽁꽁 얼어. 개울물이 단단히 얼면 얼음에서 놀 수 있지. 내가 놀던 방법을 몇 개 소개할게.
1. 얼음 썰매
그래, 나무로 만든 그 썰매. 나무판 위에 앉는 법은 두 가지, 양반다리로 앉기와 무릎 꿇고 앉기가 있어. 편하게 탈 때는 양반다리로 앉고 속도를 낼 때는 무릎을 꿇고 앉아. 빨리 달리려면 손잡이를 양손에 쥐고 할 수 있는 만큼 팔을 앞으로 쭉 뻗어야 하니까. 그 상태로 힘껏 얼음을 내리찍어. 온 힘을 양팔에 놓고, 썰매 위에 앉아있는 몸을 앞으로 쓱 끌어오는 거야. 무릎을 꿇고 앉으면, 정강이는 썰매에 그대로 붙이고 무릎으로 일어설 수 있으니 그만큼 팔을 더 길게 뻗을 수 있고, 그만큼 앞으로 쭉쭉 나갈 수 있어. 이걸 빠르게 반복할 수 있다면 이제 너도 썰매 타기 선수지! 눈썹이랑 입술에 힘을 주면 왠지 팔이 더 빠르게 돌아가는 느낌이 들어. 나무썰매 말고도 탈 수 있는 건 무엇이든 타고 놀았어. 과자봉지나 세숫대야, 반찬뚜껑...
1-1. 앉은뱅이
어릴 때 우리 동네에서는 얼음썰매를 앉은뱅이라고 불렀어. 앉아서 타는 썰매라는 뜻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걷지 못하는 사람을 말하는 단어였더라고. 벙어리장갑처럼 말이야. 그때는 뭐가 이상한지 잘 몰랐어. 그런 때였어. 그 단어를 나쁘게 사용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아마 누군가에겐 말하는 사람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콕콕 가시처럼 박히는 말이었을 거야. 나무썰매, 얼음썰매, 손모아장갑... 이렇게 무언갈 바꾸어가려는 생각과 마음이 고맙고 좋아. 모르던 걸 알게 될 때 머쓱하게 안도해. 아,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겠다,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다!
2. 투명 얼음 찾기
내가 제일 좋아했던 놀이야. 우선 개울가에 있는 마른풀을 모아. 잔나뭇가지가 있다면 그것도 괜찮아. 모아서 빗자루를 만들어. 얼음 위에 깔린 눈을 그 빗자루로 쓸어. 쓸면서 투명하게 언 얼음을 찾아. 얼음 위를 다닐 때 한 발로 힘을 살살 실어가며 눌러보면 얼음이 튼튼한지 아닌지 알 수 있어. 잘 모르겠다면 무거운 돌덩이를 던져봐도 돼. 운이 좋게 튼튼하고 투명한 얼음을 발견했다면 나뭇가지나 돌멩이로 너의 얼음집 경계를 표시해. 집안에 예쁜 돌이나 얼음조각, 고드름을 장식해. 얼음 아래로 지나가는 물고기도 구경해. 친구 얼음집에 예쁜 장식품을 들고 놀러가도 즐거워. 그럼 친구가 근사한 선물을 가지고 놀러 올 거야, 띵동 띵동 벨을 누르고.
3. 얼음 장식 찾기
얼음집을 꾸밀 때도 쓸 수 있는 근사한 장식품을 찾는 놀이야. 물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며 흐르는 곳으로 가. 그런 곳에는 동굴의 석순처럼 멋진 얼음이 많아. 가장자리부터 얼음을 조심조심 떼어내. 단단한 얼음은 돌로 깨서 꼭 뒤집어 봐. 겉으로 보기엔 밋밋해도 뒷면은 화려할 수 있어. 아, 얼음에 손이 베이지 않게 조심해!
4. 얼음배 타기
이건 권장하지 않을게. 위험할 수 있겠어. 내가 어릴 때는 위험한 놀이도 많이 했어. 나중에 타잔놀이도 들려줄게. 얼음배는 글을 읽으며 상상으로 타보자. 우선 돌이나 썰매 손잡이, 나무막대 등을 이용해서 얼음을 크게 깨는 거야. 우리 동네에선 남자애 셋이 주로 이 작업을 했어. 그 애들은 얼음을 크게 잘라 둥둥 물에 뜬 조각을 여러 개 만들었어. 이게 바로 얼음배야. 이 얼음배 하나에 올라타서 긴 막대기로 노를 저으며 다니다 그 얼음배가 가라앉기 전에 다른 조각으로 건너가야 해. 난 얼음배가 너무 타보고 싶었는데 그만큼 무섭기도 했어. 그래도 안 탈 수가 없었어. 이건 너무 동화 같고 모험 같았으니까. 내가 얼음배에 올라탔을 때, 그동안 단단한 바닥이 나를 얼마나 딱 잡아주고 있었는지 깨달았어. 얼음 위에 둥둥 떠있는 건 새로운 감각이 필요한 일이었어. 가만히 버티고 있으면 안 돼. 가만히 있어도 나는 내 무게를 이리저리 나눌 수 있어야 하는 거였어. 처음에는 너무 놀라 얼음배가 아닌 단단한 얼음벌판으로 바로 뛰었어. 친구가 손을 잡아주었어. 발이 단단한 곳에 닿으니 긴장이 풀리고 웃음이 났어. 곧 용기도 솟아났지. 나도 할 수 있네!
얼음 놀이의 끝은 누군가가 물에 빠져 신발이랑 바지가 다 젖는 걸로 끝이 났어. 나도 그런 적이 있지. 차가운 물이 내 다리에 매달려 얼마나 무겁던지! 절벅절벅 집으로 돌아갔어. 얘들아, 옷 갈아입고 다시 나올게 하는 이때의 말엔 별로 믿음이 없다는 걸 우리는 알았지. 집에 들어가서 뽀송한 내복을 입고 따뜻한 아랫목에 들어가는 순간 마음이 바뀔 수 있다는 걸. 이제 슬슬 얼음놀이를 끝낼 시간이라고 자연스레 밥 먹고를, 내일 다시를 약속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