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영어 2
아들이 유치원에 다니던 시절이다.
당시 나의 일과 중 특히 즐기던 시간이 있었는데, 하원 시간에 맞춰 아들을 데리러 갈 때 평소보다 일찍 유치원에 도착해 몰래 관찰하는 일이다. 내 모습을 숨긴 채, 문 바깥에서 아들을 엿보면서 말이다.
내가 알지 못하는 아들을 잠시나마 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어떻게 어울리는지 무슨 장난감을 가지고 놀며 어떤 식으로 주변 사물을 대하고 행동하는지 엿보고 싶어서다.
이날, 아들은 소꿉놀이 세트가 놓인 공간에서 다리미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우리 집에는 번듯한 다리미대도 없었고 다림질도 자주 하지 않은 편이었다. 특히, 어린 아들이 깨어있는 시간에 전열기를 다루는 행위는 위험하다 판단했기에, 부모가 다리미 다루는 모습을 아들이 볼 기회는 없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아들은 어디서 보고 배웠는지 장난감 다리미를 제법 능숙하게 다루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신기해 넋이 나간 채 관찰하고 있는데, 아들이 서있던 쪽 벽면에 붙은 문구가 갑자기 눈에 들어왔다.
* 놀이용 소꿉 세트가 마련된 공간
위 사진처럼 주방이나 집안 구조를 장난감으로 재현해 놓은 형태가 가장 흔한 home corner라 할 수 있다.
아래 사진처럼 어른들의 다양한 직업 세계를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놓은 세트도 넓은 의미에서 home corner라 부른다.
사진 속 꼬마들의 뒤를 자세히 보면, 앞서 나온 사진처럼, 집과 부엌을 연상시키는 장난감 세트가 얼핏 보인다. 아이들이 같은 공간에서 소품을 바꾸어가며 그날 주어진 역할에 맞춰 어른들의 세계를 흉내 내는 것이리라.
커버 이미지: communityplaythings.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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