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핀다.

유난히 몸과 마음이 추웠던 겨울이 지나고 있다.

지나는 길목마다 곧바로 가면 좋으련만 울퉁불퉁 꼬불꼬불한 고비들을 지나치고 있다.

집 뒤편 수변공원에 거북이들이 일어났나 싶어 둘러봐도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얼마나 따뜻한 봄을 맞이하려 그렇게 움츠러들었단 말인가...

 오래 걸려도 나는 유난히 봄이 좋다.

계절마다 내뿜은 내음이 있다. 봄이 내뿜는 내음은 여느 계절과 아우라가 다르다.

그렇게 움추러들었던 나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준다.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는 봄을 기다리며 사진첩을 찾아본다.

사진을 잘 찍지 않지만 사진첩에는 봄 사진이 많다.

이 정도면 나의 애정결핍을 채울 상대를 봄으로 정했다고도 볼 수 있다.

 제주의 유채꽃 소식이 유난히 반갑다.

상춘객으로서 가장 앞장서서 꽃이 피는 것을 반긴다.

절대 피지 않을 것 같다 차가운 눈 속에서도 꽃은 핀다.

너무 더워 피지 않을 것 같은 사막 한가운데에서도 꽃이 피듯

가난한 마음에도 꽃이 핀다.

그렇게 피워낸 꽃은 얼마나 값진 것인가?     

내가 가진 것이 비록 비루하고 초라하더라도

그 속에서 꽃을 피워내기 위한 노력은

누구도 평할 수 없다.     

드넓게 펼쳐진 들꽃도 아름답지만

어울리지 않게 모래 한가운데 핀 꽃은 더 빛이 나듯

그렇게 메마르고 갈라진 마음에도 꽃을 피운다.     

더욱 빛내기 위해 뜨거운 바람과 따가운 햇볕을 견뎌낸다.

곧 꽃이 피겠지 했던 생각이 눈앞에 피어있는 꽃들로 채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