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기는 계산이 무엇인지 이해할 필요가 없다. 계산기에게 필요 이상의 의식이 있다면 하라는 계산은 안하고 괜히 헛짓거리나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생존 기계는 삶이 무엇인지 모를 때 더 잘 작동할지도 모른다. 그것이 비인간 생물종이 잘하고 있는 일이다. 하지만 자의식이 싹튼 우리 인간은 ‘나는 누구지?’, ‘삶은 대체 뭐지?’ 등의 의문을 품게 되었다.
그 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더 많은 문제와 질문을 만들었다. 나는 단언할 수 있다. 우리는 ‘나’ 자신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우리가 자연스레 갖게 되는 ‘나’에 관한 오해가 모든 문제의 시작임을. 이 근본적인 오해를 교정하는 것이 시력이나 치아 교정보다도 더 긴급하고 중요한 문제임을. 우리 개개인의 문제, 인생의 문제, 그리고 무엇보다 사회 문제, 우주의 모든 문제가 여기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인간 역시 동물이고, 우리의 뇌와 마음 역시 진화의 산물이다. 마음의 특성도 자연선택 됐다는 뜻이다. 하지만 인간을 이해하려면 진화만으로는 부족하다. 문화 복제자. 그러니까 밈(meme)의 눈으로도 함께 봐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든 경험을 통합하는 동시에 ‘나’라는 현상을 만들어내는 뇌를 알아야 한다.
그때 비로소 내가 누구인지, 삶이 무엇인지, 우리는 어떤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지 숨겨진 면이 드러난다. 우리는 알 수 있고, 알아야 한다. 앎으로써 우리는 정말 중요한 문제를 가려내고, 우리를 괴롭혀왔던 많은 문제들을 조금은 가볍게 생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삶과 우주 그리고 모든 것을 새로이 바라보고 사랑할 수 있게 될지 모른다.
1. 뇌과학과 UI: 우리는 세계 그 자체를 경험하기보다는, 뇌가 구성하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통해 세상과 상호작용한다.
2. 진화 심리: 기린의 목 같은 육체적 특성 뿐만 아니라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정신적 특성도 자연 선택되고, 이어진다.
3. 문화 복제자 밈: 마음에서 마음으로 복제되고 전파되는 생각이나 아이디어의 조각. 유전자가 생물학적 정보의 단위라면, 밈은 문화 정보의 단위. 밈 역시 복제되고, 조합되고, 변이하면서 복합체를 형성한다. 문화는 밈을 기본 단위로 진화하며 계속해서 변해간다. (국가, 자본주의 같은 사회 문화는 밈의 슈퍼 복합체)
생물 진화의 과정에서 얻게 된 우리의 뇌와 마음으로, 물 속에서 살아가는 물고기처럼 사회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 UI, 진화 심리, 밈의 눈으로 인간의 삶과 사회를 볼 때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최재천 교수는 알면 사랑하게 된다고 합니다. 정말 사랑할 수 밖에 없습니다. 서글프지만 동시에 미소지을 수밖에 없는, “휘청이는 우리 존재와 삶의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 시작합니다.
이 책에서 절대적인 진리나 진실을 찾아냈다는 이야기를 하진 않습니다. 다만,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한 줄기 시선을 나누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