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록 브랜딩과 관련된 일을 해오면서 힘이 빠질 때가 있습니다.
브랜딩은 브랜드의 팬을 만드는 '모든' 과정입니다. 이렇듯 이 과정 중에서 고객들이 우리의 어떤 지점에서 긍정적 경험 혹은 좋은 인상을 가지고 우리의 팬이 될지는 사실 아무도 모릅니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던 브랜딩을 통해 우리 브랜드에 호기심을 가진 고객은 반드시 우리 브랜드의 서비스를 혹은 제품을 이용해 볼 텐데요. 그 과정 중 특정 기능에서 에러가 난다거나 전반적인 서비스가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어떨까요? 아무리 열심히 우리를 알리고 우리 브랜드에 관심을 가지게 하기 위한 브랜딩을 한다 해도 제품에 대한 만족도가 낮다면 결국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만큼 브랜딩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허탈감도 커지고 또 한편으로는 그런 고객들이 더 늘어날까 봐 걱정과 조바심 역시 커지더라고요. (제가 IT업계에 오래 있어서 더 그런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는 비단 제품 자체에 대한 만족도에서만 나오지 않습니다. 어떤 브랜드에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해당 브랜드와 커뮤니케이션하는 과정에서 묵묵부답이라거나 또한 제가 원하는 답변을 듣지 못했을 경우도 이에 해당합니다. 반대로 제품이 차별화되고 전반적인 서비스에서 느끼는 만족도가 높다면, 브랜드를 많이 알릴수록 그 사람들을 우리 브랜드의 팬으로 만들 확률 또한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결국 좋은 브랜드는 효과 좋은 마케팅만으로는 결코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제품이나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결국 애써 모은 사용자는 떠나기 마련이니까요. 이렇게 떠난 고객을 다시 붙잡는다고 그 어떤 수단의 마케팅을 해도 이미 부정적인 경험을 한 사람들 대부분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 혹여나 그들이 우리 브랜드에 대한 안 좋은 경험을 주변에 얘기한다고 생각하면… 정말 아찔하기까지 합니다. 이 때문에라도 브랜딩을 마케팅의 일부라 여기는 것은 미시적 접근일 겁니다. 오히려 브랜딩이란 모든 소비자 접점의 경험을 고려하는 거시적 안목으로 설계하는 것에 가깝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는 정말 기본 중에 기본입니다. 그렇다고 불편한 경험을 브랜딩 담당자 입장에서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겠죠? 그렇기 때문에 브랜딩을 하시는 분들이라면 우리 브랜드의 모든 서비스와 제품의 경험까지도 신경을 써야 할 겁니다. 한편으로는 너무 당연해 보이는 얘기이지만 사실 이 부분은 다양한 이유로 현업에서 간과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그리니 이 점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