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들은 얘기를 한번 꺼내 봅니다. 바로 배와 물의 비유인데요. 배가 물에 뜨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까지는 물이 채워져야 합니다. 그리고 물의 깊이가 깊어지면 배는 더 멀리 나갈 수도 있고 속도를 낼 수도 있습니다. 너무 당연한 얘기죠.
저는 이 비유가 한편으론 브랜딩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물을 채우는 과정이 우리 브랜드의 브랜딩 활동이라고 한번 생각해 보고 배가 뜨고 속도를 내어 앞으로 나가는 것을 고객들의 반응이라고 한번 생각해 볼게요.
처음 브랜딩을 시작할 때 즉 브랜드가 전달해야 할 경험들을 정의하고 그것에 대한 활동을 막 시작할 때라고 가정해 보면요. 브랜딩을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고 해도 고객들의 반응이 생각만큼 그리 쉽게 오지 않을 겁니다. 이렇게 했는데 왜 아무 반응이 없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여기에는 정성적인 반응도 정량적인 반응도 모두 포함됩니다.
그런데 한번 생각을 해보세요. 브랜딩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잖아요.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우리가 한두 번 무엇을 한다고 사람의 마음이 그리 쉽게 움직일 리 없습니다. 앞서 배와 물의 비유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어느 정도 물이 차야 배가 그제야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것이죠. 그때까지는 이런 반응들을 예상하고 계속 물을 부어야 해요. 즉 꾸준히 우리를 알릴 수 있는 브랜딩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많은 기업들이 이런 과정을 인지(?) 하지 못해서 브랜딩을 쉽게 포기한다는 것입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니 말이죠. 그래서 어쩌면 시장에서 브랜딩을 잘한다는 브랜드는 소수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다른 브랜드들은 그 브랜드를 멀리서 보고 부러워하죠. 비결이 뭘까를 고민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것에 큰 비결이 있기보다는 그 브랜드가 그들이 원하는 모습을 얻기 위해서 열심히 그리고 꾸준히 브랜딩을 전개했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리고 결국 배가 움직일 정도로 물이 차듯이 그 지점에 닿은 것이죠. 그러니 사람들의 반응이 나타날 수밖에요. 하지만 이런 과정들이 있다는 것은 쉽게 간과됩니다. 단지 비결만을 알고 싶어 할 뿐이에요.
그렇다면 어느 정도 물이 차고 그 수면이 높아지면 어떻게 될까요? 배가 앞으로 나가고 속력을 내는 것처럼 이후 진행되는 브랜딩에는 이전보다 훨씬 많은 고객들이 반응하게 됩니다. 그래프로 굳이 얘기한다면 브랜딩의 시작과 일정 지점을 넘어 브랜드의 팬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직선의 상승 곡선이 아닌 것이죠. 초반에는 반응이 적다가 점점 그것이 늘고 어느 지점이 넘으면 그 그래프의 상승 곡선이 확 늘어나는 마치 J-커브와 같은 모양이 되는 것과 비슷할 겁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정말 꾸준한 브랜딩 활동입니다. 물론 그 방향이 정확해야 함은 물론이고요.
이건 저도 실제 브랜딩을 진행하면서 많이 느꼈던 부분이에요. 과거 29CM 브랜딩을 처음 맡았을 때는 사실 이렇다 할 반응이 크게 없었어요. 하지만 그것을 하면 할수록 주변 사람들부터 우리 브랜드를 인지하고 관심 있게 봐주기 시작하고 시간이 갈수록 브랜드의 팬이 급속도로 늘어남을 확인했습니다. 일 예로 초창기에는 29CM가 입점하기 바라는 브랜드가 입점을 거절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들이 당장 알아주건 아니건 간에 외부에 남들과는 다른 모습의 브랜딩 활동을 정말 꾸준히 진행했고 그것에 대한 반응이 어느 지점부터 점점 늘어나더니 나중에는 다양한 브랜드에서 입점하고 싶다는 제안을 주기 시작했고 그 브랜드에는 비단 스몰 브랜드뿐 아니라 누구나 다 아는 빅 브랜드들도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좋은 브랜드들이 많이 입점이 되어 회사의 매출에 좋은 영향을 주었음은 물론이고요.
그러니 브랜딩을 기획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배와 물의 비유를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크건 작건 꾸준히 차별화되고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당장 아무 반응이 없더라도 말이죠. 브랜딩은 그래서 한편으로는 좋은(?) 투자와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장의 수익에 연연하지 않고 꾸준히 투자를 하면 나중에는 어느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그런 것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