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과거 29CM에서 브랜딩을 진행할 때의 이야기입니다.
29CM는 신규 앱을 론칭하고 사용자들을 모으는 이벤트를 기획하기로 했습니다. 목적은 명확했습니다. 앱 다운로드 및 이것을 통한 앱 경험이었죠. 당시 저희는 기존의 이벤트의 공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이벤트를 기획했습니다.
여기서 기존의 이벤트 공식에 대해서 잠시 설명드리자면 작은 경품들을 최대한 많은 응모자들에게 드리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 응모하면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2만 명”과 같은 이벤트가 여기에 속합니다. 많은 기업들이 이 방식을 진행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이벤트에 당첨하게끔 함으로써 그들의 심리적 실패 확률을 낮추는 것이죠. 응모하면 나도 되겠는데?라는 심리를 유발하여 많은 사람들이 이벤트를 참여하게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방식의 이벤트를 진행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비록 고객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이벤트이지만 남들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한다면 남들과는 다른 우리만의 무엇을 전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앞선 글에서 무엇을 하던 남들과 달라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했었죠?) 그래서 당시 우리는 과감히 당첨자를 몇만 명 혹은 몇천 명이 아니라 단 한 명으로 하기로 하고 다른 이벤트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경품을 걸었습니다. 바로 미니쿠퍼라는 자동차입니다. (당시에는 오직 한 명에게만 자동차를 주는 이벤트는 찾아볼 수 없었죠.)
이것을 주는 방식도 달랐습니다. 미니쿠퍼 한대를 구매해서 29CM 스타일로 전부 커스터마이징 했습니다. 그리고 이 이벤트를 알리는 필름도 감각적이고 멋지게 촬영했습니다. 당첨자에게 선물을 제공해 주는 방식도 달랐습니다. 미니쿠퍼가 담길 수 있는 배송박스를 직접 제작하여 그 안에 자동차를 넣고 당첨자를 기다렸죠. 결과는 어땠을까요? 10만 명이 이 이벤트에 응모했습니다. 저희가 이 이벤트를 위해서 잡은 전체 예산을 생각해 보면 굉장히 성공적이었어요. (이 이벤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뿐 아니라 이 이벤트는 방식 자체가 매우 신선하여 굉장히 큰 바이럴을 일으켰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 좋아요 수와 공유수도 엄청났고 댓글수도 굉장히 많이 발생했죠. 아직도 이 이벤트를 기억하시는 분들을 제 주변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 역시도 이것이 얼마나 참신했는지를 증명하죠. 이것을 통해서 29CM라는 브랜드를 정말 잘 알린 것입니다.
이벤트에 대한 기획부터 결과까지의 더욱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이 이벤트를 숫자로만 들여다보면 어떤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을까요? CPI 1000원 정도가 끝입니다. 즉 앱을 한 사람에게 인스톨시키는데 1천 원 정도가 사용되었다는 것이죠.
제가 숫자에 매몰되지 말자고 하는 이유는 바로 이 포인트입니다. 브랜딩에서 숫자는 당연히 따라와야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결과이지 목표점이 아니에요. 목표점은 당연히 우리 브랜드를 어떻게 남들과 다르게 개성 있게 알리고 우리만의 가치를 전달하는가입니다.
그런데 만약 앞서 말씀드린 대로 CPI 1000원이 그 과정에서 생긴 결과로 인지되지 않고 이것이 목표점이 되었다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요? 다음 이벤트는 이보다 낮은 혹은 이 수준의 숫자를 목표로 할 것입니다. 고백하자면 저도 그런 딜레마(?)에 빠졌었어요. CPI 1000원만 보고 다음 이벤트는 CPI 800원 정도에 맞춰보자고 목표를 잡은 것이죠.
그래서 제가 어떤 것을 했는지 아세요? 말씀드리기도 부끄러운데 1천 원 이하의 경품을 잡고 (예를 들어 음료수나 아이스크림과 같은) 많은 사람들에게 경품을 주는 이벤트를 한번 더 진행했었습니다. 우리만의 개성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뻔한 이벤트의 공식을 차용한 것이죠. 결과는 어땠을까요? 목표로 한 수치를 맞추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체리피커들만 많이 응모했고 그 보다 우리 브랜드만의 개성을 이곳에서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냥 아이스크림 이벤트 진행한 곳으로 기억될 뿐이었죠. (과연 기억은 됐을까요? 아닐 겁니다.)
여기서 저는 크게 깨달았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브랜딩을 진행하더라도 이런 오류를 범하면 안 된다고 말이죠. 사실 이런 방식은 브랜딩도 아니죠. 오히려 디브랜딩(브랜드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행위)이 더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후로 다시는 이런 이벤트는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도 마찬가지로 말이죠.
제가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지 아마도 잘 느끼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브랜딩을 함에 있어서 여러분도 이런 실수를 범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남들과 다른 차별화를 만들지 못한다면 그것이 아무리 수치적으로 효과적이라도 그것은 브랜딩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리니 브랜딩을 기획하시는 분들이라면 이렇게 단지 수치적인 목표만을 위해서 이것에 매몰되는 현상을 늘 조심해야 합니다. 우리 브랜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없다면 수치의 유혹이 있다고 해도 반드시 다시 한번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이것을 통해서 우리가 우리 다운 모습을 잘 전달할 수 있을지를 말이죠. 그게 아니라면 과감히 포기하는 용기도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