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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얼 Sep 20. 2021

Bar: 바리스타와 손님을 구분하는 경계

바리스타, 커피에 진심인 사람들 | 바(Bar)

바(Bar)라고 하면 보통 어떤 것이 떠오르시나요?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에 다채로운 조명, 그리고 화려한 칵테일과 술이 있는 장소가 떠오르지 않으시나요? 때로는 조용한 음악이 흘러나오며 진중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때로는 시끄러운 음악 속에서 즐겁게 술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떠오릅니다. 


그러나 요즘은 이 바(bar)라는 단어가 카페에서도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에스프레소 바(Espresso Bar)'이라는 이름으로 말이지요. 사실 외국에서는 이 에스프레소 바가 오래전부터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비교적 최근에 많이 보이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바리스타의 입장에서 보는 바(bar)는 두 가지 의미로 해석 가능합니다. 첫 번째는 위에서 말하는 에스프레소 바(Espresso Bar)처럼 '매장의 폼(형태)'를 의미하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실제로 바리스타들이 음료 제조 및 모든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 및 안전지대'입니다. 



(c)만얼 | SanFrancisco, Sightglass Coffee Company, 바리스타의 작업공간인 바(bar)


바리스타만의 작업공간, 그리고 안전지대


카페 안에서 바리스타에게 안전지대 역할을 하는 동시에 손님과 바리스타를 명확하게 구분 지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바(bar)입니다. 사실 이렇게 공간 또는 호스트와 사람을 구분 지어 주는 역할을 하는 바는 비단 카페에서만 사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시작은 술집이었으며, 법정에서도 이 단어가 사용됩니다. 


술집에서 처음 바(bar)라는 단어가 사용된 것은 '배리어(Barrier)'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바텐더 뒤에 술병들로 가득한 선반을 둘러싼 긴 탁자를 배리어라고 불렀는데 그것을 줄여서 부르면서 바가 된 것이지요. 그리고 그 바 안에서 일을 하는 바텐더는 바리스타와 마찬가지로 술이나 커피, 음료 제조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이 바는 재판장에서도 사용됩니다. 우리가 법정 드라마에서 많이 보던 나무로 된 기다란 경계가 바로 바(bar)입니다. 때로는 가벼운 미닫이 문이 있지만, 문이 없기도 한 이 바(bar)는 변호사와 판사, 검사만이 입장할 수 있는 재판장을 일반 참관인들과 명확한 경계를 만들어줍니다. 즉 전문적인 지식과 자격을 가진 사람들만이 들어가서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다른 한 편, 카페에서 바(Bar)는 손님과의 경계선인 동시에 바리스타만이 들어갈 수 있으며 바리스타가 음료를 만드는 등의 작업을 하는 전체 공간을 뜻합니다. 때문에 만약 손님이 함부로 그곳으로 들어가려고 한다면 바리스타의 입장에서 '내 공간'에 대한 명확한 침범이라고 느낄 것입니다. 그만큼 그 공간은 바리스타에게 중요하며 안전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제까지는 대부분 카페에서 바리스타의 역할과 서비스 등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했지만, 바 이야기를 하면서 꼭 손님의 '매너(manners)'에 대해서도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바리스타도 사람인지라 되도록이면 존댓말을 사용 해달 라거나 신용카드나 현금을 던지지 말라거나, 디저트가 있는 카페에서는 외부 음식을 가져다 먹지 않으면 좋겠다는 등의 설교를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바(bar)와 관련된 손님들의 실수는 대부분 단골손님들에 의해서 벌어집니다. 자주 가는 카페의 바리스타와 친해졌다고 해서 그들이 허락하지 않는 이상, 손님이 무단으로 바를 침범하는 것은 매우 무례한 행동이라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마치 처음 보는 사람이 나만의 안전지대를 침범하는 것처럼 그런 상황에 마주한 바리스타들은 깜짝 놀랄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마치 레스토랑의 주방을 손님 마음대로 드나드는 것과 같은 상황인 것입니다. 


(c)만얼 | 완전 오픈형 카페


그러나 요즘은 위의 사진처럼 손님이 바의 모든 공간을 볼 수 있도록 공개되어 있는 완전 오픈형 바를 가진 매장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손님과 바리스타의 경계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완전히 오픈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바리스타의 입장에서 조금은 부담스럽지 않을까 싶기는 하지만 바리스타 개개인의 성격이나 제공하고 싶은 서비스에 따라 본인 스스로가 구조를 선택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나 위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아무리 오픈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바리스타만의 작업공간인 것은 분명하니, 적당히 거리를 두고 관찰하셔야 하겠습니다. 





손님으로서 그 공간을 침범하지만 않는다면, 바(bar)는 굉장히 재미있는 것을 많이 구경할 수 있는 곳입니다. 사실 바(bar)를 10분 정도만 관찰해도 그 카페의 분위기 또는 직원들의 역할과 성향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바쁜 상황 속에서도 웃으면서 주문을 받고 사람들에게 메뉴를 알려줄 것입니다. 또 누군가는 계속해서 커피를 추출하고 음료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또 누군가는 계속해서 설거지를 하고 주변 정리를 하며 홀 관리를 하러 자주 나오기도 할 것입니다. 그 와중에도 서로 간에 소통이 잘 되면서 긍정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바가 있는 매장은 아무리 바쁠지라도 손님들에게 편안한 분위기를 전해줍니다. 


반면, 어떤 매장에 가보면 손님이 많지도 않은데 바가 항상 지저분합니다. 각자의 표정이 좋지 않고 일을 미루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며 역할 분배가 되어 있지 않는 듯합니다. 소통이 잘 되지 않아, 손님 메뉴에 자꾸 실수가 발생하고 음료가 늦게 나갑니다. 서로 간에 일을 미루다 보니 홀 관리도 잘 되지 않아서 매장이 지저분하고 바쁘지 않아도 불편한 분위기가 맴돌기도 합니다. 


바리스타 혼자 있는 작은 매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바리스타가 있는 곳은 잘 정돈되어 있으며, 손님이 없는 잠깐의 틈에도 항상 정리하고 부족한 것들을 채우며 가끔 여유가 있을 때는 손님들에게 말을 건네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떤 곳은 물건들이 널브러져 있고 손님이 없으면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들고 간이 의자에 앉아, 휴대폰만 보고 있습니다. 부족한 물건들은 다 떨어지면 그때서야 숨 가쁘게 채워 놓습니다. 그리고 앉아있는 손님에게 큰 관심이 없습니다. 


(c)만얼 | LA, Verve Coffee Roasters, 손님과 바리스타가 바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다



저는 어떤 카페를 방문했을 때, 주문을 하고 제 커피가 나올 때까지 한참을 바를 구경하기도 합니다. 사실은 그것만 눈여겨봐도 그 커피와 디저트가 어떤 느낌일지 대충 감이 오기도 합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들을 발견했을 땐 그것이 그날 하루의 에피소드가 되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바(bar)를 구경해 봤나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었나요?

혹시 지금까지 관심이 없었다면, 내 단골 카페의 바를 한 번쯤은 구경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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