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은 왕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많이 들어 보셨죠? 그렇다면 기업은 언제나 고객 중심적으로 생각해야 할까요? 물론입니다. 우리의 제품을 구매하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바로 고객이니까요.
무조건 제품과 서비스는 고객을 만족시켜야 합니다. 그래야 그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제품과 서비스를 기획하는 부서뿐 아니라 마케팅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의적절하게 고객이 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해서 어떻게든 구매를 발생시켜야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마케팅은 판매고를 올리기 위한 직접적인 모든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브랜딩 또한 고객을 그 중심에 놓아야 할까요? 저는 이 부분에 있어서는 한편으로는 맞고 또 한편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브랜딩의 정의는 남들과 나를 구분 짓는 나만의 가치를 만드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남들과 나를 구분 짓는다는 건데요. 어떻게 고객의 머릿속에서 나와 경쟁사들을 구분 짓게 할 수 있을까요? 여기에는 브랜드 중심적 사고가 필요합니다. 즉 고객이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것만을 해서는 남들과 나를 명확히 구분 지을 수 없기 때문이죠.
여기서 트렌드에 대한 제 생각을 잠시 얘기해 보면서 이것에 대한 이해를 돕도록 하겠습니다.
트렌드란 지금 대중들에게 유행하는 무엇입니다. 그 대중 속에는 우리 고객들도 있을 것이기에 조금 더 좁혀서 얘기한다면 고객들이 지금 관심 갖고 좋아하는 무엇이 될 수 있죠. 그렇다면 이렇게 한번 가정해 보자고요. 고객들이 좋아하니 우리의 브랜딩도 그것에 맞춰서 한다고 말이죠.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물론 고객들의 관심을 잡는 데는 성공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트렌드를 따라가는 게 비단 우리 브랜드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모든 브랜드가 요즘 트렌드를 따라간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중 우리 브랜드는 어디 즈음 있나요? 그것을 선도하고 있다면 좋습니다. 하지만 그러긴 쉽지 않을 테고 그렇다면 우리 브랜드는 트렌드를 따라가는 다수의 무리 중 하나가 아닐까요? 여기서 남들과 나를 과연 구분 지을 수 있을까요?
곰표 밀맥주 아시죠? 작년에 큰 화제를 일으켰잖아요. 편의점에서 없어서 못 살 정도로 말이죠. 곰표 밀맥주가 이렇게 반응이 좋으니 어떤 현상이 발생했는지 기억하세요. 정말 기억도 못할 정도로 다양한 브랜드 콜라보 맥주가 나왔습니다. 말표 흑맥주, 롯데 주시후레시 맥주.. 셀 수도 없었죠. 지금은 어떤가요? 그들도 곰표 밀맥주처럼 대중에게 오래 기억되고 선택받았나요? 아뇨. 사람들은 여전히 곰표 밀맥주만 기억합니다. 트렌드를 만든 장본인이니까요. 그 외 다양한 콜라보 맥주는 곰표 밀맥주의 아류(?) 정도의 인식이 강하죠. 하지만 그런 기업들에서 맥주회사와 콜라보를 진행한 이유(혹은 반대로 맥주회사가 그런 회사들과 콜라보를 진행한 이유일 수도 있네요.)는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고객들은 이것을 좋아하고 찾는다. 고객의 니즈는 이런 맥주다. 이것이 요즘 고객들의 트렌드라는 이유에서였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브랜딩을 기획하시는 분들이라면 한편으로는 고객 중심보다는 철저히 브랜드 중심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내가 멋지고 당당하고 확고하고 개성 있어야 고객들이 나에게 관심을 가질 테고, 나를 좋아할 수 있으니 말이죠. 고객의 니즈와 편의 그리고 요즘 트렌드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그들이 필요로 하는 존재 혹은 요즘 유행에 탑승한 한 곳은 될 수 있을지언정 그들에게 우리만의 존재감을 철저히 각인시키고 그것을 넘어 그들이 동경할 수 있는 존재가 되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