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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우성 Nov 27. 2023

요즘 핫하다는 브랜드에 실망한 사연

얼마 전 전통주 한 병을 선물 받았습니다. 요즘 백화점에서 팝업 스토어도 많이 열고 핫한 브랜드라고 하더라고요. 병을 보니 요즘 왜 이렇게 인기가 좋은지를 조금 알 수 있었습니다. 보통의 전통주와 다르게 패키지가 너무 이쁘고 세련되었더라고요. 호기심에 가격을 확인해 보니 가격도 같은 카테고리의 제품에 비해서 꽤 비쌌습니다. 선물해 주신 분께는 물론 너무 고마움을 느꼈죠. 그래서 한껏 기대를 하고 제품을 시음해 보았습니다.


어떤 발효 방식으로 제조했는지 모르겠지만 다른 전통주 대비 탄산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뚜껑을 개봉하는데 애를 좀 먹었습니다. 탄산이 강하다 보니 뚜껑을 열 때마다 탄산으로 인해 술이 밖으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다행히도 패키지에서도 이 부분을 얘기하고 있더라고요. 탄산이 강하니 수차례 조금씩 열어서 탄산이 밖으로 새어나가게 하고 마시라고 말이죠. 그래서 개봉하기까지 애를 좀 먹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어떤 맛일까 궁금했기 때문에 그 과정이 번거롭지만 그리 싫지만은 않았어요. 이런 과정을 거쳐 결국 술잔에 술을 따랐고 맛을 보았습니다. 응? 탄산은 강했지만 맛 자체는 일반적인 전통주의 맛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제가 주로 마시는 같은 카테고리의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술과 비교해 보았을 때 크게 맛이 좋다고 느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더 아쉬운 부분은 술을 다 마시고 그것을 버릴 때였습니다. 보통의 생수처럼 패키지가 비닐로 둘러 쌓여 있었는데 그것을 쉽게 분리할 수 있는 장치(?) 또한 없더라고요. 그래서 어렵게 비닐을 분리했습니다.(분리배출 아시죠?) 결과적으로 요즘 뜬다는 높은 가격대의 제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대한 경험은 좋지 않았습니다.  


요즘은 이슈의 시대입니다. 소위 요즘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좋다는 신생 브랜드들, 특히나 그중에서도 F&B(식음료) 브랜드는 이것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합니다. 제품을 어떻게 하면 이쁘게 보이게 할까, 어떻게 귀엽게 혹은 멋들어지게 디스플레이를 할까, 매장을 어떻게 이쁘게 꾸밀까를 고민하죠.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하면 소셜미디어에 올리기 좋게 만들까를 고민합니다. 물론 중요합니다. 한번 이슈가 되면 사람들이 그것을 보기 위해 많은 줄을 설 수도 있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퍼지니 말이죠. 요즘 시대의 마케팅 방법 중 하나죠. 하지만 그것에 들이는 공수에 비해 한편으로는 그 이면의 것들에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은 제 눈에서는 많이 찾아볼 수 없더라고요. 


반짝 뜨는 브랜드는 또 한편으로는 금방 그 열기가 식기 마련입니다.  물론 매출을 내면 그만이지 않냐고 말할 수 있지만 그것은 잠깐의 현상에 그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그만큼 또 다른 이쁜(?) 브랜드가 만들어져 이슈를 탈 수 있고 그런 과정에서 이전의 브랜드는 생각보다 빨리 잊히기 마련이에요. 예전에 한때 반짝 인기를 끌었던, 그래서 매장이나 팝업 스토어에 줄을 세웠던 브랜드들이 지금도 그 인기를 그대로 구사하고 있는지를 한번 살펴보세요. 거의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잠깐의 이슈를 만들어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보다는 어떤 브랜드를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을까에 대한 고민이지 않을까 저는 생각합니다. 단지 제품의 캐릭터가 귀엽다, 모양과 매장이 이쁘다가 그것의 충분조건은 분명 아닐 겁니다. 그보다는 우리 브랜드는 사람들에게 어떤 가치를 전달할 수 있을까, 남들이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우리 브랜드만의 모습은 무엇일까, 우리 제품은 사람들의 기대치에 부응하여 아니면 그 이상의 기대치를 주기 위해서 꾸준히 노력을 하고 있는가 등을 고민하는 것이 어쩌면 훨씬 더 중요할지 모릅니다. 그런 브랜드가 오히려 한번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면 꾸준히 오래도록 사랑받는 것 같습니다.     


가볍게 접근하고 만드는 브랜드는 어쩌면 당장의 이슈를 만들 수 있지만(물론 그것을 위한 엄청난 노력이 들어가겠죠. 당연히 인정합니다.) 한편으론 말씀드린 대로 그만큼 쉽게 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브랜드를 론칭할 계획이 있는 분이시라면 조금 더 심도 있는 고민과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앞서 얘기한 전통주에서 느낀 제 경험을 빗대어 해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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