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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숙진 Feb 12. 2024

고전도서, 저렴하게 읽어보자

독서왕 가족의 한바탕 책 이야기 2

"저자가 죽은 지 30년도 안 지난 책은 절대 안 읽거든"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노르웨이의 숲>에 나오는 글이다. 


우리에게는 <상실의 시대>로도 알려진 작품이다. 주인공 와타나베의 기숙사 선배인 나가사와는 책 속 등장인물 중 가장 문란하고 얄미운 인간으로 보이지만 그의 책을 대하는 태도는, 좀 극단적인 성향이 있긴 해도, 존중해주고 싶었다. 무라카미의 사상반영된 건 아닐까 싶다. 


물론, 내가 책을 선정하는 기준이 이와 동일하다는 뜻은 아니다. 나는 저자가 사망한 시기로 책의 가치를 따지는 대신 출간 시기로 따진다. 출간된 지 세월이 어느 정도 지난 책을 주로 고르는데, 최소 5년 이상, 그래서인지 신간은 내 선택 범위에 좀처럼 닿지 않는다. 



신간을 왜 싫어하냐고?


싫어하는 건 아니다.


400년 넘게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온 셰익스피어도 한때는 신간을 냈었고, 지금 이 순간도 몇 세기에 걸쳐 대작으로 기억될만한 작품이 어느 작가의 손을 거쳐 신간이라는 타이틀을 얻을 것이다. 


나는 그런 대작을 낼 만한 작가나 대작이 될 조짐이 보이는 작품을 초창기부터 분별할 능력이 없다. 대작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책 고르기 정말 잘했다'라고 두고두고 내 선택을 칭찬할 만한 작품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신간보다는 세월을 거치며 점점 더 많은 이로부터 가치를 검증받아가는 작품을 먼저 고르게 되었다.


신간을 피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 사실, 피하는 것이 아니라 못 구해서, 가 더 정확하다.


90% 이상의 독서를 오디오북에만 의존하는 내 독서 환경에서, 갓 출간된 책을 오디오북으로 기대하는 건 무리다. 요즘에는 오디오북 형태로 먼저 출간하는 저자도 있고, AI로 책을 읽어주는 기능도 있다. 그렇다 해도, 모든 책이 그런 기능을 갖춘 것도 아니요, 아직도 전통적인 종이책 발행이 먼저이니 오디오북으로 출시되기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이유로 신간을 읽지 못할 때가 있다. 유명 작가의 신간이 도서관에 입고되었다 하면 곧바로 모조리 대출되어 버리기에 나처럼 도서관 애용자는 몇 개월씩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가 내 차례가 되어 막상 빌려놓고 보니 크나큰 실망감을 안겨주는 책도 있어서 더더욱 신간을 꺼리는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다.


이 때문인지, 개인적으로 고전도서에 눈길이 간다. 


고전도서의 장점을 꼽으라고 하면, 앞서 열거한 신간도서의 단점을 뒤집으면 된다.


오래도록 회자되어 온 작품이라면 읽을 가치는 어느 정도 보장되지 않을까? 또한 최소 수년에서 수십 년 이상 유통되었으니 이미 초판에 이어 다양한 버전의 책이 나와서 온, 오프라인 서점과 헌책방까지 어느 곳에서든 쉽게 구할 수 있고 당연히 도서관에도 다수 배치되어 있다. 오디오북도 여럿 나와 있으니, 어느 성우의 목소리가 더 좋은가, 어느 버전의 녹음 상태가 더 양호한가 등 행복한 고민을 하며 고르는 즐거움까지 더해진다.


그리고, 저작권이 소멸된 책도 있어서 전자책 형태로 구해 읽는다면 무료이거나 아주 저렴하다.


사실, 이 글은 고전도서와 신간도서의 장단점을 논하고자 쓴 건 아니다. 


내가 앞으로 운영할 북클럽에서 읽을 책을 멤버들이 부담 없이 구했으면... 

북클럽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책에 관심 있는 이라면 누구나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으면... 

그런 바람에서 시작하는 글이다. 



고전도서를 저렴하게 구하는 방법


내가 주로 이용하는 사이트만 소개하므로 그 외 다른 방법을 아는 분이 있다면 공유해 주면 감사하겠다.


* 관련 업체를 홍보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며 광고비나 수익을 받지 않고 순수하게 제 개인 경험을 공유하고자 쓴 글입니.



