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랜 기간 다양한 기업에서 브랜딩을 진행했었습니다.
어느 곳이건 그 브랜드의 현재의 상황에 맞게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하지만 브랜딩을 진행함에 있어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아니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것은 바로 차별성, 즉 무엇이 되었건 남들과 다르게 하는 것입니다.
일단 제 성향이 그렇습니다. 어떻게든 남들이 하는 방식으로 하고 싶지 않은 그런 성향 말이죠. 이 차별성은 브랜딩에 있어서 절대 빼놓을 수 없을 만큼 중요합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 정도로 축약해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하나는 남들과 우리 브랜드의 이미지 혹은 인상의 간극을 더 벌리기 위해서이고요. 다른 하나는 남들이 우리를 한 번이라도 더 볼 기회를 이것이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첫 번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볼게요. 모든 아니 대부분의 브랜드마다 나름의 강점과 약점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브랜드(라기보다 기업 혹은 기업의 담당자들)는 강점을 더 강하게 만들기보다는 약점을 보완하는데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당연합니다. 우리의 약점을 드러내고 싶지 않을뿐더러 약점으로 우리를 책잡히게 혹은 다른 경쟁자들보다 열위에 놓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한번 생각해 보세요. 모든 브랜드가 약점을 보완하는 데에만 힘쓰면 어떻게 될까요?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브랜드가 서로 비슷해지겠죠.(이 내용은 제가 좋아하는 ‘디퍼런트(문영미 저)’에 나온 내용입니다. 저는 다른 것은 몰라도 이것은 브랜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나만의 개성을 확실하게 만들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브랜딩을 할 때는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보다 자신만의 강점을 더욱 뾰족하게 세워야 합니다. 그래야 다른 사람과 우리 이미지의 간극을 벌릴 수 있어요.
이것을 사람에 비유해 볼까요? 누구나 남들보다 잘하는 것이 하나씩은 있을 겁니다. 특출 나지는 않더라도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뛰어난 재능이 아마도 있을 거예요. 이런 재능은 놔둔 채 자신이 못하는 것만을 잘하려 한다면? 어떤 면에서든 그는 남들보다 뛰어난 사람으로 기억될 수 없을 겁니다. 약점 보완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을 나만의 개성이라 할 수는 없겠죠. 약점보다 자신의 강점을 더 날카롭게 만들어야 무언가를 잘하는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다른 부분에서는 약점이 훨씬 많더라도요.
두 번째 이유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건 제 개인적인 경험인데요. 언제부터인가 겨울이면 거리는 온통 흑백이 됩니다. 사람들이 모두 검은색 계열의 패딩과 코트를 입고 다니기 때문이죠.. 출퇴근길 지하철이나 거리를 보고 있으면 다들 장례식장에 조문 가는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죠. 개인의 취향이겠지만, 언제부턴가 저는 그 광경이 그렇게 싫었습니다. 거대한 검은색 무리 중 한 명으로 보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과감하게 노란색(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병아리색?) 코트를 하나 구매했습니다. 그 후 일어난 현상이 아주 흥미로운데요, 그 코트를 입고 나서면 지인들이 모두 한 마디씩 저에게 말을 걸고 이 코트에 대한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친한 지인뿐 아니라 평소 대화가 별로 없었던 분들까지 말이죠.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노란색 코트를 통해 사람들이 저에게 한 번 더 관심을 가졌다는 뜻입니다.
이렇듯 차별화는 앞서 얘기한 대로 우리를 한 번이라도 더 볼 기회를 주변에 제공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를 그들의 입을 통해서 화자 되게 만들죠. 화자가 된다면 당연히 우리 브랜드의 존재는 누군가의 입을 통해 주변에 알려지게 돼요.
'예전에 29CM라는 온라인 편집샵에서 브랜딩을 진행할 때 앱 설치 프로모션을 준비할 일이 있었어요. 보통의 프로모션은 비슷한 공식을 따르는데요. 작은 리워드를 많은 사람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 바로 이거예요.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타벅스(에서 진행하는 이벤트가 아닌 스타벅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는) 리워드 이벤트를 생각해 보세요. 앱을 설치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을 통해 커피 쿠폰을 제공하는 것 말이죠. 저는 이런 방식이 너무 싫었습니다. 이유는 브랜드 이미지에 어떤 차별화도 줄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당시 과감히 이런 방식을 탈피해서 미니쿠퍼를 단 한 명에게 주는 이벤트를 진행했어요. 그것도 29CM 스타일로 커스터마이징 한 미니쿠퍼를 말이죠. 당첨 과정도 원테이크 영상으로 촬영해서 공개했고 미니쿠퍼를 당첨자에게 전달하는 과정도 영상으로 촬영해서 모두에게 노출했습니다. (심지어 29CM 배송박스와 똑같은 박스를 만들어 그 안에 미니쿠퍼를 넣기도 했죠). 결과는 어땠을까요? 무려 10만 명이 앱을 설치했음은 물론이고 당시 이 이벤트가 정말 많은 바이럴을 만들었습니다. 심지어 아직까지도 이 이벤트를 기억하시는 분을 많이 만납니다. 그들의 기억 속에 이 프로모션은 두고두고 남아있는 것이죠.
차별화가 이래서 중요합니다. 남들과 같아서는 새로운 반응을 기대할 수 없어요. 남들과 달라야 반응도 다르고, 나를 한 번 더 인지시킬 수 있는 계기도 생깁니다. 여러분들이 브랜딩을 위해 무언가를 계획하고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남들과 달라야 함을 반드시 잊지 마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