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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네 Aug 31. 2020

싹쓰리가 동요를 이겼다

아이와 함께 유행가를 부를 그날까지



아이를 낳기 전, 알고 있는 동요는 다섯 손가락에 겨우 들 정도였다. 초등학교 때 주간 조회시간에 배웠던 ‘아기 염소’가 가장 기억에 많이 남을 뿐. 율동과 곁들어 배웠던 동요들은 내 기억 속에 많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를 낳자마자 동요가 내 일상을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우선 낮과 밤에 늘 부르는 고정 동요 1곡이 생겼다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노래에/팔 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신생아 이후 백일까지 아이를 재우기 위해서 자연스레 ‘섬집아기’ 동요가 입에서 흘러나왔다.

아이는 그 노래를 자장가 삼아 눈을 감았다. 그런데 돌 이후 말을 알아듣기 시작할 무렵엔 이 자장가를 다 부를 수 없었다. 노래 가사가 너무 슬픈지 이 노래를 부르면 아이가 베개에 얼굴을 파묻히고 엉엉 크게 울기 시작해서.. 달래주느라 겨우 잠을 재우기 쉽지 않았다. 그 이후 허밍으로 섬집 아가 멜로디를 불러주거나 동화책을 읽으며 재웠다.

아이를 갖고 난 후 간과한 점이 있었다. 동요 공부를 많이 안 했다는 것. 아이를 키우기 위해 도움될 <임신 출산 육아 대백과>, <삐뽀삐뽀 119 소아과> 등 스테디셀러나 밤잠 재우기나 이유식 책 등은 손쉽게 시중에서 구매할 수 있었다. 그러나 동요의 경우 엄마가 알고 있는 만큼 아이에게 불러줄 수 있다. 특히 동요에 나오는 의성어, 의태어 등은 아이가 언어를 익히기에 최적의 교재다.


엄마가 외우고 있는 동요가 많을수록 아이가 친근하게 배울 수 있는 단어가 늘어난다. 곧 두 돌을 맞은 아이를 키우며 지켜보니 동요만큼 좋은 그림책은 없었다. 예비엄마가 된 친구들에게 동요 공부를 꼭꼭!! 하길 권했다. 간혹 선물로 받은 동요 책은 뒤집기를 하기 시작하거나 앉기 시작할 때 주로 받았었는데... 특히 튤립 사운드북은 이 시기에 최적의 놀잇감이었다. 특히 멜로디가 흥겨워서 내가 즐겨 불렀던 '멋쟁이 토마토'가 튤립 사운드북에 저장된 곡이라 지친 육아에 힐링곡이었다.




아이가 6개월쯤 가장 좋아했던 튤립사운드북! 노란색 튤립을 가장    선호했다.
동요(童謠)
•문학 장르의 하나로, 어린이들의 생활 감정이나 심리를 표현한 정형시. 형식상 음수율이 강화되어 음악성이 돋보이며 형식과 수사(修辭)를 중요시한다.
•어린이를 위하여 동심(童心)을 바탕으로 지은 노래


신생아 시기에 즐겨봤던 흑백 초점사운드북도 지금(두돌)까지도 즐겁게 갖고 놀았다. 익숙한 클래식곡과 흑백그림 뒤에 가족 호칭들이 적혀있어 한글공부하기 제격이었다(돌때 사진)



동요에 나오는 의성어, 의태어 등은 아이가 언어를 익히기에 최적의 교재다.
엄마가 외우고 있는 동요가 많을수록 아이가 친근하게 배울 수 있는 단어가 늘어난다.
곧 두 돌을 맞은 아이를 키우며 지켜보니 
동요만큼 좋은 그림책은 없었다.


엄마의 이른 복직으로 6개월부터 등 하원을 시작할 때 아이를 달래줄 수 유일한 놀이는 동요였다. 휴대폰 어플에서 찾은 뽀로로 동요나 타요버스, 로보카폴리 동요 등을 매일 듣다 보니 어느 순간 암기가 되어 자연스레 노래를 불렀다. 아이가 아닌 내가 흥겨워했던 노래들이 있었는데, 출근길엔 무조건 '출동'단어가 있는 노래 가사에 꽂혔다. '출동! 공룡 구조대', '출동이다/ 용감한 구조대 ’등 노래와 같이 '씩씩하게 하루를 지내보자'는 주문처럼 나를 위한 다짐의 노래 같았다. 뒷좌석에서 말을 하지 못해도 감정을 다해 동요에 맞춰 현란한 손동작을 펼치는 아이의 모습을 백미러로 보고 같이 웃기도 했다.


그러나 동요도 매일 듣다 보니 내가 지쳐서.. 가요라도 틀려고 하면 아이는 울거나 싫다는 몸부림을 쳤다. ‘이런... 뱃속에 있을 땐, BTS노래에 맞춰 태동했으면서 왜 이리 자기 멋대로야’라며 아이의 눈치를 살피며 다시 동요를 틀곤 했다.


그런데 올여름!! 코로나로 인해 여름휴가를 9월로 미루고 물놀이도 못해서 너무 아쉬웠는데, 마침 왕년의 톱가수인 이효리와 비가 유재석과 함께 혼성그룹 ‘싹쓰리’로 새 앨범을 내어 차 안에서 짧게 여름휴가를 즐겼다.  ‘여름 안에서’, ‘다시 여기 바닷가’ 등 이 두 곡 덕에 무더운 여름을 버틸 수 있었다. 웃기게도 싹쓰리가 부른 가요들을 틀면, 아이는 ‘좀 봐준다’라는 표정을 지으며 엄마를 노래를 집중력 있게 들어주었다. 엄마가 신나게 가사를 부르면 아이는 노래 가사에 맞춰 손동작으로 춤을 추었다.


등 하원 길에 늘 동요로 아이 마음을 달래주곤 했는데, 유행가가 아이의 마음을 빼앗다니! 유행가 몇 곡으로 여름휴가 없이 지친 내 마음의 단비가 되었던 그 시간에... 아이는 내 일상의 관찰자가 아닌 동반자가 되어 나를 다독거려줬다. ‘엄마, 신나게 불러도 괜찮아! 나는 옆에서 신나게 춤춰줄게.’ 아직 말하지 못하는 두 돌 아이의 마음이 고맙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언젠가 우리 함께 유행가를 부르며 드라이브할 날을 고대하며.



카시트의 카미러 덕에 백미러로 아이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출퇴근과 등하원시간으로 차안에서 보낸 시간이 많았기에 추억도 많다.



아이가 아닌 내가 흥겨워했던 노래들이 
있었는데, 출근길엔 무조건 '출동'단어가 
있는  노래 가사 단어에 꽂혔다.

 '출동! 공룡 구조대', '출동이다.
‘용감한 구조대' 등 노래와 같이
 '씩씩하게 하루를 지내보자'는 주문처럼
나를 위한 다짐의 노래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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