1. 킨들 (Kindle) 전자책


킨들은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전자책 단말기를 가리킨다. 


전자책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던 시절, 나는 이 단말기가 있어야 킨들 전자책을 읽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킨들이 출시된 초창기 시절과 현시점에 이르기까지 그 사이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현재는 킨들 리더기가 없어도 킨들 전자책을 읽을 수 있다. PC나 스마트폰에 킨들 앱을 깔기만 하면 되며 앱은 무료이고 그 내용물에 해당하는 책만 구매하면 된다.


킨들 상점에서는 저작권이 소멸된 고전도서를 무료 혹은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한다. 




↑ 대표적인 고전도서요 저작권이 소멸된 지 수백 년이 지난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검색하면, 저렴한 가격으로 뜬다. 평소 영어 화면으로 보면서 파운드로 결제하던 사이트에서 잠시 한화로 전환한 상태라 조금 어색한 화면일지 모르겠다.


셰익스피어 전집을 무료로 구할 수도 있고, 유료라 해도 8백 원 수준이다. 로미오와 줄리엣 한 작품은 380원 남짓.


셰익스피어처럼 다수의 작품이 널리 알려진 작가라면 단일 작품을 구매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전집 (Complete works)을 구매하는 편이 비용면에서 유리하다. 



2. 오더블 (Audible) 오디오북


오더블은 오디오북 전용 사이트라 할 수 있다. 유료 회원제이므로 저렴한 가격으로 책을 읽는다는 내 글의 취지와 거리가 있긴 하지만, 부가 서비스를 이용하면 무료로 책을 구할 수 있으므로 이 자리에 소개한다.


매달 이용료를 내면 크레딧이 하나씩 주어지는데, 오더블에서 판매하는 책은 분량에 상관없이 대부분 이 크레딧 하나로 구매할 수 있다. 즉, 모든 책이 정가인 셈이다. 유명 작가의 작품 전집도 크레딧 하나로 살 수 있고 수시로 실시되는 '2 for 1' 행사를 이용하면 책 2권을 한 번에 살 수도 있다.


또, 무료로 구할 수 있는 책도 있다. 




↑ <보물섬>과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로 유명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작품도 저작권이 소멸되었는데, 그의 작품을 담은 오디오북도 일부가 무료로 보급된다. 이외 수많은 책이 무료로 나와있으므부지런히 검색할 필요가 있다. 물론, 오더블 회원에 한해서 이용 가능하다.


저작권 소멸과는 무관하게 비교적 최근에 발행되었음에도 무료로 배포하는 책도 있다.



3. 유튜브 오디오북


유튜브를 적극 활용하는 이라면 이미 알고 있을 수도 있는데, 무료 오디오북을 대량 소장하고 있는 사이트가 여럿 있으므로 이를 활용해 볼 만하다.




↑ 이러한 사이트에 일일이 들어가 읽고 싶은 책을 검색해도 되지만, 자신이 구하려는 책을 유튜브에서 검색만 해도 된다. 그만큼 무료 사이트가 많다.



4. 프로젝트 구텐베르크 (Project Gutenberg)


세계 최초 디지털 도서관으로 불리는 프로젝트 구텐베르크는 저작권이 소멸된 책을 디지털 콘텐츠로 만들어 무료로 배포한다. 


gutenberg.org



5. 한국의 전자책 구매 사이트


이 사이트는 내 북클럽 운영과 직접 관련은 없지만 고전도서를 저렴하게 구한다는 의미도 살리고, 또 책을 좋아하는 이라면 관심을 가질 것 같아 이 자리에 추가해 보았다.


yes24.com



↑ 한국의 전자책 판매 사이트에도 저작권이 소멸된 작품, 한국 작가의 책, 을 무료 혹은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한다. 내가 주로 이용하는 사이트는 Yes24이다. 


김동인 작가의 작품을 검색한 상태다. 한국의 전자책 앱에는 대부분 읽기 기능 TTS (Text to Speech)가 있어서 유용하다. 영화배우 못지않은 연기력과 다정다감한 목소리로 읽어주는 일반 오디오북의 감성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오디오북을 사랑하는 나에게는 감사한 기능이라 할 수 있다.




2주 연속 진행된 이번 연재는, 앞으로 2주 동안 쉬었다가 3월 4일에 찾아오며, 격주로 발행한다. 대신, 다음 주에는 북클럽을 2주 연속 진행한다.



커버 이미지: Photo by Ayman Yusuf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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