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우성 Sep 30. 2023

팝업 스토어 열풍과 반드시 기억해야 할 요소

요즘 브랜드 팝업스토어가 인기입니다. 성수동에 가면 갈 때마다 다른 브랜드의 팝업 매장이 들어서는 것을 볼 수 있죠. 저희 집 주변 백화점만 가도 아예 한 층의 일정 크기의 공간은 매번 다양한 팝업스토어가 열립니다. 이런 것을 볼 때 이제는 마치 브랜드 팝업 스토어는 유행이 된 것 같은 느낌마저 받습니다. 성수의 팝업 스토어만 알려주는 인스타그램이 있는가 하면 전국(?)의 오프라인 팝업만을 소개하는 매체도 생겼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볼 것이 있습니다. 브랜드는 팝업 스토어를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어떤 경험을 주고 있는지, 아니 어떤 경험을 줘야 하는지입니다.


그것이 없는 단지 이쁘기만 한 팝업은 사실 반쪽짜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닌 반쪽이라고 하는 이유는 한 측면에서는 이런 유행에 동승했기 때문에 사람들의 호기심을 한 번은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팝업을 방문하는 사람이 그 브랜드에 호기심을 가지고 방문했다고 보기도 이제는 조금 어렵게 되었습니다. 워낙 다양한 팝업들이 오픈하고 또 바뀌니 이제는 새롭게 보이는 팝업 스토어에 무조건 들어간다는 편이 더 맞겠죠. 마치 도장 깨기를 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렇다면 브랜드 팝업 스토어, 더 나아가 브랜드의 오프라인 스토어를 진행함에 있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잠시 열리는 팝업 스토어가 아닌 오프라인 스토어를 언급하는 이유는 팝업 스토어의 연장은 결국 오프라인 스토어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비록 운영 기간은 짧지만 팝업 스토어는 오프라인 스토어에서 보여줘야 하는 것들을 함축적으로 짧은 기간 내 보여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그것은 바로 우리가 이곳을 통해서 어떤 경험을 방문객들에게 주길 원하고 그것이 우리의 브랜드 철학 혹은 브랜드다운 모습과 얼마나 연결되어 있는 것인가입니다. 단지 인스타그래머블(?)한 예쁜 팝업 스토어는 사실 이제 너무 흔해졌어요. 그것은 아마도 이전에 제가 언급했던 브랜드의 핵심 경험, 조금 더 정확히는 감성적 경험과 연결 지어져 있을 겁니다.(이와 관련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조 바랍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것에 성공한 오프라인 매장을 저는 두 곳 정도 말씀드려 보겠습니다.(물론 개인적 의견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하나는 젠틀몬스터입니다. 그들의 매장 안에서는 그 브랜드가 어떤 것들을 추구하고자 하는지 또 어떤 강점이 있는지를 너무 잘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연스럽게 이 브랜드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나 느낌을 단번에 알 수 있기에 가장 직관적이고 또 적절한 브랜드 경험을 이곳에서 받게 되는데요. 알다시피 젠틀몬스터는 매장마다 시각적 통일성은 전혀 없다고 보아도 맞습니다. 완전히 다른 테마의 매장을 내죠. 하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무언가는 늘 동일합니다. 그것은 바로 그들의 실험정신과 거의 동물적 감각에 가까운 예술적 표현력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저는 이것이 젠틀몬스터라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그대로 대변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전개하는 모든 브랜딩에 그것이 잘 녹여져 있고 그것이 그대로 오프라인으로도 연결되는 것이죠. 심지어 젠틀몬스터에서 전개하는 뷰티 브랜드인 탬버린즈나 디저트 매장인 누데이크에서도 그 젠틀몬스터다운 모습을 다른 형태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죠.   


젠틀몬스터 플래그십 스토어


또 하나는 좀 오래된 사례이긴 하지만 과거의 애버크롬비 & 피치 매장입니다. 젠틀몬스터와 같이 애버크롬비 & 피치 역시 그 브랜드가 추구하는 느낌을 정말 여러 요소에서 솔직하게 잘 보여준 기억이 있습니다. 어둑어둑한 조도의 실내, 무언가 약간 우디하고 시원한 향이 맴도는 공간, 나무(진짜 나무가 아니라 할지라도)를 많이 사용하는 클래식한 분위기의 인테리어. 해변에서 들으면 좋을 것 같은 노래들. 섹시한 모델들의 이미지. 딱 이 브랜드가 어떤 느낌을 추구하는지 바로 알 수 있죠. 이럴 때 난 애버크롬비 & 피치라는 브랜드를 이곳에서 경험했다는 표현을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비록 백인우월주의라는 오명을 써서 워너비 브랜드에서 비호감 브랜드가 되었지만 그들의 브랜드 이미지를 매장에서 정말 잘 보여준 것만은 부정할 수 없죠.  


애버크롬비 & 피치 파리 스토어


브랜드를 경험하게 하는 매개체로 팝업스토어를 포함한 오프라인 공간은 정말 중요한 공간입니다. 스마트폰이나 모니터 화면으로만 보던 브랜드의 온라인 한계를 일단 넘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오프라인 공간은 사람의 오감을 다각도로 건드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각, 청각, 후각을 넘어 심지어 (미각은 모르겠습니다만) 촉각까지도 기획이 가능하죠.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안에서 고객이 받는 경험이 정말 우리 브랜드가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전달하고 싶은 우리만의 경험인지입니다. 팝업 스토어를 혹은 오프라인 매장을 기획하고 계신 브랜딩 담당자분이라면 이 포인트를 반드시 한번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단기간 내에 반짝하고 사라지는 팝업 스토어는 오프라인 상설 매장에 비해서 이것을 전달하기 더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팝업 스토어를 진행한다면 이 점을 더더욱 고려하시길 바랍니다. 고객이 우리 브랜드를 경험할 시간이 오프라인 매장에 비해 그만큼 짧으니 말이죠.  

이전 08화 감동은 예상 못한 디테일에서 옵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